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비화 공개


민주노동당(약칭 민노당) 권영길 의원이 “박정희 대통령 제거 조직을 만들어 활동했다”는 비화를 공개,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권 의원이 박정희 쿠데타모임 결성배경과 관련해 입을 연 것이다. “1960년대 말 민주화를 갈망했던 몇몇 기자들을 중심으로 모의했다”며 숨은 얘기를 들려줬다. 활동은 세미나가 주축이었다. 관련조직은 모금을 통해 이뤘다는 것.

권 의원은 민간·군까지 (활동)모임에 참여, 규모가 제법 컸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제거를 목적으로 서울 명동에 아람죽집을 내고 돈을 모았다.”

권 의원이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충격발언을 했다. 1970년대 초 박 전 대통령의 독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몇몇들과 ‘박 대통령 암살쿠데타 모의를 꾀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그는 1967년 대한일보에서 나온 뒤 1971년 서울신문에 들어갈 때까지 4년간의 공백기간 중 모임의 틀을 갖췄다고 회고했다. 최종목표는 ‘박 전 대통령 암살’이었다. 모임 핵심멤버는 몇몇 기자들과 육사출신 현역 중령·대령 등이란다.

‘박 전 대통령 독재자’ ‘유신정권 타도’란 이유로 박 전 대통령 제거조직을 만든 권 의원의 비화공개는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관심이 쏠린다. 박 전 대통령의 큰딸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권 의원과 정계에서 함께 뛰고 있는데다 곧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 돼있는 까닭이다. 박지만 씨 등 박 전 대통령의 자녀들이 모두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담 멤버 중 장군출신 있다”

권 의원은 그러나 박 전 대통령 암살멤버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기사가 크게 나가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그의 측근 얘기에서도 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새 정부 출범에 이어 총선을 코앞에 둔 때여서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권 의원은 모임 구성원들은 대부분 민간인·군인이었다는 점만 털어놨다. 그 중 대부분 일찍 옷을 벗었으나 나중에 한 사람은 장군까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누구라 들먹이면 다 알 수 있는 사람도 있다. 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같이 뛰어왔던 사람이다”고 말했다.


“집 사람 몰래 식당운영 돈 모아”

그는 모임활동자금을 모으기 위해 장사를 한 얘기도 곁들였다.

“(식당 운영이) 살아가는 방편이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사람을 만나고, 그걸 핑계로 돈도 마련했다”면서 “그 때 모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우리 집사람은 아직도 모른다”고 했다. 모임이 비밀조직이고 계획적으로 움직였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권 의원은 또 1974년 자유언론운동이 일어났을 때 모임활동이 드러났다고 했다.

“민청학련사건도 지켜봤지만 우리와 목표수준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친한 벗에게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칠 수도 있다. 내가 편향된 이념을 가진 게 아니라 정말로 순수한 인간으로서 가슴을 터놓고 살아갈 수 있는 삶을 바랐다고 내 아들에게 언젠가 얘기해 주면 좋겠다’고 편지까지 썼다”고 전했다.


모금 삐걱·모임 논의 잡음으로 해산

권 의원 모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자진해산된 것이다. 그가 활발히 뛰다 기자를 그만두고 프랑스로 간 이유는 간단하다. 모금과 모임 논의과정에서 근본적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 암살이) 성공해도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가 △또 하나의 쿠데타세력이 될 수 있는 건 아닌가 △과연 근본적 사회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것이냐는 등 토론이 벌어졌다는 것. 그는 “다른 방향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고 각자 흩어졌다”고 했다.

그는 신변위협 문제에 대해서도 숨은 얘기들을 들려줬다. 쿠데타모임에 가담했던 사람들 때문에 이런 내용을 공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지난해 17대 대통령선거 패배는 나의 책임이다”면서 대선 3수생의 경험담을 들려준 뒤 “(민노당) 분당은 공멸하는 길이다”고 안타까워 했다.

한편 본지는 더 구체적인 얘기를 듣기 위해 권 의원과의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비화 확대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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