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구 재난 관리 누가 하나, 과기정통부도 소방청도 '아직' 절차 대기 중

KT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부터 1년8개월, 아직 전국 통신구의 재난대응 설비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했다. [이창환 기자]
KT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부터 1년8개월, 전국 통신구의 재난대응 설비는 아직도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2018년 11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T의 관리 부실로 D등급에 분류되면서 소방 관리 및 내부 관리에서도 벗어나 대형화재와 통신대란을 일으켰던 KT아현국사가 B등급으로 상향 조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부터 올해 1월, 5월까지 수차례 통신재난심의위원회를 거치며 전국 통신망 및 국사 관리 수준을 변경했다. 또 재난 대응 매뉴얼 맞춰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소방청도 관련 법안의 개정을 거쳐 재난에 대비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후 1년8개월이 지난 현재, 통신구를 포함한 국사들이 화재를 포함한 또 다른 재난을 잘 대비하고 있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개월, 재난 대웅 부서개편 등에도 재난 설비는 ‘미완’ 
900여 통신국사, 소방청 정기점검 없고 과기부 1~2년에 1차례

지난 KT아현국사 화재 사건 이후 과기정통부는 ‘네트워크 안전기획과’를 신설하는 등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 9월 통신재난관리 심의위원회를 열고 통신사별 가입자 수 변화에 따른 통신망 및 전력 공급망 관련 내용을 변경했다. 전국의 주요 통신시설 수는 863개에서 897개로 증가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그간 C등급까지 약 80여 개에서 90개를 관리하다가 D등급까지 관리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하면서 사실상 전체를 갈아엎고 약 900여 개에 달하는 통신국사에 대한 관리를 새로 시작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통신구 화재 대응이 미비했던 부분에 대한 소방 관련 법안이 개정되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재난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며 “대부분 지상 국사들은 이미 소방시설법의 적용 대상인 데 반해 당시 아현국사 D등급 통신구의 경우 방재시설이 없어서 재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등급별 차등 관리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에 재난 대응체계 구축에 따른 기본 계획을 세워 통신구의 출입제한, 잠금장치 및 CCTV 설치를 하게 됐고, 통신구들을 이런 의무 부과 대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A~C등급의 통신구는 매년 1회 점검, D등급의 경우는 격년으로 1회를 예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소속기관인 중앙전파관리소와 정책을 공유하고 점검 관련해서는 모두 위임한다. 또 필요 시 외부 용역을 통해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도 있게 했다. 

소방 관련 시행령 등 나와야 재난설비 구축

하지만 아현국사 화재 당시 전국 D등급 통신구에 미비했던 소방시설이나 재난대응 설비는 현재 완비됐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소방 관련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 고시 등을 거쳐 안전 기준을 마련하기까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난대응 등 소방 시설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법률 개정안이 통과 됐으니 이에 따라 시행령을 만들고 고시와 화재 안전 기준을 마련해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관련 기준을 만들고 나면 전체 통신구에 적용되도록 확대하고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4개월이 지나면 KT아현국사 화재사건이 발생한지 2주년이 된다. 아직 시행령과 고시라는 법적 근거 앞에 재난 대응시설이 완벽하게 마련되지 않았을 가능성에 주민들은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아현국사 일대에서 만난 주민은 “2년이 돼 가는데 준비가 안됐다니 말이 안된다”며 “(화재 당시) 아현동 말고 다른 곳도 마찬가지로 방재 시설이 부족하다면 또 그런 일이 터지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고 물음을 던졌다.

통신구를 포함한 지하 공동구나 통신국사의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 지난 5월 국회에서 일부 법안이 개정됐다. 기존 500m 이상의 통신 전력구들만 소방대상물로 적용해오다 지난 20대 국회 말미에 사업용 통신전력구(통신구)에 대해 규모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개정안을 부랴부랴 통과시켰다.

아연국사 화재 당시 KT의 해당 통신구는 과기정통부의 등급 관연 규정에서도 재난 대응 시설에 포함되지 않는 D등급, 소방 대상물 관련법에서도 500m 미만인 150m에 불과해 초기 대응이 늦었고 대형화재를 불러일으켰다.

소방청 관계자는 “이제부터 사업용 통신 시설들은 화재 안전 기준 개정안을 통해 화재 관리와 예방 및 대응이 가능한 시설로 포함된다”며 “여기에는 화재 발생 시 초기 대응부터 방재설비와 방화구역, 화재 감지기 설치 등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검 문제가 남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과거에는 소방안전 관련 정기적 점검이 소방법령에 의해서 이뤄져 왔으나 현행법으로는 그 주기를 정하지 않고 있는데다, 일정 수준의 임의점검이 이뤄지던 과거와 달리 의무적 점검 관련 규정도 전혀 없다. 

해당 관계자는 “정기적 점검은 수행하지 않고, 필요할 때 따로 계획을 수립해서 점검을 한다. 어떤 주기나 대상물을 특정 짓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즉 전국에 있는 통신구들은 아직도 화재나 재난에 대비한 설비도 미완 상태에 과거 각 지역 소방서들이 진행하던 정기적 안전 점검조차 하지 않고 외부에 맡겨지게 됐다. 일각에서 다시 통신구 화재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약 20개월이 흘렀지만 등급변경과 일부 소화기 설치 외에 과기정통부의 행정 관련 개편과 심의 위원회 회의만 수차례 진행됐을 뿐 내일 당장 재난이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아현국사 화재 이후 KT는 스스로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제어반과 환풍구 등 전기 설비가 들어가는 쪽에 소화기를 설치하고, 제어반의 함체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스테인리스로 교체했다고 과기정통부에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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