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밀가루’, ‘살충제 계란’ 등…“업계, 경각심 가져야”

‘빨아 쓴 고기’ 관련 JTBC 보도. [보도화면 캡처]
‘빨아 쓴 고기’ 관련 JTBC 보도. [보도화면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폐기해야 할 고기를 소주에 빨아 재판매한 유명 갈비 체인점에 대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식품업계에서 위생 상태가 불량하거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가짜 식품을 판매한 과거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식품업계가 ‘가짜 식품 판매’, ‘위생 상태 불량’ 등 문제로 파문을 일으킨 것이 어제오늘 일, 또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식품업계 전체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추가마골, 사과문 올렸지만 논란 지속불매운동폐업 요구에 국민청원까지

최근 유명 갈비 체인점인 송추가마골이 지난 2월까지 따뜻한 물로 급하게 해동한 뒤 상온에 보관하는 과정에서 변질된 고기를 소주로 빨아 정상 고기와 섞어 손님에게 판매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돼 논란이 불거졌다.

업소가 송추가마골 덕정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재민 송추가마골 대표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죄의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저희 지점의 식재관리 문제로 인해 오랜 기간 송추가마골을 신뢰하고 사랑해 준 고객 여러분에게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한다”면서 “송추가마골에 근무하는 900여 명의 가족들에게도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 “1981년 10평 규모로 시작한 송추가마골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0년간 단 한 명의 손님이라도 맛있는 고기 한 점으로 가족들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지켜왔기 때문”이라며 “고객들도 그 마음을 알아줬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고객과 직원에게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외식기업이 되자는 송추가마골의 비전에 비춰볼 때 이번 일은 고객과 직원 모두의 믿음을 저버릴 수 있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정매장 관리자의 잘못된 판단과 업무처리로 인한 일이라 할지라도 이 또한 직원 관리 및 위생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저와 본사의 잘못”이라고 분명히 했다.

대부분 직영점?

김 대표가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필요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으나 논란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회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가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의 지시로 ‘빨아 쓴 고기’ 사태가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짙어졌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누리꾼 사이에서는 송추가마골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도 서서히 보이고 있다. 폐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추가마골을 엄벌해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그러나 이번 논란만 지적해봤자 식품업계의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위생상태가 불량하거나 소비자를 우롱하는 가짜 식품을 판매한 사례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송추가마골 사태로 식품업계가 경각심을 가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썩은 밀가루’ 관련 MBC 보도. [보도화면 캡처]
‘썩은 밀가루’ 관련 MBC 보도. [보도화면 캡처]

억울함 벗은 기업도

지난 2016년 신송산업이 썩은 밀가루 전분을 만들어 판매하다가 회사에서 근무하던 직원의 공익 제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사례가 있다. 논란이 일자 신송산업은 그룹 모태 사업인 소맥분 사업을 접었다. 해당 제보자는 신송산업에서 3년 동안 일해 온 인물이다. 그는 당시 7개월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더 이상 이런 행태를 묵인할 수 없었다고 제보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후 악의적으로 가짜 상품을 제조해 판매해 왔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송산업이 제조하던 전분은 과자, 햄 소시지, 맛살, 어묵, 맥주 등의 원재료로 유통돼 각종 상품으로 만들어진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썩은 밀가루 파동으로 그룹 모태인 소맥분을 생산하는 충남 논산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면서 신송산업은 사업을 철수했다. 최근에는 국내 식품 사업의 전면 철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충제 계란 사태’로 2017년 8월, 계란 값이 뚝 떨어졌다. [뉴시스]
‘살충제 계란 사태’로 2017년 8월, 계란 값이 뚝 떨어졌다. [뉴시스]

‘살충계 계란 사태’도 대표적이다. 친환경 계란인 줄 알았으나 살충제 계란을 먹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것.

지난 2017년 7월 유럽에서 피프로닐에 오염된 계란과 가공식품이 유통되면서 파문이 확산된 이후 같은 해 8월 국내산 계란에서도 유독성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2017년 8월14일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경기 남양주시와 광주시의 농가 2곳에서 각각 피프로닐과 허용 기준을 초과한 비페트린이 검출됐다.

또 같은 달 18일 농식품부가 총 1239곳 산란계 농장을 전수 검사한 결과에서는 49개 농장에서 기준치를 넘어서거나,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나오면서 더 큰 파장이 일었다.

다수의 농장에서 산란계 사육 단가를 낮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 많은 가축을 키우는 밀집 사육을 하면서 닭 몸에 붙은 해충을 죽이기 위해 사용한 살충제가 계란에서 검출된 사례다.

반면 가짜 상품을 판매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논란이 발생한 뒤 기업 이미지 훼손은 물론 매출에도 큰 타격을 입은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발표를 하면서 백수오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소비자원은 백수오 제품 32개를 검사한 결과 21개 제품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돼 있는데, 먹으면 안 되는 독성물질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은 거세졌고, 홈쇼핑‧백화점 등에서 대대적으로 판매됐던 백수오는 전량 회수됐다. 백수오 원료 공급의 70% 이상을 과점하고 있던 내츄럴엔도텍은 직격탄을 맞았다.

김재수 내츄럴엔도텍 대표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진실 공방 대신 사과문을 택했다. 고객 및 주주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민‧형사 소송을 철회하고,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내츄럴엔도텍은 또 식약처 검사명령제 도입, 백수오 파종부터 재배, 원료 가공부터 제품 생산까지 전 과정의 시스템을 재정비했다. 종자 관리와 유전자 검사 등을 강화해 100% 진품 백수오만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2017년 식약처는 백수오를 원료로 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2년여에 걸쳐 독성 시험과 위해 평가를 진행했다. 결국 백수오를 열수추출물 형태로 가공한 건강기능식품은 모두 안전한 것으로 확인돼 내츄럴엔도텍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일부일 것이다. 후폭풍이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위생 불량 등 소비자에게 민감한 문제일수록 기업에서 미리 확인하고, 재정비를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업계는 이번 송추가마골의 사태를 깊이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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