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영결식 ‘불참’, 靑 국민청원 서울시장(裝) 반대 ‘50만명’…국론 ‘분열’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장맛비 속에 두 인물이 하루 차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청 앞과 광화문 광장의 시민분향소는 불과 몇백 미터 거리였지만, 거기 모인 사람들의 간격은 너무나 멀어 보였습니다. 저는 지난 10일 박원순 시장, 12일 백선엽 장군 영안실을 찾았습니다. 박 시장 빈소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느꼈다면, 백 장군 영안실에서는 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생각하며 역시 우울했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오전 자신의 블로그에 6·25전쟁 영웅인 ‘故 백선엽 육군대장’, 9년간 재직했던 ‘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불과 이틀 사이 두 인물이 세상을 떠난 가운데, 대한민국은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2020.07.15 [뉴시스]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고(故) 백선엽 장군 영결식에서 고인의 유가족이 헌화하고 있다. 2020.07.15 [뉴시스]

 

-국내 최초 ‘직장 내 성희롱 소송’ 변론 朴…정작 미투 폭로 가해자 ‘지목’
-민주당 ‘당헌 제96조제2항’ 선관위도 ‘제재 불가’…내로남불 ‘논란’



“문재인 대통령님, 진영논리와 정파적 편가르기에 찌든 나라를 물려 주려고야 않으시겠지요…포탄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6·25전쟁)에서 ‘내가 물러서면 나를 쏘라’며 백 장군이 솔선수범한 구국의 충정과 빛나는 전공(戰功)은 세계가 인정한 리더십입니다. 비서실장을 대신 보내 영전에 꽃 한 송이를 바치는 모습이 뭔가 아쉽고 부족해 보인 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일까요? 간절히 바라건대 대통령께서 직접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예를 갖추어 주십시오. 영결식에 참석해 백선엽 장군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거수경례로 배웅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이 같은 호소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정쟁으로 비화됐다. 앞서 故 백선엽 장군은 지난 10일 오후 11시4분 별세했다. 6·25전쟁 당시 최후 방어선에서 북한군의 야욕을 꺾고 최초 평양에 입성한 고인은 비가 내리던 지난 15일 장지인 국립대전현충원(장군 2묘역)에서 전투복을 수의로 갈아입고 유족들의 눈물 속에 영면했다. 향년 100세.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저녁 故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치러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제30호실을 찾았다. 당시 영결식장에는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찾았지만, 유족을 제외한 조문객은 거의 없었다. 다만 조의(弔意)를 뜻하는 조화만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지난 14일 저녁 故 백선엽 장군의 영결식이 치러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제30호실을 찾았다. 당시 영결식장에는 조갑제닷컴의 조갑제 대표가 찾았지만, 유족을 제외한 조문객은 거의 없었다. 다만 조의(弔意)를 뜻하는 조화만이 이곳을 가득 채웠다. [조주형 기자]

 

전날인 지난 14일 저녁 일요서울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30호실)을 찾았다. 마지막 날 그의 빈소에는 수많은 조화(弔花)가 가득했지만, 정작 그를 찾는 조문객(弔問客)은 없었다.

반면 지난 13일, 일요서울이 찾은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인근 故 박원순 시장의 분향소에는 약 2만 명의 조문객이 북새통을 이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인은 지난 10일 서울 성북구 일대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서울특별시장(裝) 형식으로 5일 동안 진행됐다. 향년 64세다.

한편 지난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박원순 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등장, 2일 만인 지난 12일(오전 10시51분 기준) 무려 50만90명이 동의했다. 김 전 의장의 발언처럼 ‘불과 2일 만에’ 대한민국은 쪼개졌다. 왜 그랬을까.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글. 2020.07.12.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글. 2020.07.12.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朴 “피해자, 성희롱으로 모독감 느꼈다면…”

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거 변호사 시절이던 지난 1995년 변론을 맡은 한 사건의 재판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성희롱 사건’에서 피해자 측 변론인이었던 박 시장은 “어떤 소년이 연못을 지나다가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았다고 가정하자. 아이에겐 장난이지만, 개구리는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문제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보는 게 요즘의 보편적 이론”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그가 무료 변론을 맡았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바로 ‘1993년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이었다. 박 시장은 6년간의 법적 공방 끝에 결국 승소했고, 국내 최초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의 결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촉발시켰다. 박 시장이 맡았던 그 사건의 법원 기록을 일요서울이 입수, 그 일부를 공개한다(대법원 1998. 2. 10., 선고, 95다39533, 판결)

▲ 피해자가 NMR기기 담당 유급조교로서 정식 임용되기 전후 2, 3개월 동안 가해자가 기기의 조작 방법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어깨, 등, 손 등을 가해자의 손이나 팔로 무수히 접촉했고, 복도 등에서 피해자와 마주칠 때면 피해자의 등에 손을 대거나 어깨를 잡았다. 

▲ 실험실에서 “요즘 누가 시골 처녀처럼 이렇게 머리를 땋고 다니느냐”고 말하면서 피해자의 머리를 만졌다. 피해자가 정식 임용된 후 단둘이서 입방식을 하자고 제의했고, 교수연구실에서 피해자를 심부름 등 기타 명목으로 수시로 불러들여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몸매를 감상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 이로 인해 피해자가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느낌을 가졌다면, 부서 총책임자로서 사실상 피해자에 대하여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가해자의 위와 같은 언동은 분명한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

▲ 그러한 성적인 언동은 비록 일정 기간 동안에 한하는 것이지만, 그 기간 만큼은 집요하고 계속적인 까닭에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이고 권유적인 언동으로 볼 수 없다.

▲ 오히려 피해자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서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며, 이러한 침해행위는 선량한 풍속 또는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이로써 피해자가 정신적으로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한 사례.
 

과거 여성 및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론했던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전문. 당시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첫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일요서울]
과거 여성 및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변론했던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39533 판결)' 전문. 당시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서 국내 첫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일요서울]

 

그런데 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0일 새벽 서울 성북동 일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시청 비서직 공무원 여성 A씨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혐의’ 등으로 박 시장을 고소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고 전날 ‘성추행’에 따른 미투(Me Too·나도당했다) 폭로 등으로 인해 경찰에서 고소인 조사가 진행됐다는 언론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그러자 3일 후인 지난 13일 오후 2시, 박 전 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측 변호인은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시장 측에 고소 사실을 알리거나 암시한 적이 없고, 고소 당시 수사 담당자에게도 절대 보안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소인 박원순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고,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목도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내 최초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의 무료 변론인이었던 박 시장의 “피해자가 성희롱으로 성적 모독감을 느꼈다면 피해자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법정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작 박 시장은 ‘성추행에 따른 미투 폭로’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그는 ‘성희롱 미투 폭로’ 사건의 경위를 밝히기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서울시장은 공석이 됐다. 이에 일요서울은 그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혹인 ‘성범죄 성립 여부’가 차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왜 국론 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는지도 알아봤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2020.07.10.[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2020.07.10.[뉴시스]

 

“후레자식” 이해찬 당대표…‘당헌 96조’ 때문?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당대표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일대에 마련된 박 전 시장 빈소에 참석해 조문을 마치고 나오던 중 “고인에 대한 의혹과 관련해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이 있느냐”고 질문한 취재진을 향해 “후레자식 같으니”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차기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정치권 안팎의 해석이 나오고 있어 여당 대표의 속내가 여실히 비춰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바로 ‘당헌 제96조제2항’ 때문이다.

이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대표를 맡고 있던 지난 2015년, 4·29 재보선 패배 후 구성된 민주당 혁신위위원회(위원장 김상곤)에서 마련됐다. 해당 조항은 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를 규정했다. 당헌 제96조제2항에 다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 실시의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즉, 박 시장의 ‘성희롱 미투 폭로’ 의혹이 사실일 경우, 민주당은 이 규정에 따라 재보궐선거에서 차기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하게 된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미 한 차례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를 면치 못했다.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 4월23일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저는 한 사람과 5분 정도의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 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피해자 또한 이날 성명서를 통해 “그곳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것은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있은 지 4일 만인 지난 4월27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이 소집돼 오 전 시장에 대해 징계가 결정됐다. ‘성추행’은 민주당 당헌 제96조제2항의 ‘중대한 잘못’에 해당되는 셈이다. 이를 종합하면, ‘중대한 잘못’ 등에 대한 징계 기관은 ‘윤리심판원’이다. 그 정체는 무엇일까.
 

11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에서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민분향소 조문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가능하다. 2020.07.11.[뉴시스]
11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 2020.07.11.[뉴시스]

 

‘윤리심판원’은 당헌 제75조에서 규정된다. ‘포상과 징계 등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중앙당과 시·도당에 설치된다. 대의기관 및 집행기관으로부터 독립돼 직무를 수행한다. 제77조에 따르면 중앙당윤리심판원의 권한과 업무는 ‘더불어민주당 윤리규범’의 제·개정 및 시행·윤리규범에 대한 위반신고 처리 및 당원 징계, 당 기강 조사,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 상실의 경우 해당 사건의 경중에 대한 심사 및 결정 등이다. 징계 결과는 최고위원회에 보고된다.

지난 4월27일, 민주당의 임채균 윤리심판원장은 기자들에게 “(오 전 시장 미투 관련)사안이 워낙 중차대하고, (오 전 시장) 본인도 시인하는 사안이라 제명을 결정했다”며 “(윤리심판원에서도) 제명할 사안으로 봤다”고 밝힌 바 있다. 그 근거는 민주당 윤리규범 제14조의 제1항(당원은 성 비하 발언, 직·간접적인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해서는 아니 된다)과 제2항((당 소속 공직자는 직위와 신분을 이용하거나 직무와 관련해 성적 언행을 요구하거나 그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일체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에서 확인된다.

당규 제7호의 ‘윤리심판원규정’의 제14조제1항에서 명시된 ‘징계’의 사유는 당헌·당규 및 당 지시 위반의 경우, 당 강령과 당론 및 윤리규범에 규정된 규율 위반의 경우, 당 품위 손상 등 8가지로 분류된다. 징계 종류는 제명·경고와 당원 및 당직자격정지 등이다.

박 시장은 ‘성추행’에 따른 미투 폭로의 가해자로 지목됐다. 지난 13일, 피해자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거대 권력 앞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 울부짖고 싶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리고 행정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피해 호소인께서 겪으시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이에 민주당 대표로서 다시 한 번 통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문을 내놨다. 과연 당 차원의 조사는 이뤄질 수 있을까.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걸려있다. 2020.07.12. [뉴시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 추모 현수막(님의 뜻 기억하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걸려있다. 2020.07.12. [뉴시스]

 

선관위 “당헌당규 법적 제재 우리 소관 아냐”…이중 잣대 ‘우려’

하지만 사태는 쉽사리 꺼지지 않을 조짐이다. 피해자 지원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은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평소 박 전 시장의 비서들이 지속적으로 당한 성폭력 행태 등의 정황을 밝혔다. 그 내용은 ▲ 시장 기분을 확인해 결재 전 ‘기쁨조’ 역할 강요 ▲ 시장이 운동을 마친 후 샤워할 때 속옷을 근처에 갖다 주고 벗어둔 운동복과 속옷을 봉투에 담아 발송 ▲ 사건 피해자(고소인)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반기마다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번번이 좌절 ▲ 시장실 내 침대에서 낮잠 자는 시장을 깨우는 업무는 여성 비서 전담 등이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은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고하게 지켜왔다”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과문이 발표됐지만, ‘박 시장의 죽음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으로서는 아시다시피 고인의 부재로 인해서 현실적으로 진상조사가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다만, “당규를 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서울시는 재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대해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윤리기준이나 (제재 등) 이런 걸 좀 더 엄격하게, 그걸 심판하는 과정 자체도 보다 투명하게 해 이런 짓을 하면 견디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확실히 자리 잡겠다”고 밝혔다. 결국 ‘당헌·당규의 제·개정’ 방향으로 모아지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당헌·당규’는 규범적인 강제력, 혹은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이 있을까.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2020.07.13.[뉴시스]
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영현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영결식을 마친 후 서울추모공원으로 봉송되고 있다. 2020.07.13.[뉴시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헌·당규’ 위반은 불법이 아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오후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정당의 ‘당헌·당규’에 대한 적용·해석 등은 선관위 소관이 아니다”라며 “당초 정당에서 정했기 때문에, 정당 자체적으로 알아서 하는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당헌·당규’ 수정 논의에 앞서 지난 2018년 안희정 당시 충남지사도 ‘미투 폭로 사건’으로 제명됐지만, 그해 6·13 지방선거에서 양승조 민주당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공천돼 안 전 지사의 자리를 꿰찼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에 반발했으나, 당시 선거가 ‘재보궐선거’가 아니었다는 것 때문에 반발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당헌 제96조는 ‘재보궐선거’에 대한 규정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틀 동안 두 인물이 세상을 떠났지만, ‘미투’로 지목된 박 시장의 ‘이중 잣대(내로남불)’ 비판 등으로 여론이 사나워지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당헌·당규가 법적 문제가 아닌 정당의 ‘도덕성’과 연결된 만큼, “피해자중심주의”를 외쳐 온 여당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2020.07.10.[뉴시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2020.07.10.[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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