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한명숙 위증 교사 의혹’, ‘검언 유착 의혹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힘겨루기가 추미애 완승으로 끝났다.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윤 총장은 많은 것을 잃었다. 추 장관은 말 그대로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기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보였다. 더욱이 검찰 정기인사 시기가 임박하면서 검언유착 의혹사건 수사를 두고 추 장관과 갈등이 깊어진 윤 총장이 더욱 고립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의 수족이 밀려나더라도 윤 총장이 검찰총장 임기는 채울 것이라는 게 서초동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문 의혹, 부동산 정책 실패 등 여권의 악재가 곳곳에서 터져 윤 총장 사퇴를 종용하면 역풍은 물론 윤 총장 띄워주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여권 내에서 잠재하고 있고, 윤 총장도 검찰총장 임기를 끝까지 마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미애-윤석열 불안한 동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내막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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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윤석열 간의 갈등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한명숙 수사팀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한 한 인사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추 장관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위증 교사 의혹을 사건을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했다. 한명숙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위증을 강요했다고 주장한 수감자 A씨가 당시 지휘부와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대검찰청에 요청하기도 했다. A씨는 모해 위증교사 범행에 가담한 자가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특수 수사를 했던 윤 총장의 최측근이라며 윤석열 총장과 그의 측근들을 정조준했다. 한명숙 재수사를 통해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추미애에 밀린 윤석열, 식물총장되나?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놓고도 추미애-윤석열 간의 갈등은 심화됐다. 그 결과는 윤석열 총장의 완패였다. 실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자체 수하도록 한다는 윤석열 총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채널A 강요미수 사건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은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 당시에 총장이 느꼈던 심정이 현재 이 사건 수사팀이 느끼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고 총장이 깨달았다면 수사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함이 마땅하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은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 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며 추 장관 수사지휘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이에 추 장관은 검언유착의혹과 관련, 윤 총장의 측근 감싸기 논란으로 받아친 것이다.

채널 A기자가 윤석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당시 부산 고검 차장검사)과 결탁해 신라젠 수사 상황을 논의하고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 측에 여당 실세의 비위 첩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게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의 전말이다. 추 장관은 이 점을 지적한 셈이다.

더욱이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권 일각에선 윤 총장 연루설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서초동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은 윤 총장 측근들을 내칠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윤 총장을 식물검찰총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아직 검찰 내 살아있는 윤석열 측근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무부가 윤 총장 지시로 이달 초 소집된 전국 고검장·지검장 긴급회의와 관련해 대검찰청에서 발언자 실명이 담긴 회의록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추 장관의 수사 지휘가 부당·위법 소지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추 장관 측 비판적 발언을 한 검사장을 색출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7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위협을 주기 위한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변호사는 회의록을 보면 누가 추 장관 편이고, 누가 윤 총장 편인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검찰 인사를 앞두고 회의록을 입수하려 한 것은 어떤 사유로든 정당화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앞장 선 인사 승진, 사단은 좌천설

특히 검찰 정기인사 시기가 임박하면서 추 장관과 갈등이 깊어진 윤 총장이 더욱 고립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른바 윤석열 라인이 배제되고, 검찰 개혁에 앞장선 이들이 검찰의 꽃인 검사장을 달 것이라는 얘기다.

추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 출석해 지난 2월 인사는 비정상의 정상화였다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 인사의 기소는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일해온 인재들을 발탁하고, 전문검사제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총장고 함께 일했던 대검 간부들을 줄줄이 좌천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채널A기자 수사를 이끌고 이정현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부단장을 맡으면서 검찰개혁에 앞장섰던 이종근 서울남부지검 1차장 등이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한명숙 전 재판 위중교사 의혹 수사팀 중 일부 검사와 검찰 내부망을 통해 장관 지휘 위법성을 지적한 검사들에게는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인사 방향에 따라 항명성 줄사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애초부터 추 장관이 생각해놓은 복안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검사장 공석 자체가 지난 인사 때보다 적어 경우의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석열 라인 등이 대거 좌천되더라도 윤 총장은 총장 임기를 끝까지 지킬 것으로 보인다. ‘부당한 지시에 따를 의무가 없다고 소신을 밝히던 그의 이미지와 그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에서 직무배제 후 좌천당해 고검 검사로 전전했을 때도 검찰을 떠나지 않았다. 그때처럼 지금도 어떤 모욕과 압박에도 끝까지 남겠다고 이를 악물고 있을 거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식물총장이라도 정치권력으로부터 끝까지 버텨낸 검찰총장을 역사에 남기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 검찰 독립성을 보여주는 길이라는 판단도 더해졌을 것이란 평이다.

버티는 윤석열 대망론 시작? 정치권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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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문재인 정부를 향한 민심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윤 총장을 직접적으로 내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측면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버티는 윤 총장을 직접 내칠 경우 오히려 윤석열 대망론만 키워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들어 놓고 추미애-윤석열 불안한 동거를 임기 말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서초동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버티는 것은 윤석열 대망론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10%의 지지율을 얻어 전체 대선주자 3, 야권 내 1위를 기록하면서 단번에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추 장관과 대립 구도에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이 일어나며 그의 정치적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서초동 한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윤 총장은 99%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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