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지난 16일 아침 통합당, 오랜만에 화색이 돌고 분위기가 좋았다. 민주당과 오차범위 이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1개월 반을 넘어섰고, 여권엔 악재가 연속 터지고 있지만 통합당 지지율은 잠잠했다. 이날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31.1%로 민주당 35.4%를 바짝 뒤쫓았다(TBS 의뢰, 13∼15일 1510명 대상·95% 신뢰 수준 표본오차 ±2.5%p,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사뭇 달랐다. 통합당 지지율은 21%로 지난주보다 1%p 올랐을 뿐이다. 민주당 지지율은 38%로 전주보다 2%p 떨어졌다.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무당층 등은 지난주와 똑같았다(한국갤럽 자체, 14∼16일 1001명 대상·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불과 하루 차이로, 비슷한 시기에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나. 갤럽과 리얼미터 여론조사 중 어디가 더 정확할까?

요즘 분위기는 민주당에 썩 좋지 않다. 총선 이후 북한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법무부와 검찰 충돌, 국회 개원 갈등, 부동산대책 후폭풍,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이 연달아 터졌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그렇다면 리얼미터 여론조사가 더 정확할까?

우선 조사방식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갤럽은 전화면접조사, 리얼미터는 ARS(자동응답조사) 방식이다. ARS는 조사 당시의 정치 사회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월요일엔 박 시장 영결식이 열렸다. 같은 날 성추행 피해자 측도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낱낱이 공개했다. 화∼수요일 의혹이 확산했고 여권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ARS 여론조사는 월∼수요일 실시됐다. 따라서 박 시장 발(發) 부정적 여론을 과도하게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화면접조사 방식의 한국갤럽 조사도 비슷한 여건에서 실시됐다. 전화면접조사는 ARS와 달리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반영할 수 있다. 조사원이 전화를 걸어 질문하기 때문에 들뜬 분위기가 다소 진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에서 2040 통합당 지지율은 여전히 10% 초반이다. 2017년부터 3년째 이어지는 흐름이다. 리얼미터에서 2040 통합당 지지율은 20∼30% 내외다. 여론조사 차이는 주로 여기서 발생한다.

응답률도 갤럽과 리얼미터 통합당 지지율 격차의 원인이다. 갤럽 응답률은 14%, 리얼미터는 4.7%이다. 응답률이 낮으면 적극 지지층의 참여가 활발한 정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박 시장 발(發) 부정적 여론이 최고조에 달한 여건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침묵하고 통합당 지지층은 ARS 여론조사에서 활발하게 응답했을 수 있다.

통합당 지지율은 갤럽이 더 정확할 개연성이 있다. 통합당에 대한 2040 신뢰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 여론은 한두 달 혹은 1∼2년 사이에 크게 바뀌지 않는다. 총선 이후 여권으로 악재가 쌓이고 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통합당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도 없다. 설사 민주당에 실망했다고 하더라도 통합당으로 옮겨올 만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다. 지난 총선 한 달 전쯤 통합당 출범 직후도 오차범위 접전을 펼친 적이 있다. 그러나 잠시, 그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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