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한진重 불꽃튀는 소송전...1심 기각 판결 불복 항소

동서울터미널 건물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동서울터미널 건물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서울시 동서울터미널 부지 재건축에 따른 퇴거 문제로 한진중공업과 임차상인들의 갈등이 고조에 달했다. 2018년 12월31일부로 동서울터미널 내 임대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는 내용증명이 전달된 이후 임차상인들은 현재까지 한진중공업과의 장기 소송전을 펼치고 있다. 상인들로 구성된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최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1심 기각 판결에 대한 불복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재판부는 지난 15일 판결을 통해 강제집행을 사건의 판결 선고까지 정지할 것을 결정했다.
 

- 동서울터미널 재건축, 퇴거 문제로 한진중공업-임차상인 소송 장기화
- 준재심 청구 기각 이후 항소…강제집행 정지, 한진重에 담보 공탁 조건



임차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한진중공업은 자금 등의 문제로 동서울터미널 재건축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자, 지난해 7월 신세계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공동으로 ‘신세계동서울PFV’를 세웠다. 신세계프라퍼티가 85%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며 한진중공업이 10%, 산업은행이 5%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후 3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한진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에 터미널을 매각하면서 상인들에게 연말까지 가게를 비울 것을 통보했다.
 

동서울터미널 건물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동서울터미널 건물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퇴거 통보에 떠난 이들
준재심 청구, 법원 ‘기각’


일부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의 결정에 반발해 퇴거 기한을 넘겨 현재까지도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동서울터미널에 남은 임차 상인은 약 25명. 이미 80%에 해당하는 상인들이 한진중공업의 퇴거 통보에 동서울터미널을 떠난 상태다. 이렇다 보니 터미널 한 편에 비어있는 점포를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남은 상인들로 구성된 비대위원들은 매일 오후 4시께 동서울터미널 앞에서 상생대책 협의 없는 강제퇴거를 거부한다며 규탄시위를 펼쳐가고 있다. 지난 15일 시위에 참여한 비대위 소속 한 상인은 “시위에 참여하는 위원의 대부분이 여성과 고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장기 시위로 지쳐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강제집행의 두려움에 심적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현재 비대위 측과 한진중공업 간의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 작성한 화해조서를 두고, 비대위 측은 상인들도 모르는 사이 작성된 무효한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화해조서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재건축에 들어가는 경우 상인은 요구 없이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문서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특히 화해조서를 작성할 변호사를 한진중공업 측에서 선임했고, 수임료를 지급했다는 점에서 해당 화해조서는 무력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측은 이런 내용을 골자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준재심을 청구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법원의 기각 판결이 내려졌다.

강제집행, 선고까지 정지
“보상 말고 상생재건축” 


비대위 측은 이 같은 판결을 두고 최근 사법부를 향한 규탄 시위와 함께 항소와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현재 항소 재판은 진행 중인 상태이며, 지난 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비대위측의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결정 주문 내용에 따르면 “집행력 있는 화해조서 정본에 의한 강제집행은 (중략) 사건의 판결 선고까지 정지한다”며 신청인(상인)이 피신청인(한진중공업)을 위해 담보로 2500만 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담보에 따른 공탁금은 상인 별로 금액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서울터미널 건물 내외부에 걸린 현수막 [사진=양호연 기자]
강제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결문

고희동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대위원장은 “강제집행 정지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으로 ‘다행’이라는 생각과 ‘정당한 판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제집행 정지에 따른 결정문을 집행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2500만 원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있었다. 비대위 한 관계자는 “상인들마다 담보를 위한 공탁금 액수가 다른데, 적게는 2000만 원부터 8000만 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담보 공탁금을 내지 않는 동안 무력을 앞세워 강제집행‧철거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한편 강제집행 정지에 대한 결정이 있기 하루 전인 지난 14일, 관리주체 (주)금경인터내셔날측은 비대위 측에 분쟁조정 중재안을 발송했다. 해당 중재안에는 임차인에 대해 이사비를 임대평당 10만 원씩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대 점포의 평수가 10평이라고 가정하면 약 100만 원의 이사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10년~20년 단위로 구분해 영업기간에 따라 임대료와 관리비를 6개월~8개월 분을 면제해 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에게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돈 몇 푼으로 상인과 상인 가족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으려고 하는 상황과 다름없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30년여 동안 지켜온 자리에서 쫓아내지 말고, 추후 터미널이 재건축되면 그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무지의 땅에서 상인들이 오랜 시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빼앗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상생재건축으로 모두가 상생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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