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에 대한 갑질은 ‘사회문제’...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무환경으로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경비노동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붙은 모습 [뉴시스]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실 앞에 경비노동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붙은 모습 [뉴시스]

지난 5월 중순 서울시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계속된 폭언과 폭행으로 인해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가 존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7월 8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대책(이하 경비원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지속해서 사회문제가 된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폭언 등 갑질을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한 경비원을 보호해 경비원 등 공동주택 근로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근무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에는 이번에 발표된 경비원 개선 대책의 주요 내용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특히 노동법 분야에서의 경비원 보호 대책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경비직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 제63조에 따라 ‘감시적 근로자’로 적용돼, 2014년까지는 최저임금의 90%만 적용받고, 주휴수당이나 연장 및 휴일근로수당도 별도로 지급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에서조차 차별적 요소가 존재한다. 물론, 근로시간을 특정하기 힘들고, 업무의 특성상 휴게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에서 일반 근로자처럼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과 경비원에 대한 임금이 높아지게 되면 아파트 입주민들의 관리비가 증가해 오히려 경비원 수를 줄여 고용 자체가 감소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열악한 근로조건에 처해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환경에 있어 입주민들의 폭언이나 폭행으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심지어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자, 정부가 이번에 경비원 보호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이며, 크게 ①입주민 등 갑질 관련 대응체계 마련 ②입주민 등 갑질 근절을 위한 인식개선 노력 ③경비원 등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 ④공동주택 경비원 업무 범위 명확화 ⑤공동주택 경비원 실태조사 실시 등을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할 계획이다. 

입주민 등 갑질 관련
대응체계‧인식개선 노력


먼저, 공동주택 입주민 등의 갑질을 예방하고, 경비원 등이 갑질 피해를 봤을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를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경비원 등 근로자에 대한 폭언 등의 금지 및 발생 시 보호에 관한 사항’을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령 개정 전이라도 ‘표준 관리규약 준칙’을 마련하고, 관리규약 준칙에 반영될 수 있도록 시ㆍ도지사에 권고한다. 또한, 공동주택 경비원 등에 대한 갑질신고를 범정부 ‘갑질피해 신고센터(국민신문고)’로 일원화하고, 경비원 등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수사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할 계획이다.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의 인식개선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사실 경비원은 회사에 다니다가 정년에 도달해 퇴직한 우리 자신의 아버지 같은 분들이며, 아파트 내에서의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수고해 주시는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내는 관리비로 월급을 준다는 명목으로 허드렛일을 시키는가 하면, 폭언이나 심지어 폭행을 일삼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공동으로 아파트 내 상호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입주자대표와 관리사무소장 등을 대상으로 경비원 인권존중 등 윤리교육을 의무교육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비원 등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


공동주택 경비원이 고용불안 없이 갑질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경비원의 고용관계 및 근무환경을 개선한다. 우선,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근로조건 자가진단, 노무관리지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 등 지도점검을 실시한다. 자가진단의 경우 올해 6~7월 중 전국 공동주택 전체를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법령을 준수할 수 있도록 자가진단표를 배포하고, 노무관리가 취약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최근 5년 이내 법 위반 신고사건 단지 등)를 대상으로 7~8월 사이에 노무관리 진단을 실시해 노동관계법 준수를 지도할 계획이다. 또한, 노무관리지도 이후 개선되지 않거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등으로 신고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는 고용노동부에서 직접 근로감독을 실시하게 된다. 

특히, 경비원 등에 대한 장기 근로계약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공동주택 경비원 실태조사 결과를 통해 단기 근로계약이 만연한 공동주택을 노무관리지도 및 근로감독 대상으로 해 지도할 계획이다. 

주로 고객을 응대하는 근로자 외에도 고객으로부터 폭언 등 피해를 입은 근로자에게 업무의 일시적 중단, 전환 등 보호조치를 하도록 하고, 이러한 조치 요구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를 금지하고, 피해 근로자에 대한 직업적 트라우마 상담 및 스트레스 상담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입주민과 경비원 간의 갈등 등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범위 및 기준을 명확히 한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동주택 경비원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고, 경비원의 업무실태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또한, 경비원의 건강 및 권리 보호를 위한 승인방식 개선, 휴게와 휴식의 기준 강화 등 감시ㆍ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운영 개선도 검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경비원의 근로계약 기간, 근로시간, 휴게실 설치 여부 등 근로여건에 대한 정기적 조사체계를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하고, 조사결과를 통해 근로여건이 취약한 단지를 선별해 고용노동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도 또는 감독하는데 활용한다. 

또한, 관리규약 등 제도개선, 교육 실시, 경비원 업무 개선 등 대책 이행상황에 대해 내년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번 경비원 개선 대책을 통해 앞으로 동종ㆍ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자칫 경비원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갑작스럽게 변화되는 경우 관리비의 급상승으로 인한 반대 또는 경비원 고용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해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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