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탄 '부착미생물'이 유충 번식 원인일까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의 한 아파트 수돗물에서 나온 유충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인천에서 시작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활성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환경부가 전국 고도처리 정수장 49개소를 점검한 결과, 공촌‧부평 정수장을 포함한 7곳의 활성탄에서 유충이 발견됐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서울물연구원이 발간한 ‘서울워터 2016’,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인원들이 연구한 ‘정수처리에서의 생물활성탄 공정(2009년)’ 자료 등을 분석해 입상활성탄과 유충의 관계를 살펴봤다.

공촌부평 정수장 등 7곳 활성탄서 유충 발견···활성탄 어떤 역할하나

입상활성탄-생물활성탄의 차이는?···교체재생주기 좁힐까

현재까지 밝혀진 수돗물 유충의 원인에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모두 고도정수처리 과정과 관련된 내용이다. ▲활성탄의 역세척 주기가 늦어 발생했을 가능성 ▲활성탄 여과지에 벌레가 날아들어 알을 낳았을 가능성 ▲잔류 오존 농도가 적어 유충이 살아있었을 가능성 등이다.

활성탄은 고도정수처리 공정에 사용된다. 고도정수처리 공정이란 기존 표준정수처리 공정(혼화→응집→침전→여과→소독)으로 제거할 수 없는 미량 유기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추가한 정수처리 공정이다. 고도정수처리 공정은 오존 및 입상활성탄 사용하는 과정이다.

표준정수처리 공정-고도정수처리 공정 비교. [자료=환경부 제공]
표준정수처리 공정-고도정수처리 공정 비교. [자료=환경부 제공]

표준정수처리 공정 전환

환경부 “안전 변화 없어”

활성탄은 입자 크기에 따라 구분된다. 분말활성탄(PAC)와 입상활성탄(GAC)이다. 분말로 존재하면 분말활성탄, 입상으로 존재하면 입상활성탄인 것. 활성탄은 목재, 톱밥, 야자껍질, 석탄 등의 원료를 활성화과정을 거쳐 생산한 흑색 다공질 탄소 물질이다. 숯과 비슷한 물질인 셈. 넒은 표면적 및 흡착력으로 수중의 미량 유기물질을 흡착하는 성질을 가진다. 이 때문에 정수처리공정 중 미량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고도정수처리에 도입된 입상활성탄은 맛냄새 물질, 페놀류, 농약, 유기 화합물질 등을 제거한다. 국내 정수장에서는 주로 시민들의 수돗물 불신을 유발하는 맛냄새 물질(지오스민, 2-MIB) 제거용으로 사용 중이다. 현재 환경부가 밝히는 입상활성탄 효과는 사용 시 맛냄새 물질을 약 91~97% 제거 가능하며, 오존처리와 병행할 경우 100% 제거 가능하다. 표준정수처리 과정만 거칠 경우 맛냄새 물질이 30~80%만 제거된다.

현재 입상활성탄이 수돗물 유충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 환경부는 유충 발견 이후 즉시 활성탄 교체 또는 세척‧오존 주입율 상향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유충이 발견된 고도정수처리장은 표준정수처리 공정으로 전환했다. 오존 접촉조와 입상활성탄 여과지 과정을 중단한 것이다. 사실상 고도정수처리 공정을 제외하더라도 수돗물 안전에는 무리가 없다는 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미생물, 깔따구 먹이?

그렇다면 입상활성탄과 유충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입상활성탄은 오염물질을 제거한다. 그러나 혼자만 역할을 하는 게 아니다. 활성탄 표면에 자라는 미생물도 물속 유기물을 흡수‧제거한다. 이 미생물 덩어리가 깔따구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입상활성탄은 전세계적으로 용존유기물 제거를 위해 널리 사용되는 공정이다. 미세기공이 발달해 맛냄새 물질, 소독부산물 등 미량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흡착 제거한다. 불특정한 자연유기물(NOM)도 제거해 염소요구량을 감소시켜 소독부산물을 저감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입상활성탄은 초기, 물리적인 흡착에 의해 유기물 제거를 하지만 운영기간이 증가하면 미세기공이 유기물과 부착미생물 등에 의해 포화돼 흡착능이 감소한다. 흡착능 유지기간은 유입수 수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 6~12개월이라고 알려진다.

활성탄 여과지 운영기간이 증가하면 활성탄에는 부착미생물이 증식한다. 미생물 군집이 안정화, 형성되면 다양한 생분해성 유기물이 제거될 수 있기 때문에 흡착능이 사라지더라도 활성탄 여과지에서는 일정 수준의 용존유기물 제거가 가능하다. 이런 부착 미생물의 생분해 작용에 의해 용존유기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생물활성탄(BAC)이라고 한다.

그럼 생물활성탄 공정과 입상활성탄 공정은 다른 맥락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사실상 입상활성탄을 장기간 사용하면 생물활성탄이 되는 것이다. 1970년대 유럽에서 활성탄이 파과(break through)에 도달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에 대한 제거능이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활성탄의 장기간 사용으로 다양한 미생물들이 자연적으로 군집을 형성‧서식하는 것을 알게 된 것. 이것이 생물활성탄 공정의 시발점이 돼 유럽을 중심으로 북미 등에서 연구가 중점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활성탄의 교체나 재생주기는 입상활성탄 공정으로 유입되는 용존 유기물질의 부하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6개월~12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어, 교체나 재생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고가이기 때문에 정수처리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생물활성탄 공정으로 사용할 경우 활성탄에 흡착된 유기물이 부착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포화된 미세기공이 재생된다. 이 때문에 활성탄의 재생주기를 연장할 수 있다. 또 생물활성탄은 배급수계에서 미생물 재증식을 유발할 수 있는 AOC(Assimilable Organic Carbon), BDOC(Biodegradable Dissolved Organic Carbon) 성분을 제거해 생물학적으로 안전한 물을 생산하는 데도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물활성탄 운영 시 부착미생물이 과도하게 증식될 경우 미생물이 누출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부분 후염소 공정에 의해 소독된다. 그러나 활성탄의 분탄과 함께 미생물이 누출되면 미립자는 세균의 서식지로 작용할 수 있으며, 소독제로부터 보호작용을 해 소독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활성탄 여과지 후단에 완속여과지나 막여과 등 추가적인 여과 공정을 도입해 과도한 미생물 증식 억제를 위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종합하면 입상활성탄 교체나 재생주기가 늦어질수록 부착미생물이 증가해 흡착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부착미생물은 입상활성탄의 재생주기를 연장시킨다. 또 활성탄의 흡착능이 사라지더라도 부착미생물에 의해 안정적인 용존유기물 제거가 가능하다. 다만 미생물이 깔따구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점, 유충으로 인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고도정수처리 과정, 나아가 입상활성탄이 유충 번식의 핵심으로 밝혀질 경우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분말활성탄-입상활성탄 비교. [자료=환경부 제공]
분말활성탄-입상활성탄 비교. [자료=환경부 제공]

서식환경 미제공 ‘핵심’

어떤 조치 내놓나

물론 오존을 가동할 경우 강한 오존 냄새로 인해 깔따구가 알을 낳을 수 없는 조건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그러나 오존과 입상활성탄을 병행한 정수장에서도 유충이 발견돼 오존 미가동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현재까지는 성충 깔따구 유입을 차단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입됐을 경우에는 군집하거나 생식행위를 못하게 하는 방법, 유충(알)을 제거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수처리 공정에 깔따구 성충이 노출되는 환경을 차단하는 등 서식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것이 핵심인데, 입상활성탄에 증식하는 부착미생물이 원인일 경우 입상활성탄 교체나 재생주기를 좁히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또는 역세척 주기를 좁혀 유충이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두 가지 방법 모두 부착미생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고도정수처리장에서 표준정수처리 과정으로 전환했음에도 유충이 계속해서 유출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입상활성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입증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표준정수처리 과정으로 전환된 정수장에서 유충이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활성탄이 수돗물 유충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국내 정수장에서 활용 중인 대부분의 활성탄이 중국산이기 때문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공유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6년 업체들이 저질 중국산 활성탄을 국내에서 생산한 활성탄으로 둔갑시켜 전국 정수장에 납품한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전국 대부분의 정수장에서는 중국산 입상활성탄을 사용 중이다. 미국산 칼곤 카본(현재는 일본기업이 운영) 입상활성탄을 사용하는 곳도 많다. 미국산 칼곤 등의 제품은 비교적 고가다. 고가의 입상활성탄은 재생주기가 길지만 품질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산은 재생주기가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에서 품질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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