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일요서울]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일성 주체사상' 논란이 벌어졌다. 탈북민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로 규정하면서다. 청문위원으로 나선 여야 의원들까지 가세해 공방을 벌였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통합당 청문위원 중 첫 질의자로 나선 태 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궁금증이 대단히 많다"며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이라는 제목의 준비해온 자료를 꺼내 들었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이력을 언급하며 "1980년대 북한에서는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일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전대협 의장인 제가 매일 아침 김일성 사진을 놓고 거기서 충성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며 "과장된 이야기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태 의원은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은 남한을 적화통일 시켜보겠다고 간첩을 내려보내서 소위 지하당 조직 복구 활동을, 그때 내려왔던 간첩이 쓴 책 '아무도 나를 신고하지 않았다' 읽어본 적 있느냐"며 "339페이지, 이 후보자의 내용이 맞느냐"라고 물었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당시 이 책을 쓴 남파 간첩을 신고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도 했다.

이때까지 방어적으로 해명하던 이 후보자는 태 의원이 "후보자님께서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다. 신봉자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한 게 있느냐"고 묻자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저에게 사상전향을 묻은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으로서 묻는 거라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고 응수했다.

나아가 "북에서는 사상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라며 "의원님께서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남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태 의원은 "사상검증이라는 그 말이 싫으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4선 국회의원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포기, 전향했느냐'고 묻는 건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통합당 김석기 의원이 "후보자가 과거 김일성 사상, 전대협을 하지 않았느냐. 주체사상을 그대로 신봉하고 있느냐고, 사상에 대해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의원을 겨냥해 "같은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따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 박진 의원도 가세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자의 경우 과거 학생운동 시절에 투쟁과 혁명, 발언 등으로 인해서 이념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보관하고 있는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이라는 자료의 작성자가 '이인영'으로 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당시 후보자가 작성한 글이 맞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틀리다"고 일축했다.

같은 당 조태용 의원도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을 직접 쓰신게 아니죠"라고 묻기 위해 '38선 이남을 보고 온 양키 침략자는 (후략)' 문장을 그대로 읽었다. 이 후보자는 "제가 쓴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다"고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조 의원은 "이 후보자는 처음부터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없고 지금도 주체사상을 신봉하지 않는가"라고 거듭 물었다. 

같은 당 정진석 의원은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이미지가 '반미' 혹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십상"이라며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위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 검증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통합당 의원들의 사상검증 질문이 계속되자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사상에 대한 검증 이상의 전향 운운하는 것은 후보자를 폄훼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태영호 의원이) 1980년대 우리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이해부족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오후에는 후보자 33년 전의 사상을 검증하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며 "위원장께서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태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떻게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에게 청문회 (질문) 선을 그을 수 있는가"라며 "오늘 이렇게 야당 의원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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