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 질문에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 직격
아들 병역 문제제기에 "답변할 시간 달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일요서울] 김일성 주체사상과 아들의 병역 면제 의혹으로 가열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태도 논란이 벌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 초반은 '김일성 주체사상'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이 후보자를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로 규정했다. 같은 당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급기야 태 의원이 "후보자님께서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다. 신봉자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한 게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저에게 사상전향을 묻은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으로서 묻는 거라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고 응수했다.

나아가 "북에서는 사상전향이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있다"며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건 남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이 "과거 학생운동 시절에 투쟁과 혁명 발언 등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받아왔다", 조태용 의원이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을 직접 쓰신 게 아니냐" 등을 묻자 이 후보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사상 문제에 관한 질문이 주로 있었는데 좀 듣기 거북하냐. 어떻느냐"며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이미지가 '반미' 혹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십상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위원이 되고자 하는 후보자에게 어느 정도 검증은 당연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면제에 대한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통합당에서 진료 기록 등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자 "병무청 CT 자료만으로 판단해도 충분할 일을 왜 우리 아이의 개인 신상이 있는 의료 자료까지 요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과거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글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진 미래통합당 의원이 과거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글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것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2020.07.23.[뉴시스]

 

김석기 통합당 의원이 "(이 후보자 아들이) 면제 판정 열흘 전 무거운 물통을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는 게 (공개된) 동영상에 나왔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며 "동영상을 보면 자유자재로 놀고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닌다"고 의혹을 제기하자 이 후보자는 굳은 표정으로 내내 김 의원을 응시했다.

김 의원이 자신의 답변을 끊자 "좀 들어줘야 하지 않느냐. 이 정도 이야기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도 답변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며 "짧게 대답할 수 없는 성격의 것들"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이후 아들의 신체검사 경과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답변이 길어지며 야당에서 "됐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또 다시 언성을 높였다. 그는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된 게 아니다. 제 아들과 관련해서 너무 오랫동안 열광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았느냐. 6분 동안 질문을 혼자 하시지 않았느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정진석 통합당 의원은 "후보자에게 노파심으로 말씀드린다. 이 후보자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불필요하게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는 게 정말 잦다"며 "정책 문제와 신상 문제는 (청문회) 단골 메뉴로 물어왔던 것이다. 가족의 병역 문제와 같은 예민한 문제는 거듭 확인할 의무가 있다. 질의를 받는 후보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건 유감스럽다. 스스로 콘트롤할 것을 조언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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