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없이도 사는’ 일반인들에게 법은 한참 어려운 존재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법 없이도 사는’ 것이 아니라 법을 모르고 사는 것이다. 그것이 살아가는 데 오히려 속 편하고 조금이라도 더 잘 살 수 있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이는 수천 년 전 인간의 생활을 법이 지배하기 시작한 이래 고금동서를 막론한 진리이다.

법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 법률적 판단은 더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법률 전문가가 생겨난 것이고, 그들은 그들만의 독점적 리그를 만들어서 이 사회에 군림하려한다. 그들의 법률적 판단은 우리 일반인들의 국민적 정서와는 다른 판단을 하기 일쑤이고 그래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한다.

대개 정치인들에 대한 고무줄 판단이 그렇고, 재벌총수와 같은 기업인들에 대한 정의(情誼)적 판단이 그렇고, 성범죄 등과 같은 악질 범죄에 대한 관용적 판단이 그렇다. 이러한 판단은 사회정의에 역행하고 있으며 사법부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정치권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독무대였다.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파기환송으로 인해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권 후보로서의 광폭 행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누구도 얘기하기를 꺼리는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으며, 본인은 출마하지도 않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권경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천하의 이재명이라고 해도 아직 정당정치 울타리 속의 이재명에 불과한가 보다.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내년 4월 실시 예정인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에 입각하여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이 상도라고 하던 호기는 온데간데없고,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언론이 오보를 냈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천상계의 이재명이 지상계로 내려온 순간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글에서 “공인으로서 국민과 당원들의 관심이 집중된 이 현안에 대해 생방송에서 예정되지 않은 ‘내심의 의견’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취할 태도는 답변회피, 거짓말, 사실대로 답하기 세 가지입니다. 거짓말은 할 수 없습니다. 답변회피는 정치기술로 매우 중요하지만 이 역시 대국민 기망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답했습니다.”라고 자신의 발언 경위를 설명했다.

필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습관적으로 사실만을 얘기하는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즉, 그가 TV토론이 되었든, 경기도의회에서의 답변이든, 언론인터뷰든 그의 이름을 걸고 하는 발언에 대해 오로지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참정치인이라는 생각에 도달한 것이다. 이렇게 진실된 정치인을 왜 그렇게 부정적 시각으로만 보아왔는지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렇다면 지난 16일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의를 왜곡하여 판결한 것은 아닐까? 판결문에는 지난 2018년 경기지사 선거 KBS토론회에서의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위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자인 공소 외 6이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그 보건소장을 통해서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질문한 데 대하여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피고인의 위 발언은 의혹을 제기하는 공소 외 6의 질문에 대하여 이를 부인하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뿐 이를 넘어서 어떤 사실을 적극적이고 일방적으로 널리 드러내어 알리려는 의도에서 한 공표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라고 언급하며 무죄취지로 수원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직설적으로 사실만을 얘기하는 정치인인데, 지난 16일의 대법원 판결은 그의 발언을 곡해한 것이 아닌가 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