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동·서양이 맞붙은 첫 대규모 전쟁은 1223년 몽골과 러시아의 칼카 강 전투다. 칼카 강 전투는 몽골과 중세 유럽의 전형적인 전투. 전술을 보여주는 전투로 꼽힌다. 러시아-쿠만연합군은 우세한 인력을 믿고 중무장한 기사단과 농민이 중심이 된 보병대로 구성된 연합군으로 맞섰으나 몽골은 말 타고 활 쏘는 기병 중심의 기동력과 특유의 ‘망구다이’ 전술로 승리를 이끌어 냈다. 

‘망구다이(붉은전사)’ 전술은 돌격부대가 수차례 적들을 공격하다 패한 듯 도망쳐 적의 본진을 끌어낸 뒤 본진과 함께 반격하여 괴멸시키는 것이다. ‘망구다이’는 칼카강 전투에서는 9일 동안, 1241년 폴란드와 독일 용병과 맞붙은 '레그니차 전투'에서는 6일 동안 공격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적군을 본진이 있는 곳까지 유도했다. 이를 모르는 유럽연합군은 계속된 추격전으로 지칠대로 지친데다가 진영마저 분열되어 막상 몽골 본진과의 전투에서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궤멸 당했다.

당시 중세 유럽군의 전술은 한마디로 기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중장기병 집단이 일제히 돌격하는 것이다. 당시 기사는 철갑통 모양으로 된 갑옷과 긴 창 등 1인당 70kg에 이르는 보호장구를 착용, 한번 넘어지면 종자(하인)가 도와주지 않으면 일어서기도 힘들었다. 반면 몽골군은 유럽 활보다 두 배 이상 멀리 나가는 몽골활과 개인별로 1~4마리 말, 휴대용 식량으로 밥도 잠도 말 위에서 해결하며 하루 24시간 달리는 탁월한 기동력과 전투력을 자랑했다.

특히 전투를 시작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망구다이’ 전술로 용맹한 전사들이 먼저 나아가 희생을 감수하고 적군을 유인한 뒤 본진 기병대가 추격전으로 흐트러진 적의 밀집대형을 무너트렸다. 이어 신속한 통신기마병을 이용한 작전 지시로 적을 사방에서 포위 공격해 사기를 떨어트린 뒤 후퇴하는 적들을 끝까지 쫓아가 전멸시켰다.

새삼 몽골군 유럽 침공사를 말하는 것은 4.15총선 이후 여.야의 행보가 몽골과 유럽연합군의 전술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이낙연, 이재명, 정세균, 김경수, 김부겸, 송영길, 우상호, 추미애, 박주민, 박영선, 기동민, 박용진 등 잠재적 대권 후보 또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뛰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조직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이슈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고 존재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통합당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외에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당내에는 원희룡, 오세훈, 김세연, 김용태, 유승민, 나경원, 황교안 등이 있고 범야권에는 안철수, 홍준표, 윤석열, 김문수 등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김종인 위원장에 의해 이미 한 번씩 칼질을 당했다. '자격미달'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각제 개헌을 애기한다. 대통령후보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지금 야권 진영에서는 대선후보나 서울. 부산 시장 후보 등 누구든지 김종인 위원장의 눈 밖에 나면 낙점받기 힘들다고 한다. 모두 알아서 기는 분위기다. 심지어 차기 지방선거 단체장 도전자들은 김종인 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에 열심히 참석한다. 눈도장이라도 찍고 싶기 때문이다.

여권 후보들은 개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팍팍 올리는데 주력한다면 여권 지도부는 정국 전략 수립 및 조성에 나서고 있다. 여권 지도부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자살로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재. 보권선거가 대선 전초전이 되자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개헌' 이슈를 조기에 부상시키려고 한다. 또 '국회.청와대 세종시 이전' 을 추진, 개헌과 동시에 충청권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부동산.박원순 이슈를 덮기 위한 것이 아니라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한 포석이다.

여권이 돌진하는 몽골군이라면 야권은 1대1 정면승부에 강한 중무장한 기사와 보병의 밀집대형을 유지하는 유럽연합군이다. 여권은 ‘망구다이’ 전술로 야권 진영을 흔들고 치고 빠지면서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야권은 김종인 위원장 1인 중심의 밀집대형으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헌당규를 새로 만들고 각종 정책 위원회를 만들어 정책대안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대선과 4월 재. 보궐 후보는 본인이 낙점하려고 한다. 

몽골군은 무거운 갑옷과 창으로 무장, 기동성 있게 싸울 수 없는 전위의 기사들만 쓰러트리면 보병 밀집대형은 쉽게 무너트릴 수 있었다. 전멸시켰다. 코로나19 방역 성공 이유 중의 하나가 '국민(의료인)과 기업'이 아이디어와 진료. 기술을 제공하고 정부가 이를 수용하고 지원한 결과라고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당헌당규를 새로 만들고 각종 정책 마련에 공을 들이는 것은 사실상 차기 대선 공약을 준비하는 것이다. 본인이 만든 꽃가마에 대선 후보를 앉히겠다는 의도다. 그렇게 킹 메이커가 다 만들어 놓은 꽃가마에 앉혀 성공한 대선이 없다. 지금은 새로운 당헌당규가 아니라 국민에게 당헌당규를 파괴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은 잠재적 대선 후보들이 ‘망구다이’가 되어 드넓은 전쟁터를 휘저으며 성과를 만들어내도록 해야 한다. 야권의 차기 선거 승리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김종인 위원장이 되고 있다. 그는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걸맞게  ‘망구다이’ 전술을 허용하고 유도하지 못한다면 사퇴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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