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유충’ 여파, 이용률 ‘최악’

성동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성동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이용률 저조 현상을 겪고 있는 옥외 아리수 음수대가 설상가상으로 ‘깔따구 유충’ 사태까지 겪으면서 존폐 기로에 놓인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현장을 찾아가 옥외 아리수 음수대 실태를 살펴보고,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기자는 지난 22~23일 서울 곳곳에 있는 옥외 아리수 음수대가 놓인 현장을 찾아갔다. 일요서울은 지난 2018년 4월에도 옥외 아리수 음수태 관리 실태를 살펴본 바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진 점은 우선 음수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취재 당시 음수대 위치를 알기 위해선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 ‘아리수 음수대 위치정보’를 살펴봐야 했다. 또 실제 위치와 다르거나, 최신화 하지 않은 곳도 있어 위치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는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아리수 공급경로 ▲음수대 위치 ▲상수도 공사 정보 ▲실시간 수질 정보 등을 알 수 있는 ‘아리수맵’을 도입했다. 기자는 ‘모바일 아리수’ 앱 내 ‘아리수맵’ 정보를 보며 음수대 위치를 파악해 방문했다.

성동구의 한강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성동구의 한강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성동구의 한강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에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수질검사결과는 ‘적합’으로 표시돼 있으며 검사일도 초과하지 않았다.

성동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는 몇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다. 음수 용도 수도 버튼을 몇 번 누르다 보니 버튼 쪽에서 물이 역류했다. 또 버튼이 잘 눌리지도 않았다. 수질검사결과, 검사일은 모두 적합했으나 이용률이 저조한 듯한 모습이었다. 밑에는 풀에 물을 주기 위한 호스가 나뒹굴고 있었고, 음수대 주변엔 나뭇가지 등이 널려 있었다.

용산구의 한 놀이터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용산구의 한 놀이터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용산구의 한 놀이터 내 아리수 음수대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물론 수질검사결과와 검사일은 적합 수준이었으나, 어린이집 등이 인근에 위치해 있어 어린아이들이 많이 이용할 음수대임에도 이끼가 가득했다. 또 수전 2개가 접촉 시 심하게 흔들리는 상태였다.

이끼 낀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이끼 낀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중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에서는 특이한 점이 확인됐다. 수도꼭지 부분이 흰색 플라스틱으로 돼 있었다. 세족 등을 하는 수도에는 검정색 고무 호스가 설치돼 있기도 했다. 이곳 또한 수질검사결과와 검사일은 모두 적합 수준이었다.

중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수도꼭지 부분이 흰색 플라스틱으로 돼 있다. [사진=조택영 기자]
중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수도꼭지 부분이 흰색 플라스틱으로 돼 있다. [사진=조택영 기자]

학교에 있는 옥외 음수대 관리 실태는 어떠할까.

성동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 내에 있는 아리수 음수대는 손을 세척하는 용도에 가까워 보였다. 두 개의 수도 중 하나는 풀에 물을 주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듯했다. 고무 호스가 끼워져 있었기 때문.

학교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옥외 아리수 음수대를) 아직 운영하지 않고 있다. 관리 주체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꼬박꼬박 점검을 나온다. 체크하고 문서화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냐’는 질문에는 “잘 안 마신다. 애들은 식당에 있는 물을 마신다. 야외 음수대는 운동하고 세수나 손 씻는 정도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아리수 음수대 수질검사 주기는 분기별 1회다. 즉 3개월에 한 번 검사한다는 얘기다.

성동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성동구의 한 공원 내 아리수 음수대. [사진=조택영 기자]

기자가 방문한 옥외 음수대 대부분은 검사일을 넘기지 않았다. 지난 2018년 취재 당시에는 검사일을 초과한 곳이 대다수였다. 많은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취재에서 나타난 것은 옥외 아리수 음수대를 이용하는 시민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멀리서 음수대를 이용 중인 시민인 줄 알았던 인물은 공원관리자였다. 음수대와 주변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리수 음수대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현장에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30대 시민 A씨는 “버스 손잡이도 잡을까 말까 고민하는 시대에 누가 음수대에 입을 대려하겠는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오는 만큼 옥외 음수대가 꼭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5세 아이를 둔 30대 시민 B씨는 일행과 함께 “우리 둘 다 같은 생각인데, (음수대가) 있어도 안 먹이고 싶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안 먹이고 싶고, 잘 보이지도 않는다. 물이 꼭 필요하면 사서 먹이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40대 시민 C씨는 “녹슬고, 손때가 많이 묻은 듯한 느낌을 받는데 코로나19까지 더해져 이용하기 싫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20대 시민 D씨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조금이라도 이용하지, 지금 상황에서는 폐쇄 민원이 들어와도 서울시에서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족 등을 하는 수도. [사진=조택영 기자]
세족 등을 하는 수도. [사진=조택영 기자]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이용률이 적으면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의 반응만 놓고 보면 사실상 옥외 아리수 음수대가 존폐 기로에 놓인 것이다. 시민들은 또 음수대를 유지하려면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원래부터 (시민들이) 잘 드시지 않았다. 손 씻는 용도로 많이 사용하셨지…코로나19로 인해 더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폐쇄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며 “필요한 시민도 있을 수 있고, 음용뿐 아니라 손 씻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서…그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단순히 폐쇄는 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종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다만 “수질검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수질 관리 강화 등을 조금 더 신경 써야 하는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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