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글] [일요서울김준석 언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투트랙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맞대결 상대는 정치적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 직후만 해도 이낙연 전 총리의 차기 당권 접수와 대세론을 의심하는 시각은 전혀 없었다. 총선 이후 100여일이 흐르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안정적으로 유지하던 차기 대세론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밑바닥에서부터 거세게 추격하면서 상황이 미묘해졌다.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역시 마찬가지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센 도전은 물론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전대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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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중 낙연이낙연, 지지율 하락세-이재명, 거센 추격 대안 부상
민주 당권경쟁 어대낙구도속 박주민 변수..이재명-김부겸 연대설

[본문]이낙연 전 총리는 당권·대권을 둘러싼 당 안팎의 회의론을 잠재워야 하는 최대 위기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대세론을 바탕으로 돌다리도 두들겨 가면서 건너는 이른바 부자몸조심전략으로는 더 이상 난국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이 전 총리 특유의 안정감과 절제된 언행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공격 포인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경쟁자인 이재명 지사와 김부겸 전 장관은 사상 최대의 이변을 예고하고 있다. 차근차근 점수를 쌓으면서 막판 대역전극을 노리겠다는 각오다. 이 전 총리가 차기 대권을 놓고는 이 지사와, 당권을 놓고는 김 전 장관과 정면승부를 벌이는 모양새다.

이낙연, 지지율 하락세이재명, 거센 추격 양강구도 허용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위기 상황이다. 한때 40%대 초반을 기록하며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대세론을 누린 것과 엄청난 차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만 3년간 대세론은 누려온 만큼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대법원 무죄판결로 정치적 부담을 던 이 지사가 무섭게 부상하면서 여권 차기구도는 사실상 양강구도로 좁혀졌다는 상반된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 전 총리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야권에서 대항마가 떠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수진영의 기대주로 등장하면서 이 전 총리 측의 고민을 한층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여야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를 살펴보면 이 전 총리의 하락세와 이 지사의 부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여야 주요 정치인 10여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이 전 총리는 23.3%1위를 기록했다. 이어 이 지사가 18.7%2, 윤석열 검찰총장이 14.3%3위를 각각 기록했다. 이낙연·이재명·윤석열 등 이른바 빅3를 제외하고는 5% 안팎의 도토리 키재기 수준이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5.9%),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5.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8%), 오세훈 전 서울시장(4.7%) 등의 순이었다.

가장 주목할 포인트는 이 전 총리와 이 지사가 차기 대선 양강구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 전 총리와 이 지사의 지지율 격차는 4.6%포인트에 불과하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의 표본오차가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차범위 이내다.

물론 여권의 텃밭인 호남(1위 이낙연 42.0%, 2위 이재명 21.5%)과 대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1위 이낙연 26.1%, 2위 이재명 17.3%)에서 이 전 총리의 강세는 여전하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1위 이낙연 23.7%, 2위 홍준표 15.5%)에서도 홍준표 전 대표를 누르며 보수진영으로의 외연확장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이 지사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40대와 본인의 정치적 텃밭인 경기도에서는 1위를 기록하면서 이 전 총리를 눌렀다. 이 전 총리가 지지율 반등세를 만들지 못하고 이 지사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민주당 차기 대권구도는 이낙연 vs 이재명의 양강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다분한 셈이다.

위기의 남자이낙연 승부수vs이재명, 무죄후 대권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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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리와 이 지사의 정치적 스타일은 상반된다. 이 전 총리가 절제된 언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리더십을 추구한다. 다면 이 지사는 핵심 지지층의 욕망을 정조준하는 직설의 정치인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4월 총선 이후 차기 지지율 40%대 초반을 정점을 지속적인 하락세를 이어왔다. 특히 주요 현안과 이슈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면서 지나치게 부자 몸조심전략으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실제 이 전 총리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 논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논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취재진 사이에서는 엄중 낙연이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였다.

그동안 차기 지지율은 40%대 초반에서 시작해 30%대 중반, 30%대 안팎을 거친 뒤 최근에는 20%대 초반으로까지 밀려났다. 최고 수준일 때와 비교하면 반토막 가까운 하락세다. 이 전 총리의 부자몸조심 전략이 그대로 드러나는 건 특유의 화법이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낙연 전 총리의 탕수육 먹는 법이라는 우스개가 유행할 정도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현안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관련, “대처가 좀 굼뜨고 둔감했다앞으로 후보이기에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의 맹추격으로 차기 대권가도에 비상이 걸린 만큼 앞으로는 변신을 시도하겠다는 다짐이다. 실제 이 전 총리는 부동산정책,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본인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이 지사는 총선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722일 대법원의 무죄판결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 여권 차기주자로서 이 지사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 다음날인 22일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을 비롯한 수십여명의 현역 의원이 몰려 정치적 위상도 과시했다.

실제 사법족쇄를 푼 이 지사의 행보는 거칠 게 없었다. 정국 현안에 대한 언급을 마다하지 않으며 여의도 정치권의 한가운데로 접어들었다. 특히 여권 지지층의 구미를 당기는 사이다 발언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져왔다. 지난 4월 코로나 총선 국면에서 전국민 특별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를 주도하고 신천지교회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도해 추진력이 강한 행정가 이미지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과 유사한 국면이다.

게다가 이 지사가 여권 차기 경쟁의 또다른 변수로 떠오르면서 오는 8월말 민주당 당권경쟁에도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 지사가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민주당의 차기 대권 경쟁도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다만 이 전 총리의 대세론이 예상외로 탄탄하다는 점에서 이 지사의 부상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지사는 정치적 발언이 잦아지면서 실언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게 맞는다.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가 당 안팎의 반발과 역풍에 무공천을 주장한 적지 없고 의견을 말한 것이라고 말을 바꾼 게 대표적이다.

민주당 8월전대, vs격차 축소속 박주민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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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총리 입장에 고민스러운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다. 이 지사와의 차기 대권 경쟁은 긴 호흡이라면 당권경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물론 민주당 안팎에서 이 전 총리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의심하는 시각은 없다.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예약해놓은 상황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이라는 이른바 어대낙이라는 우스개가 유행하고 있다. 이 전 총리의 입장에서 전대 승리는 당연한 것이다. 승리해도 본전치기 밖에 안된다. 변수는 득표율이다. 어느 정도로 압승을 거두느냐에 따라 이 전 총리의 당 장악력 제고는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의 위상이 엇갈리게 된다.

이 전 총리는 과반 이상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차기 당 대표에 선출되는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내심 70% 안팎의 압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다만 최근 당 안팎에서는 김부겸 전 장관의 상승세가 부각되면서 양측의 득표율 격차가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다.

또 대선주자로 떠오른 이 지사의 움직임에 재선의 박주민 의원이 전대 후보 등록 막판 당권경쟁에 가세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전대 압승을 발판으로 차기 대권으로 쾌속질주하려는 이 전 총리의 구상에 다소 금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 측이 전대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고심이 깊어지는 이 전 총리 측과 달리 김 전 장관은 직진 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특히 친노·친문 표심에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며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차기 대선 불출마에 대한 본인의 진정성을 강조하면서 영남에서 300만 표 이상 획득하면 우리 당 후보가 누구라도 이긴다. 2년 임기 전통을 이어 민주당 재집권을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한 전략적 투표를 요청하는 메시지다. 나아가 당 대표는 민심의 역풍에 매를 맞아가면서 후보들을 보호해야한다. 이미지 관리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7개월 한시 당 대표한계론에 놓인 이 전 총리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이 전 총리와 차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지사 측이 김 전 장관의 정치적 우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박주민 변수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가 점쳐졌던 박 의원은 시대를 교체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권경쟁에 참전했다. “재선 당 대표는 너무 이르다는 비판적 시각이 적지 않지만 차세대 리더로서의 이미지 획득이 가능하다. 다만 박 의원이 친문 표심을 일정 부분 잠식할 경우 친문진영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전대 낙승을 기대하는 이 전 총리의 입장에서는 정치적 셈법이 다소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낙연 전 총리의 대세론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이상 이어온 대세론의 벽은 의외로 견고하다면서 특히 21대 총선을 전후로 한 크고작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황교안 전 통합당 대표 등 정치적 라이벌을 누르며 바닥을 다져온 만큼 그 저력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다만 차기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요동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본인의 정치적 파괴력과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할 경우에는 이재명 지사나 김부겸 전 장관의 대안론이 점차 부각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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