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구‧수공예품 팔이 시켜…3~20개월 영아도

멕시코의 윅스퀼루칸주 피에드라 그란데의 고원지역에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 주택의 창문안에서  배급음식과 생필품을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이. [뉴시스]
멕시코의 윅스퀼루칸주 피에드라 그란데의 고원지역에까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한 주택의 창문안에서 배급음식과 생필품을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이. [뉴시스]

-치아파스주 검찰 아이들, 도시 중심가에서 신체적 정신적 학대 당해

-아이들, 시멘트 바닥이나 종이상자 위에서 자먹을 것 안 주기도

[일요서울] 멕시코 경찰이 남부 치아파스주의 한 시장에서 3주일 전에 유괴당해 사라진 3세 남아를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가 무려 23명의 유아와 어린이들을 유괴해서 착취하고 있는 한 집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주 검찰은 지난 20일 경찰 기습으로 발견된 아이들이 2살에서 15세까지 나이였지만 그 가운데에는 3개월에서 20개월 월령의 영아도 3명 포함되어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장터나 길거리에서 자잘한 장신구나 수공예품 등을 파는데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이 발견된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카사스는 식민지 풍의 관광도시로 유명하며, 그림 같은 풍경에 원주민 인구비율이 높아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이 때문에 자갈돌이 깔린 좁은 도로변에서 어른이나 어린 아이들이 조각품이나 수놓은 보자기 같은 지역 토산품을 파는 광경은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장사를 하는 꼬마들이 자기 집에서 강제로 납치당해 끔찍한 환경 속에 살면서 장사를 강요당한 셈이다.

치아파스주 검찰은 이 어린이들이 도시 중심가에서 수공예품을 팔도록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며 살았고 영양실조와 열악한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호르헤 야벤 검사는 “아이들 말에 따르면 아이들은 물건을 팔러 나갈 때 강제로 최소한의 금액을 벌어오도록 강요당했고, 그 돈이 없으면 밤에 먹을 것도 주지 않고 집안에 재워주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어린 아이들 대부분은 시멘트 바닥에 종이상자나 담요를 펼쳐 놓은 듯한 곳에서 자고 있었다.

이 사건으로 3명의 여성이 인신매매와 유아노동 혐의로 체포됐고, 아이들은 복지기관에 인도됐다. 일부 아기들은 얼굴에 멍이 든 채 구조팀이 나눠 준 도시락을 먹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이번 수색은 6월30일 산 크리스토발의 공영시장에서 사라진 2살 반짜리 아기 딜란 에소 고메스 페레스를 찾아달라는 엄마의 실종신고로 시작됐다.

인근 감시카메라를 조사한 결과 13살가량의 여자 아이가 아이의 손을 잡고 끌고 가는 광경이 발견돼, 어린이들이 다른 유아를 납치‧유괴하는 데에도 이용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원주민어밖에는 말도 못하는 아기가 사라진 뒤 엄마와 친척들은 필사적으로 아이 찾기에 나섰다. 그러나 검찰이 단속한 문제의 집의 강제노동 어린이들 가운데에는 이 아이가 없었고 아기 엄마는 “어디에서도 소식을 들을 수가 없었다”며 아이를 찾아달라고 울면서 호소하고 있다.

시장에서 야채를 팔며 살아온 페레스는 멕시코시티까지 가서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아이를 찾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누가 아이를 잡아가는 일은 한 번도 발생한 적이 없다며 수사를 부탁했다.

아이 아빠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나서 23세의 아이 엄마는 혼자서 아들 딜런과 여동생을 키우며 살아왔다.

<뉴시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