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선전‧선동...‘유튜브 세대 겨냥한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이 달라졌다. 기존과 달리 북한은 유튜브에 친숙한 세대를 겨냥해 ‘은아’와 ‘리수진’이란 북한 유튜버를 내세워 북한의 평범한 일상을 소개하며 영어와 중국어를 사용해 자연스러움으로 어필한다. 그간 北 조선중앙TV ‘리춘희’ 앵커를 통해 과격한 언행과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위대한 수령”, “반동” 등의 단어를 쏟아내며 북한식 억양이 가득하던 것과 상반된다. 스타일과 표현방식은 달라졌지만 북한 유튜버인 ‘은아’와 ‘리수진’도 모든 일상의 영광을 북한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돌리며 북한체제를 찬양‧선전한다는 측면에서 그들의 의도와 목적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요서울이 북한의 선전‧선동 방식의 변화 양상을 추적해 봤다.

 

북한 리춘희 아나운서[뉴시스]
북한 리춘희 아나운서[뉴시스]

 

-리춘희는 가라! 은아‧리수진 시대가 왔다

북한 유튜버인 ‘은아’와 ‘리수진’은 각자 다른 유튜버 계정을 운영한다. 은아는 'Echo of Truth', 키즈 유튜버인 리수진은 ‘New DPRK'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은아가 활동하는 계정 이름은 한국말로 ‘진실의 메아리’다. 계정 이름의 의미가 폐쇄국가인 북한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며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은아는 조선중앙 TV에 등장한 리춘희 앵커처럼 한복 차림에 격한 감정을 내세우지 않고 유창한 영어와 세련된 옷차림으로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의 치적을 선전하고 있다. 이 계정에서 은아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이다. ‘평양투어’ 시리즈로 제작된 영상에는 은아가 평양에 위치한 대성백화점에서 장을 보며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시작으로 평양의 여러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은아가 등장하는 몇몇 영상에선 코로나19에 관한 동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은아는 영어를 구사하며 북한 당국의 효율적인 정책과 대응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성과를 홍보하고 있다.

북한의 키즈 유튜버인 리수진이 활동하는 채널의 계정 이름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은아가 출연한 채널과 마찬가지로 외부세계에 북한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어린아이를 내세워 선전하기 위한 채널이다. 이 채널이 은아 채널과 다른 점은 중국어 자막을 첨부해 중국 구독자를 겨냥해 만들었다는 것이다.

수진이는 지난 4월 유튜브에 자신을 소개하는 영상에 처음 등장했다. 영상에 나타난 그녀의 집은 북한의 평균 가정집보다 훨씬 부유하게 보인다. 집에는 가구와 전자제품들을 완비해 놓고 능숙하게 피아노 연주를 하며 살아가는 북한 상류층 가정의 모습을 소개한다. 

지난 7월 4일 올라온 동영상에선 수진이는 엄마와 함께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옥류아동병원’에 같이 가는 장면이 나온다. 치과 진료를 마치고 수진이에게 엄마는 “병원이 훌륭하지? 누가 이 병원을 지어 주셨을까?”질문한다. 수진이는 “경외하는 아버지 김정은 원수님께서 지어 주셨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북한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에게도 김 위원장에 대한 찬양과 북한 체제의 선전을 유도한다. 
 

북한 미녀 응원단[뉴시스]
북한 미녀 응원단[뉴시스]

 

북한 유튜버...北 미녀 응원단 닮아

일각에선 이런 북한의 선전‧선동은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아게임‧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에 파견한 北 미녀 응원단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北 미녀 응원단의 패턴을 분석하면, 외모와 스타일을 내세운 북한 응원단은 조직적이고 흐트러짐 없는 응원 방식 및 구호 등으로 항상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미녀 응원단 파견 전략에 국방부는 지난 2014년 9월에 국방일보에 게재한 ‘북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장병 정신교육 자료에서 “북한 응원단은 철저한 출신성분 심사와 사상검증을 통해 선발되는 소수 정예의 혁명전사”라며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의 선봉대”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름다운 겉모습과 파견 논란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갈등이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의 계략에 넘어가는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북한은 국제적 행사에 北 미녀 응원단을 파견하여 호전성을 감추고 이미지 쇄신을 통해 자신들을 체제를 선전‧선동하기 위한 도구로 젊은 여성들을 이용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유튜브도 예외가 아니다. 즉, 북한의 선전‧선동의 또 다른 방식으로 이용됐다

기존에 선전하던 인물과 비교하면, 보다 세련된 외모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은아와 어린이(리수진)를 통해 김 위원장의 개인숭배와 북한의 체제를 찬양하게 하는 영상들은 그 모습과 방식이 北 미녀 응원단과 닮아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선전선동에도 불구하고 북한 내부 실상은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탄압 실태 및 식량난 등은 북한 지도부의 선전선동으로 언론의 관심에서 이탈된 양상이다.

한편 지난 2003년 8월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현수막 속 사진이 비를 맞는다며 버스를 멈추게 한 뒤 몰려가 울며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북한의 숨은 의도가 체제 선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튜브 로고[뉴시스]
유튜브 로고[뉴시스]

 

통일부 “관계기관과 北대응방안 협의”

정부는 그동안 국가보안법과 정보통신망법에 근거해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등과 같은 인터넷 콘텐츠의 경우 접속을 차단하고 출판물은 특수 도서관에 분리‧관리해 왔다. 

그러나 유튜브 등 SNS를 통한 북한의 대외 선전선동은 운영 주체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 또한 정부는 단순 콘텐츠 시청은 법에서 금지되지 않고 제3자에게 전파하는 경우에만 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유튜브 영상의 경우 콘텐츠에 댓글 달기, 좋아요 누르기, 계정을 구독하는 것 등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법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지난 6월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새로운 선전‧선동 방식에 대해 “관계기관과 대응방안 협의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새로운 선전‧선동 전략이 남한을 포함한 세계를 상대로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전략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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