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기우 언론인] 여권 핵심에서 연일 행정수도 이전이른바 천도론이슈를 띄우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를 비롯해 공공기관을 세종시로 이전해 국토균형발전을 통한 수도권 인구 과밀화 해소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당권 도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야권의 오세훈 전 시장 등도 긍정적이다. 대권 잠룡들이 일제히 수도이전론을 부르짖는 모양새다.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아 실패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위한 군불때기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야권에서는 위헌 판결을 받은 행정수도 이전을 민주당이 띄우는 것은 수도권 이전-개헌투트랙 전략을 통해 ‘20년 장기집권 플랜을 수립하기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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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도론이슈 선점 개헌군불때기-임기말 레임덕 방지 일석이조
- 김두관 수도이전특별법 접수->2022년 지선·대선 겨냥 20년 장기집권 플랜

여권에서는 연일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던지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에 내려가야 한다행정수도 완성은 국토균형발전과 지역 혁신성장을 위한 대전제이자 필수전략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속도전을 내세우며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완성이 공론화된 이상 끝을 보겠다원내에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행정수도완성추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그런 차원에서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준비하던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대표발의 뜻을 접었다.

김 의원은 김태년 원내대표가 당을 중심으로 미래통합당과 합의해 국회 차원에서 특별법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제가 만든 법안을 국회 의안과가 아닌, 곧 만들어질 당내 TF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으로서 행정수도 이전 법안을 정부안으로 제출했던 그는 이번에 법안을 다시 만들어 국회의원 자격으로 대표발의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원내와 협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여당 주요 정치인들도 측면 지원에 나섰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내가 대표로 일하는 동안 (행정수도) 결론을 낼 수 있다면 그게 최상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자꾸 수도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책을 세워봐야 한계가 있으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국토균형발전 철학을 되살려보자는 뜻 같다며 찬성했고, 이재명 경기지사 역시 행정수도 이전은 바람직하다고 했다.

여권 핵심부, ‘천도론속도전 나선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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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는 표면적 이유는 인구 분산을 통한 서울·수도권 부동산 문제 해결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 행정수도 이전이 충분히 유효한 카드라는 것이다. 개한제발구역(그린벨트) 해제나 용적률 상향조정 등의 처방보다는 수도권 인구 과밀을 해소하는 것이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해법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경우 정권 최대 리스크인 부동산 문제에 대한 반발을 완화할 수 있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1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전 찬성’ 53.9%, ‘이전 반대’ 34.3%, ‘잘 모름11.8%였다.

통합당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부정적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 논의가 뜬금없는 논의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취임할 때 집무실을 광화문에 두겠다고 공약한 것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에 행정수도 이전이 없다저희들 판단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문제라든지 인천 상수도 유충 문제라든지 집값 폭등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가 생기니까 이슈를 전환하기 위해서 제기한 문제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투기 대책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니 급기야 내놓은 제안이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겠다는 얘기라며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정부 정책으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헌법재판소는 2004'대한민국 수도가 서울이라는 건 관습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개헌 없는 수도 이전은 위헌'이라며 노무현 정부의 행정특별수도 세종시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개헌이 아닌 여야 합의를 통합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관습헌법을 앞세운 헌재 판결은 2004년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다. 또한 당시 헌재 결정문은 시대 변화에 따라 관습 헌법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여야가 합의해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의 결단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행정수도를 옮기는 데는 동의하지만, 위헌 결정이 나온 사안이라 헌법을 고쳐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김 원내대표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합의와 특별법 제정이라는 보다 무난한 방안을 우선 추진하되, 야당 반대 등으로 속도가 나지 않으면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개헌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여권 기류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개헌 논의가 이뤄질 시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인해 권력구조개편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 및 의원내각제 등 행정수도 이전-권력구조개편이 같이 논의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통합당이 부동산 이슈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덩달아 권력구조 개편까지 거론하면 야권은 여당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13조 효과 누린 여당, 장기 집권 플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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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선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꺼내든 데 대해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우회로 전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 겨냥한 중장기 포석이라 해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 레임덕 방지 및 20년 장기집권 플랜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캐스팅보드를 쥔 충청권 표심 확보가 중요하다.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국토균형발전 논리는 충청권 뿐만 아니라 전국적 민심을 얻을 수 있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행정수도 이전 이슈를 던짐으로 인해 부산·경남 등은 물론 전국에서 환영하는 메시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통합당의 반대 명분도 약해져,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통합당이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론에 왜 반대로 일관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고, 충청권 정진석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긍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또 문 대통령 레임덕 방지 효과도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침체되고,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 ()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까지 겹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높아질 일만 남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의 집권 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악화된 북미관계를 복원해 타협을 이끌어 국내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 계획의 가장 중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판 뉴딜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치적 사업은 전무하다 볼 수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꺼낸 행정수도 이전 등은 연속 집권, 즉 민주당 20년 장기집권 플랜 카드 중 하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대표 등 여권 인사들은 20년 장기집권 필요성을 역설했다. 최근에는 원내와 원외 인사를 두루 만나며 민주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정치적 역량을 발휘하지 못해왔고, 뚜렷한 대권주자도 없는 야권의 모습을 보면 여권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 해결과 맞물리든, 개헌론 등과 연계돼 논의가 확장되든 간에 정부·여당에 의해 주도되는 대형 이슈의 등장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대통령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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