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 보고 당시 삼성, SK, LG와의 협력으로 세계 시장 경쟁에 앞서겠다던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의 발언이 머지않아 실현될 전망이다. 지난 5월 정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던 데 이어, 이번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를 찾았다. 두 기업은 한 때 라이벌로 언급되기도 했던 만큼, 이번 양측 총수들의 만남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을 뿐 만아니라, 주식시장 내 투자자들의 반응도 심상찮다.


- 정의선 부회장 “삼성, SK, LG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 협의”
- 국내 2차 전지 종목 향한 투자자 이목 집중...IPO 희망 기업 눈길


현대차그룹이 그간 LG그룹과 SK그룹과의 협력 관계를 돈독히 해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하지만 한때 경쟁사로 꼽혔던 삼성전자와의 연결고리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상당한 관심이 모아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1일 현대차그룹의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등과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 협력 방안 등에 대한 논의에 나섰다.

전례 없어 ‘이례적’ 반응
핵심 분야 협업 가능성

두 그룹 총수의 만남은 지난 5월 정 부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해 전고체 배터리 등에 관해 논의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정 부회장과의 ‘2차 회동’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자,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서 다각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2차 회동에는 이 부회장을 포함해 김기남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동행했다. 그간 남양연구소에 기업 총수가 직접 방문한 전례가 없던 만큼, 이번 회동은 한층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지난 14일 이뤄진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영상 연결을 통해 “미래 친환경차 사업은 현대차그룹 생존과도 관련이 있고 국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반드시 잘 해내겠다”고 강조하며 수소전기차 등을 비롯한 차세대 시스템 개발 의지를 밝혔던 바 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 SK, LG를 차례로 방문해 배터리 신기술을 협의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3사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서로 잘 협력해 세계 시장 경쟁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양측 총수의 만남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의 신호탄이 쏘아진 게 아니냐는 반응이다. 전기차용배터리의 공급과 자율주행 및 메모리 등 자동차용 반도체의 확대 공급뿐 아니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에서 핵심이 되는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 상태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수소전기차 넥쏘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전기차 개발 방향 등 미래차 기술, 올 초 소비자가전쇼(CES) 2020에서 공개됐던 개인용 비행체(PAV)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 미래 모빌리티 비전, 현대차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을 주축으로 한 로보틱스 기술 현안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취 후에는 연구소 시설을 살펴보고, 향후 협업 방향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이 외에도 연구소 방문 일정 후에는 함께 식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세계 전기차 시장 선점 가능성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여기에 더해 세계 전기차 시장 우위에 있는 테슬라를 넘어설 수도 있겠다는 격려까지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시스템반도체와 전장·메모리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만큼, 이들의 협력이 경쟁력 확대의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2018년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공개하고 AI와 5G 기반의 자율주행 R&D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2차전지 관련주 상승세
“신중한 접근 필요해”

이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2차 회동에 따른 기대감은 산업계 뿐 만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모양새다. 한국판 뉴딜로 인한 전기차시장 성장 기대감이 높아진데다가,  이들의 회동 소식까지 알려지면서 국내 2차 전지 종목들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업공개(IPO)를 위해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2차전지 관련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차전지 생산업체인 LG화학과 삼성SDI의 주가는 각각 8%, 2.9% 상승한 상태다. 코스닥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도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이 3조 원에 육박했으며, 일진머티리얼즈, 엘앤에프, 파워로직스, 두산솔루스, 코스모화학, 피엔티 등도 이달 주가가 급증한 상황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그린뉴딜 기조를 강조하며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지원정책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만큼 중대형전지 부문의 가파른 성장성과 이에 따른 주가의 방향성에 변함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기차와 수소차는 성장에 탄력이 붙고 있는 시장이 틀림없지만, 기업 주가와 실제 수요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주가 급등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