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다음 차는, 수소차가 좋을까 전기차가 좋을까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충전을 하고 있는 연료전지자동차, 현대자동차 코나의 모습 [이창환 기자]
전기차 충전시설에서 충전을 하고 있는 연료전지자동차, 현대자동차 코나의 모습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과거 제주도에 여행을 가면 렌트카로 LPG차량을 만나면서 저렴한 연비와 효율성에 놀랐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환경오염 등을 고려해 LPG차량이 일반에게도 판매가 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LPG차량 운전은 특별한 차이가 없음에도 제주도 여행의 묘미 가운데 하나였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고 관공서에 보급되던 시범용 전기자동차들이 이제는 대중화의 길목에 들어섰다. 일반 차량 운전자들도 제주도 여행에서 전기차와 함께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도래했다. 

수소차, 부족한 인프라 및 충전소 기술력 부족
전기차, 배터리 수명 & 충전 시간 & 주행 거리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 자동차의 환경오염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이를 대신할 연료전지자동차(이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등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의 코나, 기아자동차의 쏘울, 르노삼성의 SM3 ZE, 한국GM의 볼트에 이어 현대의 넥쏘까지 대중화에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SK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전기차량용 리튬이온 2차 전지 등 배터리 개발 전면에 나서면서 전기차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어려움도 있다. 2018년까지 꾸준한 성장 그래프를 그리던 전기동력차 시장이 지난해 들어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공급망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거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환경오염 방지와 화석연료 소실 등에 따라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에 대한 요구와 개발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럼 우리 가족을 위해 선택할 다음 차로는 전기차를 고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수소차로 결정하는 게 나을까. 이전에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했던 고민이 ‘SUV를 선택할까, 세단을 선택할까’였다. 가족 구성원의 수나 취미 또는 차량의 용도 등에 따라 결정을 내렸지만 이제는 ‘전기차냐’, ‘수소차냐’를 두고 장단점을 따져 선택하는 세상이 왔다.

전기차는 현재 국내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가 생산 및 판매하고 있다. 일본이나 도요타나 혼다, 독일의 벤츠나 BMW 등 전통 내연기관 자동차 기업들도 대부분 전기차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기차 선택 시, 고려할 점은?

전기차를 선택할 때 가장 고려할 사항 가운데 하나는 한 번 충전으로 얼마나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2010년대 초반에 개발된 시범용 전기차들은 한 번 충전으로 100Km 내외의 주행거리를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서 지금은 300~400km까지 주행거리가 늘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에서 부산시청까지 내비게이션을 통해 주행을 시작하면 약 400km를 달려야 한다. 지금의 전기차 기술력으로는 한 번 충전으로 국내 여행을 맘 편히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휴게소를 들러서 충전을 해야 하고 앞차들이 충전 중이면 기다려야 한다. 고속도로가 아니라 동해나 서해로 바닷가를 따라 국도나 지방도로로 진입한다면 충전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 놓고 여행을 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문제는 또 있다. 차량 가격이다. 2015년부터 전기차의 대중화를 위해 일반에 보급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환경오염을 방지하겠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들은 앞 다퉈 보조금 및 지원금 정책을 내놨다. 가까스로 내연기관 차량의 가격대와 평행선을 유지하긴 했지만, 안타깝게도 내연기관 차량들의 엔진에 비해 배터리의 수명이 그리 길지 못했다. 

지금은 5년 전에 비해 전기차 개발을 위한 기술력도 발달했고, 무엇보다 국내의 전기차량용 2차 전지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이 발달해 수명도 길어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의 차량 구매자들은 아직도 충전 시간과 주행 거리, 배터리의 수명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주의 한 자동차 브랜드가 한 번 충전으로 20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리튬 유황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는 하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어, 당분간 전기차 선택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은 어떨까? 현대차 넥쏘

국내에서 수소차를 생산하는 유일한 완성차 기업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2013년 국내 최초의 수소차인 넥쏘를 개발해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현대차는 세계 최초 수소차 양산을 시작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섰다. 이후 출시 7년 만에 글로벌 누적 1만 대 판매를 이뤄냈다. 

앞서 도요타자동차의 수소차 미라이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국내 7740대, 해외 2404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 규모의 수소차 생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80만 대, 중국은 200만 대 계획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업체인 테슬라의 수소차 시장 진입이 눈에 띈다. 최근 도요타를 제치고 전 세계 완성차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차지했다. 

그럼 수소차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김민수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관련 조치나 배출가스 등급제 등으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소차 시장은 지속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국내의 수소차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것에 비해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보급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부족한 인프라에 의한 국내 수소차 보급의 한계성에 대한 지적은 넥쏘 개발 초기 단계부터 꼬리표처럼 달려왔다. 이에 수소충전소 설치비용 및 운영지원금 등 추가적인 혜택의 부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산자원부 및 환경부 등에서는 수소충전소 및 수소연료 공급기지 등에 대한 방안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여전히 약 300여 대 수준의 (수소연료)튜브트레일러 트럭에 의존하는 제한적인 수송 및 공급 방법에 대한 개선과 더불어 수소생산국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도 국내 기술만으로는 수소연료 충전소를 지을 수가 없다. 수소차는 세계적인 수준인데 충전소는 못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수소충전소 건립을 위한 주요 부품은 대부분 수소차 관련 선진국인 독일이나 일본 등 해외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소차 및 충전소 관련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원천기술 연구와 부품 생산을 담당하는 중소·중견 기업의 개발 능력을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길을 가면 전기차나 수소차는 파란색 번호판을 달고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분명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차에서 잠을 자는 등 자동차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의 다음 차로 누구나 전기차 또는 수소차를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조금 더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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