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포스코 ‘지곡동’ 부동산 헐값 매각 논란
[현장취재] 포스코 ‘지곡동’ 부동산 헐값 매각 논란
  • 이창환 기자
  • 입력 2020-07-24 19:26
  • 승인 2020.07.27 10:10
  • 호수 1369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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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롯데쇼핑 수상한 거래, 고도 제한 위약금 50억 원
실소유주는 하나은행으로 돼 있는 롯데쇼핑이 포스코로부터 매입한 부동산. 포스코와 롯데쇼핑 간의 매매 계약 과정에 5층 이상 건물을 지으면 50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이상한 전제 조건이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환 기자]
롯데쇼핑이 포스코로부터 매입한 부동산. 포스코와 롯데쇼핑 간의 매매 계약 과정에 5층 이상 건물을 지으면 50억 원의 위약금을 내야한다는 이상한 전제 조건이 붙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포스코 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사옥들의 헐값 매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포항시 지곡동 소재의 포스코 소유 부지가 팔려 나가는 과정에서도 당시 시세보다 헐값에 매각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해당 부지 가운데 일부를 소유하고 있는 국기건설이 매입 이후 오피스텔 분양 과정에서 큰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 롯데마트가 들어선 쪽은 2015년 롯데쇼핑에 매각하면서 포스코 소유의 주변 부지를 마치 주차장처럼 쓸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롯데마트가 들어선 땅이 롯데그룹이나 계열사의 소유가 아닌 하나은행의 소유임이 밝혀졌다. 일각에서는 부지를 매입하고 다시 임대하는 과정에서 석연찮은 거래가 있었음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포항시, “해당 지역 고도제한도 없고, 건축 관련 규제도 없다”
롯데쇼핑 매입한 부지 하나은행에 신탁 후, 다시 임차해 사용

 

지난 22일 오후 취재진이 지곡동 현장을 방문했을 때 포스코가 국기건설에 매각한 부지에 지어진 오피스텔(애드빌) 상가와 롯데쇼핑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롯데마트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장마로 비가 쏟아지는데도 롯데마트 일대는 주차된 차량들로 빽빽했다. 상가에는 치과와 학원, 편의점과 제과점 등이 성황이었다. 이미 5000세대가 모여 사는 대규모 단지 인근이지만 찾았던 부동산 사무실에는 여전히 이 지역에 들어오기 위한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포스코는 2014년 11월 앞서 언급한 포항시 남구 지곡동 480번지 일대 부지와 건물(롯데마트 포항점)에 대해 이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 중이던 롯데쇼핑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20억 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에는 계약금만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4월 포스코는 롯데마트 건물과 부지를 포함해 최종적으로 176억 원에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해당 부동산 1만5629.8m²(약 4728평)에 이르는 지역에 대한 매각 대금으로는 ‘큰 혜택을 얻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포스코가 롯데쇼핑에 매각하면서 받은 금액을 나눠보면 평당 약 374만 원 정도의 비용만 받고 넘겨준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주변 시세의 30%대에 머무는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가장 근거리 지역 가운데 주거지역이 몰려 있던 남구 대이동 등의 토지 거래가가 최소 약 1000만 원 내외 수준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왜 포스코는 롯데마트에 이런 특혜를 줬을까

이런 헐값 매각에 대해 포스코가 당시 롯데쇼핑과의 해당 부동산 계약에 앞서 “5층이 넘어서는 건물을 지을 경우 위약금 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전제를 달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대해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정도 규모의 땅이면 50억 원은 큰 의미가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설명을 이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미 매각이 됐는데 토지 소유자가 뭘 하든 그 위약금 조건이 의미가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수백억 이상의 가치가 있는 건물을 짓고 50억 원 정도 물어내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롯데마트가 문 닫고 수천억 원 수익이 나는 건물을 지어도 5층 이상 건축 제한을 넘어 약속된 50억 원의 위약금만 지불하면 된다는 말이다. 

부동산 거래가 끝나고 나면 롯데쇼핑이 주인이 되는데, 건축물에 대한 층고 또는 층수에 대한 제한을 누가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이없는 조건이라는 설명을 뒤로하고 혹시 포항시나 지곡동이 소재한 포항시 남구에 그런 규제나 건축물의 고도 관련 제한이 있는지 확인에 나섰다.  

포항시 남구청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지곡동을 포함해 남구에서 건축 허가와 관련 어떤 고도 제한도 없다”고 말했다. 포항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도 “포항시는 그린벨트도 없고 자연 녹지가 조성돼 있긴 하지만, 건축물을 짓는데 대한 특별한 규제는 없다”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입장을 전했다.  

복수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경우라면 포스코가 롯데쇼핑과의 거래에서 단순히 가격을 다운시키기 위해 선결조건으로 만들어 준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롯데마트 부지를 지역 사회에 매물로 내놨다면 오히려 더 높은 가격을 주고 매입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 포스코가 롯데마트에 특혜를 줬다는 일각의 주장이 맞는 걸까. 포스코는 “수익성 개선 차원에서 철강과 관련이 없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때 포스코는 권오준 전 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하고 부실계열사들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게 나름의 변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컸다. 당시 지역 매체를 비롯한 여론은 “포항시민들이나 지역 업체들도 매수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자격기준을 대폭 낮춰서 추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지역 관계자들은 “롯데쇼핑에게만 매수 기회를 줄 것이 아니라 입찰 참여 폭을 넓히라”고 요구했다.

하나은행에 신탁하고, 임대료 내는 롯데쇼핑

이와 관련 취재진은 혹시라도 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기부등본을 찾아보고 관리 기관인 지자체에도 확인했으나,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롯데마트가 자리 잡고 있는 해당 부동산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는 하나은행으로 기재돼 있다. 확인 결과, 롯데쇼핑은 해당 부동산에 대해 하나은행에 신탁했다.

롯데쇼핑이 당시 매입했던 부지는 총 세 곳으로 1)롯데마트가 지어져 있는 부지와 2)롯데마트 주차장, 그리고 3)도로변의 주차장 용지 등이었다. 하나은행을 이를 임대 및 관리하는 수탁기관으로 정하고, 근저당권자는 롯데캐피탈과 롯데쇼핑으로 각각 채권최고액 158억7000만 원과 20억7000만 원을 설정해둔 상태다. 

2015년 9월 소유권이 이전된 이후, 롯데쇼핑은 해당 부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해당 부동산을 보증금 9억 원에 임대료는 9억1000만 원을 12개월로 나눠 계산한 금액을 2년간 내도록 계약했다. 여기에다 매 2년마다 직전년도 임대료에 4%씩 인상한 금액을 임대료로 납부하기로 했다.

초기 2년간 매월 약 7580만 원의 임대료를 롯데쇼핑이 냈다는 계산이 나온다. 4년 10개월이 지난 현재 기준으로는 매 2년마다 4%씩 가산된 매월 820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 지역 주민은 “여기 사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땅 주인이 포스코였거나, 롯데 관련 기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원래 대기업들은 그렇게 거래하는지 모르겠지만, 롯데가 매입한 부지에 다시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신탁법에 따른 신탁에서 수탁자가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 및 처분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신탁재산의 취득세에 대한 납세의무자 또한 원칙적으로 수탁자라고 보고 있다. 즉, 롯데쇼핑은 해당 부지를 재산 목록에 올리지 않아도 되고 취득세 등의 관련 세금 또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주변 부동산 업계와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롯데에 헐값 매각이라는 특혜를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고도 제한을 조건으로 50억 원이라는 위약금을 전제했으나, 이조차도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의 수익성이 있는 건축물을 짓고 50억 원은 포스코에 줘 버리면 그만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롯데쇼핑은 개업한 지 만 3년을 채우지도 못한 대구 북구 칠성점에 대해 폐업을 결정하고 해당 부지에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 사업계획을 대구시에 접수했다. 해당 부지는 매장면적 1만86㎡(약 3051평) 규모로 역시 하나은행에 신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마트 부지 헐값 매각 논란에 대해 포스코 측은 “해당 부지는 매각 당시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토지 및 건물 등을 평가 받았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매매계약은 최초 포스코와 롯데쇼핑 간 약정으로 돼 있었으나, 롯데쇼핑(롯데마트) 측에서 매장을 임대 운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며 매수인 변경 요청을 해왔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 및 하나은행과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계약서상 매수인은 하나은행, 집합투자자는 이지스자산운용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롯데쇼핑이 직접 매입을 위한 계약에 나섰다가 계획을 변경하면서 임차인으로 들어가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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