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16.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16. [뉴시스]

 

[일요서울] 미래통합당의 '바탕화면'이 달라졌다. 통합당 지도부가 회의를 할 때 뒤의 배경을 장식하는 백보드가 김수민 통합당 홍보본부장 임명 이후 변화를 맞았다. 여백이 있는 화면에 눈길이 가는 문구만 또렷하게 중앙에 박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당 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김 본부장은 과거 디자인벤처기업 '브랜드호텔'의 대표를 맡은 바 있고 유명 과자 '허니버터칩' 이름과 디자인 제작에도 참여했다. 전공도 디자인인 만큼 이번 백보드에 신선함을 적절하게 담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29일 임명된 후 불과 한 달 만에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20대 때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공천 직전에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탓에 당의 역사를 오래 함께하진 않았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런 지점이 홍보본부장으로서 장점으로 작용해 기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당명과 당색 변경을 코앞에 두고 심사숙고 중이라는 김 본부장과 24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본부장은 당에서 맡은 자신의 본질적인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당에 들어온 지 3개월밖에 안된 내가 이 자리를 맡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봤을 때, 가장 큰 이유가 '타자성'이라고 봤다. 기존의 익숙한 방식으로 문제를 보는 게 아니라 그 경계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냐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김 본부장이 지금까지 바꾼 백보드에는 '지금, 이 나라에 무슨 일이',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 뿐일까' 등의 문구들이 담겼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통합당의 언어가 없기에, 국민의 언어를 빌려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에 유리한 상황 속에서, 좋은 이미지와 메시지들을 당과 결부시키고 싶은데 당에 흡수가 안 된다. 계속 튕겨나간다. 과거 이미지를 벗기 어렵다"며 "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철학이나 방향성이 희미하기 때문에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당의 상황이 '인어공주'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만의 언어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합당이 새로운 국가라는 집을 짓는다면 어떤 모양일까. 연상되는 이미지가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매 사안마다 우리가 솔루션을 내놔도 국민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다"며 "어줍잖게 우리들의 생각이 최선이다라고 하지 말고, 국민들과 질문을 주고 받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처음으로 바꾼 백보드의 문장도, 친구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라는 설명이다. 부동산 문제에 겹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김 본부장의 친구는 "지금 이 나라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네가 설명 좀 해 봐라"고 요구했다. 첫 백보드의 문구는 이 말을 그대로 따 왔다.
 
김 본부장은 "그 말을 듣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가 정치 이슈를 이야기할 게 아니다. 폭 넓은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이든 수돗물이든 조금씩 좁혀나가야, 국민과 통합당의 공감대가 회복이 될 것"이라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친구의 말을 전달했더니 수긍하시더라"고 했다.
사진제공=김수민 의원
사진제공=김수민 의원

 

가장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문구는 실제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발언해 논란이 된 내용이다. 백보드를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으로 하고 아래에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출처를 기재해 파격성을 더했다. 야심찬 작품이지만 내놓기 전에는 걱정도 많았다.
 
그는 "백보드를 달기 전날 저녁까지 고민을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솔직히 짜증날 일 아닌가. 고발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감안하고 지도부와 상의했는데, 다행히 제가 우려했던 것보다 김종인 위원장과 김선동 사무총장의 생각이 신선하더라. 의사결정권자가 얼마나 깨어있느냐가 중요한데 (백보드를 보고) 좋다고 하시더라. 우린 이제 언더독이고 소수니까 자꾸 시비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를 명확하게 이해하시더라"고 말했다.
 
새로운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남은 임무들에 책임감이 무겁다. 통합당은 조만간 새로운 당명과 당색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최근 대국민 공모를 통해 당명 후보들을 모아 핵심 기초자료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과정과 심사는 김 본부장의 몫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명에 대해 '직관성'과 '다양성'을 고려해달라고 주문했다. 김 본부장은 "김 위원장이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 다양성의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또 쉽게 불릴 수 있는 이름이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에 전반적으로 동의하고, 다만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과물이 어떤 예쁜 이름이 나오냐를 우려하기보단, 우리 당이 변화하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느냐, 얼마나 경계를 허물어 영역을 확장시키느냐가 목표가 돼야 한다"며 "대국민 공모를 해서 상위권인 몇 개를 추려, 그걸로 투표를 하려고 한다. 최대한 민주적인 방식으로 하고자 한다. 8월 넷째주에는 당명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공모를 통해 나온 이름을 지도부가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그는 "허니버터칩 이름 후보들 중 '버터풀허니칩' 등 여러 시안이 나왔었다. 그 중 허니버터칩이란 이름은 가장 직관적이었고, '달고 짜다'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며 "속성을 명확하게 이름에 드러내야 한다는 기준을 가져야 하고, 또 국민들이 만들어준 이름을 얼마나 지도부가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성공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통합당의 현재 이미지와, 미래의 지향하는 이미지에 대해 물었다. 김 본부장은 "지금은 점(dot)이다. 정당이 국내 사회 이슈들과 연결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도 없다.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인과관계를 서로 이어가는 과정에서 방법이 나온다. 지금 통합당은 유실됐던 관계를 맺어야 하고 국민들과 연결이 돼야 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선(line)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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