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스마트폰의 보급화, 고성능화로 인하여 최근 10년간 가장 급증하고 있는 성범죄다. 성폭력범죄 중 강간, 강간 등 상해의 구성비는 2018년 각각 18.1%, 2.0%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강제추행의 구성비는 2018년에는 48.8%로,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는 성폭력범죄 발생건수의 구성비 중 지난 10년동안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범죄다. 본죄는 2009년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8% 수준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5년에는 24.9%까지 확대되었다가, 2018년에는 1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서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은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촬영한 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은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되는지를 고려함과 아울러,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 개별적, 상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도16851판결 참조).

최근 같은 버스에 승차하고 있던 피해자가 하차를 위해 버스 단말기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휴대전화기의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하여 기소된 사안이 있다(일명 레깅스 사건).

위 사안에서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촬영한 신체부위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상반신부터 발끝까지 전체적으로 피해자의 우측 후방 모습을 촬영하였는데, 특별히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시켜 촬영하지는 아니한 점,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이 아닌 사람의 시야에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을 그대로 촬영한 점, 피해자가 당시 입고 있던 레깅스는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들 사이에서 운동복을 넘어 일상복으로 활용되고 있고,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객체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여야 하므로, 신체 모든 부분이 객체가 되는 것은 아니며 촬영된 신체가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개념은 구체적, 개별적, 상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이고, 사회와 시대의 문화, 풍속 및 가치관의 변화에 따른 가변적인 개념이다.

즉, 성적 욕망과 수치심이라는 주관적 감정을 표지로 사용하므로, 촬영된 신체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러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이 모든 상황에서 분명한 것은 아니고, 보기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존재한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가슴 등 특정 신체부위를 강조하거나, 외부로 노출된 신체부위가 있는 경우, 피해자를 특별한 각도나 특수한 방법을 통해 촬영하는 경우에 범죄성립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므로 사람의 전신을 대상으로 통상적으로 비춰지는 모습을 촬영한 경우 ‘성욕을 불러일으키거나 과도한 노출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성적 수치심을 느끼기 어렵다’고 하여 범죄성립이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위 레깅스사건 판결도 촬영 부위를 확대하거나 부각하지 않았고, 특별한 각도나 특수 방법이 아닌 통상 시야에 비치는 부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원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적 욕망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을 보면, 상체의 경우 가슴의 윤곽선이 드러나야 하고 하체의 경우 허벅지나 다리 부분 위쪽이 부각되며 신체 부위가 통상적인 정도를 넘어 과도한 노출이 있어야 죄가 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성적 욕망 유발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가해자의 의도 및 상황적 맥락보다 단순히 촬영된 신체 그 자체만 놓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즉, 성적인 자세나 과도한 노출이 없는 일상생활의 모습 그대로를 촬영하더라도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사진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르노 사이트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피해자가 노출을 하지 않았음에도 성적 대상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고, 특정 신체 부위의 촬영과 전신의 촬영은 죄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최근 사진의 편집기술이 발달하였기 때문에 나중에 사진을 편집하여 신체 일부를 부각시키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성범죄는 한번 촬영되면 영구삭제가 어렵고, 유포까지 이어지면 사실상 완전한 폐기가 불가능하여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나아가 인터넷을 통한 언어적 성폭력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최근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처벌 수준에 대한 논의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법적용의 차원에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의 유발이라는 요건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해석기준이 정립될 필요가 있다.

<민경철 변호사 이력>

[학력]
▲서울 성보 고등학교 졸업 (1988)
▲서울 대학교 경영학과 졸업(1994)
▲사법연수원 수료(제31기)(1999)

[주요경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2002)
▲광주지방검찰청 검사(2004)
▲대전지검 홍성지청 검사(2005)
▲인천지방검찰청 검사(2006)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2008)
▲식품의약품 안전청 검사(2012)
▲대구지방검찰청 검사(2013.8)
▲수원지검 안양지청 검사법무법인 올흔 대표 변호사(2016)
▲법무법인 (유한) 중부로 대표변호사(2016)
▲현)법무법인 동광 대표 변호사

[주요자문이력]
▲보건복지부 고문변호사(2018)
▲식품의약안전처 행정처분 사전심의위원회 위원(2018)
▲경찰수사연구원 발전바문위원회 전문위원(2018)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위원회 전문위원(2018)
▲인천해양경찰서 시민인권보호단 성폭력전담위원(2020)
▲블루환경교육센터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2.01~2023.01.31)
▲경기도 태권도협회 성범죄 자문변호사(2020.04.01~2022.03.31)
▲서울 강동경찰서 성폭력가정폭력 자문변호사(2020.05.07~2021.05.06)

[상훈]
▲검찰총장 표창 2회(2006)
▲대구고검장 표창(2013)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