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의 경찰청 로비 모습. [뉴시스]
서대문구의 경찰청 로비 모습. [뉴시스]

[일요서울] 일원화 방식의 자치경찰제가 발표되면서 일선 경찰들이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같은 사무실, 같은 현장에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상급기관 지휘를 받는 상황이 예상되며 우려가 이는 상황이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당정청(더불어민주당·정부·청와대)은 국회에서 권력기관 개혁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자치경찰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했다.

발표된 자치경찰제안은 별도의 자치경찰 조직이 신설되는 그간의 이원화 모델과 달리 광역단위(시·도경찰청)와 기초단위(경찰서) 조직을 일원화해 구성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별도로 조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한 경찰서 안에서 각기 다른 측의 지휘를 받는 국가경찰(경찰청장), 수사경찰(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시도자치경찰위원회)이 함께 업무를 보게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국가경찰에는 정보·보안·외사과 경찰들이 소속된다. 수사경찰에는 형사·경제 등의 형사들이, 자치경찰에는 생활안전·교통과 소속 경찰들이 포함된다.

각기 다른 과 소속의 경찰들이 공조해 일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지휘체계가 분리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때 교통 정리는 자치경찰이, 유혈사태 발생 시 수사경찰이, 관련된 첩보 수집은 국가경찰이 각각 맡게 된다.

최근 고(故) 박원순 전 시장의 사건과 관련해서도 변사사건은 형사과에서, 성추행 방조 등 혐의는 여성청소년과에서 나눠 담당하고 있다.

현장 상황에서 별개의 다른 지휘 체계 하에 분리돼 있을 경우 유기적으로 서로 협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불가피하다.

또 같은 과 안에서도 자치사무와 국가사무 담당자가 나눠질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일한 사무실에 있는 생활안전과 경찰이여도 소속은 자치경찰과 국가경찰로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경찰은 추후 구체적인 조정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간부급 경찰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나눠져 돌아갈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며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고, 다시 문제가 생기면 고치는 식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혼선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입법 전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백브리핑에서 지휘체계 혼선 우려에 대해 "잘 준비해서 그런 우려가 안 생기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치경찰제 도입은 1995년 지방자치체 도입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다. 2006년부터는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단이 시범도입되기도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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