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최근 연예계에선 ‘싹쓰리’가 인기다. 혼성그룹 ‘싹쓰리’는 데뷔하자마자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코로나19로 침체된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를 통해 이효리(린다 지), 비(비룡), 유재석(유두래곤)으로 꾸려진 이 프로젝트 그룹은 이름처럼 방송가와 가요계를 싹 쓸어 버렸다. 싹쓰리의 인기 비결은 이효리, 비, 유재석이라는 연예계 정상급 멤버와 전폭적 홍보의 장이 된 방송의 힘 외에도 대중의 ‘향수’를 자극한 점이 꼽히고 있다. 

그런데 여의도에도 ‘싹쓰리당’이 있다. 바로 민주당이다. 의석수가 176석이다. 열린민주당 의석(3명)과 민주당 비례대표 소속이었다가 출당시킨 의원 2명까지 더하면 181석이다. 이 정도면 가히 연예계의 ‘싹쓰리’팀과 비견할 만하다. 이뿐만 아니다. 자유통합당이 포기한 점도 있지만 18개 상임위 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의원들이다. 정부 예산을 감시하고 정부 기관을 감독할 상임위 위원장이 전부 여당소속 의원들로 채워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 및 젠더 이슈 등 정국 이슈도 민주당이 싹쓰리하고 있다. 안희정, 오거돈에 이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미투로 언론지면을 대대적으로 장식했다. 부동산 이슈도 집권여당이 이끌고 있는 핫이슈다. 최근에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하면서 정국 이슈를 단독 드리블 중이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개헌을 통해 천도론을 현실화시키고 여기에 더해 5년 단임제 대통령을 4년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의석수 300명중에서 200명 이상이 찬성하고 국민투표에 붙여야 한다. 19석이 더 필요한데 정의당 6석과 국민의당 3석, 무소속 7석 등 16석이 비통합당 의원들이다. 

무소속과 야당 의원들을 개헌 열차에 태우기 위한 계산도 있어 보인다. 지난 총선직전 야4당과 합의해 만든 위성정당 출현과 마찬가지로 개헌을 통해 당근책을 제시할 수 있다. 자리도 줄 수 있다. 문제는 통합당에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느냐다. 

그러나 수도 이전에 대해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통합당은 분열 조짐이 있다. 특히 청와대와 국회,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할 충청도 지역구 통합당 의원들은 수도 이전에 찬성하고 있다. 통합당 내 충청도 의원은 모두 8명이다. 대전·세종은 통합당 의원이 없고 충남 5명 충북 3명이다. 당장 충북 출신 정진석 의원이 대표로 나서 여당의 수도이전에 대해 통합당이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충청도에서 이탈표가 나오면 개헌도 가능한 셈이다. 

현재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안 할 수는 있지만 못할 게 없는 싹쓰리 정권이다. 당내 비문이 사라진 지 오래다. 모두 친문이다. 또한 지방의회, 중앙권력까지 다 쥐고 있다. 이럴 거면 차라리 허울 좋은 당·청 분리보다는 당·청 일체로 가는 게 맞다. 당 대표 선거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고 당의 청와대 2중대 소리를 듣는 이상 대통령이 대표직을 겸임하는 게 더 책임정치에 부합한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다수당 대표가 총리로 지명된다. 

또한 당권·대권 분리도 현재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한마디로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한 규정이다. 당권에 나선 이낙연 전 총리는 여야 차기 대선 후보 중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당권.대권 분리로 인해 7개월만 하고 당대표를 그만둬야 한다.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를 오히려 흠집을 내는 당헌.당규다. 정당은 권력 획득을 위해 존재하는데 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의 발목을 잡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은 대통령이 당대표 직을 겸임하는 게 맞다. 싹쓰리 정당 명성에도 걸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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