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민주·통일(자민통)’ 내세운 전대협…핵심은 ‘반미(反美)·반(反)파쇼’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대북정책의 향방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게 달린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을 열었는데, 특히 이 장관에게 “추진력이 대단한 분”이라며 “역사적 소명을 잘 감당해낼 것”이라고 독려했다. 그런데 이 장관은 제21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발 속에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됐다. 바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제1기 의장’ 전력에서 ‘친북(親北)논란’이 점화됐는데, 그 단초인 ‘전대협 문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이 그 문건을 단독 입수, 1차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그 후폭풍을 알아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이인영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본관에서 이인영 신임 통일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7.29. [뉴시스]

 

-전대협 뒤 ‘반미청년회’, ‘자민통 그룹’…北 공작원 연루 의혹 ‘논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 ‘선도적 역할’을 예고한 신임 통일부장관의 발언이 주목된다. 앞서 통일부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오전 11시 45분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裁可)에 따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에 장관으로서 첫 출근을 하며 기자들에게 “통일부의 전략적 행보”, “대담한 변화”를 언급했다.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동안 정부·여당에서 공들인 ‘9·19 남북군사합의’와 ‘4·27판문점 선언’은 ‘6·15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하자마자 北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물거품이 됐다. 문재인 정부 3년의 대북정책이 3초 만에 폭파된 것이다. ‘남북 간 대화를 복원…남북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이 장관의 발언에서 향후 대북정책의 방향이 예상된다.

그런데, 이 장관의 ‘결연한 의지’와 정부·여당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오히려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의 대북관(對北觀) 때문이다. 이 장관은 과거 1980년대 후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제1기 의장’으로 활동했는데, 그의 전력(前歷)에서 비롯한 일명 ‘친북(親北) 논란’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증폭됐다. 이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인 미래통합당으로부터 ‘北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北 주체사상’에 대한 질문 공세를 받았는데, 과거 이 후보자가 전대협 의장 시절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 문건’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최근 정치권과 과거 문건 등을 통해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제목에 이어 부제로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 진군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라! 그대 애국의 양심이여!"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틀리다(내가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정치권과 과거 문건 등을 통해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제목에 이어 부제로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 진군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라! 그대 애국의 양심이여!"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틀리다(내가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조주형 기자]


미래통합당은 이날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을 통해 “과거 학생운동 시절 투쟁 등으로 인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요서울은 최근 정치권 인사 및 과거 기록 등을 통해 ‘전대협’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 사본 일부를 단독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서두부터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 진군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라! 그대 애국의 양심이여!”라고 독려하고 있다.

심지어 해당 문건에서는 ‘혁명의 주체’도 거론되는데, “역량에 대한 평가의 문제는 곧 ‘혁명의 주체’에 대한 바른 관점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면서 ‘혁명의 주체’는 “‘수령-당-대중’의 삼위일체(三位一體)된 힘”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한다. 야당에서 “이 후보자는 처음부터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없고 지금도 北 주체사상을 신봉하지 않느냐”고 묻는 이유다. 이 장관은 이날 야당의 이 같은 지적을 모두 일축했다. 그렇다면 야당의 지적이 전부 기우(杞憂)일까. 그래서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의 일부 문장들을 소개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과거 전대협 제1기 의장 시절 모습이 담긴 국회 유투브 방송 캡처. 이 장관은 지난 1987년 11월 15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그는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하고 있는 이인영 전대협의장.[국회 유투브 방송 캡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과거 전대협 제1기 의장 시절 모습이 담긴 국회 유투브 방송 캡처. 이 장관은 지난 1987년 11월 15일 대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그는 지역감정 해소를 호소하고 있는 이인영 전대협의장.[국회 유투브 방송 캡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쑈 통치…만악(萬惡)의 근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문건인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에서 “세계 민중의 철천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쑈적 통치는 한국에서의 모든 악(惡)의 근원이 되고 아직도 역사의 진리와 정의의 숭고한 가치를 한국 민중의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 속에 진한 불꽃으로 타오르게 했으니, 한국 민중의 자주를 위한 투쟁은 분절성을 특징으로 하게 만들었다”라고 밝힌다.

또한 “38선 이남을 점령군으로 진주해 온 양키 침략자는 한국 민중에 대한 도발적인 무력과 허구적 반공논리로 하나의 조국을 분단케 하고 이후 이남에 이승만 괴뢰정권을 내세워 민족해방투쟁의 깃발을 갈갈이 찢고자 책동하여 사대매국세력을 대리 통치자로 육성시켜 왔다”고 명시했다. 특히 문건의 ‘철천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쑈적 통치가 한국의 모든 악(惡)의 근원’, ‘양키 침략자는…조국을 분단케 했다’라는 부분에서 미국에 대한 적대감이 엿보이는데,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대통령 등을 ‘괴뢰(傀儡)’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반면, 지난 1945년 이후 북한의 상황에 대해 문건은 “북한에서의 철저한 토지개혁과 자주국가 수립에로의 급속한 진군과 조국해방전쟁의 불완전한 해소로 인하여, 친일분자와 반동계급이 양키 침략군의 파쑈적 통치하의 이남에로 신속한 결속을 이루게…”라고 표현한다. 이어 “이제 ‘남조선’은 식민지 남한으로 개칭하고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반동의 요새로 전락되어 갔다”라고 대조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조국해방전쟁’이라는 단어다. 이는 북한의 ‘조국통일해방전쟁’ 논리로도 연결될 수 있는 용어로, ‘6·25전쟁’을 뜻한다.
 

2013년 평양 김일성 광장의 북한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대회 모습 [자유아시아방송 및 연합뉴스]
2013년 평양 김일성 광장의 북한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대회 모습 [자유아시아방송 및 연합뉴스]

 

지난 27일 北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北 김정은은 ‘조국해방전쟁 승리(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 일명 ‘참전열사묘’를 참배했다. 바로 ‘6·25전쟁’ 이후 정전협정 체결일인 지난 1953년 7월27일을 ‘미국으로부터 수호한 전승절’로 기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역임한 전성훈 前 통일연구원장은 최근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봤듯이 북반구는 해방됐지만 남반구는 ‘미국 군대’가 눌러앉아 해방이 안 됐다고 본다. 즉 ‘조국통일해방전쟁’이란, 북한의 해방 의도를 담은 용어”라고 밝힌 바 있다.

‘세계 민중의 철천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의 파쑈적 통치’에 대해 문건은 “아메리카 침략 정책”이라고 겨냥하면서 ‘집권 세력’에 대한 비판으로 확장된다. 대표적으로 “한국 민중에게 있어서 아메리카의 침략 정책은 구체적으로 군사독재의 유지를 기본으로 하는 정치적 개량화, 경제적 예속·침략의 심화, 군사적 동맹체제의 확립을 통한 핵(核)우산에로의 적극적 편입, 그리고 분단올림픽의 개최를 통한 영구분단책동 등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문구에 이어 “미제(미국 제국주의, 美帝)에 의해 조종되는 매판(買辦) 군부의 반혁명 쿠데타의 끊임없는 위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이러한 모든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민족민주운동과 굳게 결속하여 ‘반미투쟁’의 진도를 함께 밝히는 것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라고 밝힌 전문에서 미국을 “양키 침략자”로 규정했듯, 문건 전반을 관통하는 하나의 기조는 바로 ‘반미(反美)자주(自主)’로 모아진다. 그렇다면,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은 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일요서울은 최근 정치권과 과거 문건 등을 통해 이 후보자가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제목에 이어 부제로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 진군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라! 그대 애국의 양심이여!"라고 밝히고 있다. [조주형 기자]

일요서울은 최근 정치권과 과거 문건 등을 통해 이인영 통일부장관이 작성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대협의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의 사본 일부를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제목에 이어 부제로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은 결코 내릴 수 없다! 진군의 북소리를 높이 울려라! 그대 애국의 양심이여!"라고 밝히고 있다. 이 장관은 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틀리다(내가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조주형 기자]


자주·민주·통일(자민통) 그늘 속…北 대남 전략?

‘자주·민주·통일’, 일명 ‘자민통(자·민·통)’이라는 3대 기치를 내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는 지난 1987년 8월19일 대전시 중구의 충남대학교 종합운동장에서 전국 95개 대학 학생 4천여 명이 참석하면서 시작됐다.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은 바로 이날 발족 선언문에서 드러났다. ‘외세배격’과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자주평화통일’, ‘민중이 주인이 되는 세상’ 등을 내세웠다. 핵심은 ‘미국 배격’이다. 전대협 발족 및 결성대회에서는 당시 서울 지역 대표를 맡고 있던 통일부장관 이인영 당시 고대 학생회장이 1기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그해 11월 대구에서 열린 ‘영·호남 시민결의대회’에 연사로 나섰다가 당국에 체포됐다. 이듬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당시 전대협의장 권한대행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대협이 내세운 ‘반미투쟁’은 점차 격화된다. 이듬해인 1988년 4월, 전대협 산하 단체 주최로 ‘조국의 평화와 자주적 통일을 위한 범국민결의대회’가 열리면서 ‘남북올림픽공동개최’를 비롯한 ‘핵(核)철거, 평화협정체결’ 등 결의문이 발표됐다. 결국 국가안전기획부(國家安全企劃部·안기부) 조사 결과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은 ‘주한미군 철수’를 겨냥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대 총학 소속이었던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과거 모습이 담긴 국회 유투브  장면. [국회 유투브 캡처]
고대 총학 소속이었던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과거 모습이 담긴 국회 유투브 장면. [국회 유투브 캡처]

 

이에 일요서울은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의 정체를 확인하고자 지난 30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서 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30년 가까이 北 대남 전략을 다룬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 일부다.

-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이라는 용어의 시작점이 어디인가.
▲ 이는 국내 운동권 세력이 만든 용어가 아니라 북한의 대남 전략에서 도출된 용어로, 北 조선노동당 제5차 당대회(지난 1970년)에서 ‘남조선 혁명이론과 전략전술’로 구체화됐다.
바로 ‘민족해방(National Liberalism·NL) 인민민주주의혁명(People Deomocratic Revolution·PDR)이다. 이는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 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를 주체사상화해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완전 실현하는 데 있다”라고 명시한 北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서 확인된다.

- 도대체 ‘자주(自主)’가 무엇이기에 문제가 되는가.
▲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세에 대해 ‘미(美) 제국주의에 의해 종속된 식민지, 매판(買辦)사회’라고 본다. 북한 입장에서 ‘자주’적이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대한민국 정권을 미제의 하수인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북한식 혁명의 걸림돌인 미군을 몰아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 그렇다면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의 ‘민주’는 무슨 뜻인가.
▲ 북한 주장의 핵심은 ‘남한 정권의 억압을 받고 있는 노동자는 그에 대항해 독재를 타도하라는 것’으로, ‘반(反)파쇼 민주화’라고도 한다. ‘파쇼’는 이탈리아의 ‘파시즘’에서 파생된 말로, 정치권력·군사권력·독점자본이 결탁하면서 전체 권력을 발현하게 되는 체제를 뜻한다. 그래서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를 ‘파쇼 정권’이라고 매도하는 것이다.

- ‘자주·민주·통일(자민통)’의 ‘통일’은 무엇인가. ‘우리 헌법상 통일’과 무슨 차이가 있나.
▲ 우리나라 헌법 제4조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명시했다. 그런데 북한은 ‘연방제 통일’. 즉 ‘공산화 통일’을 주장한다. 우리나라 헌법에서 밝힌 ‘기본권·삼권분립·의회·복수정당·사유재산·시장’이 보장되지 않는, ‘폭력 혁명에 기초한 통일’인 셈이다.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체제 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1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북한 체제 수립 70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한 모습을 공개했다. 2018.09.10. (사진=조선중앙TV 캡쳐) [뉴시스]

 

전대협 前 핵심 간부 “누가 진정한 애국자인가”

앞서 해당 문건에서는 ‘혁명을 위한 강령적 요구’에 대해 “우리 민중이 민족해방의 대업을 성취하여 인류역사에 있어서 ‘주체의 시대’를 힘차게 열어 나가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면서 “‘정치의 자주’, ‘경제의 자립’, ‘군사의 자위’, ‘민중의 주권’ 등…‘자주·자립·자위’는 해당 조국의 사회경제적 내용, ‘민중의 주권’은 이를 위한 방도와 주체를 밝히는 문제일 것”이라며 “미제 침략정책을 전면적으로 폭로하고 자주화된 조국의 모습을 밝혀야 한다”고 명시한다. 즉, 이를 종합하면 ‘자주·민주·통일(자민통)’ 중에서도 ‘자주성’을 강조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자민통’을 내세웠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집행부는 ‘반미청년회’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안희정 前 충남지사를 비롯해 당시 26개 대학 72명이 ‘전투적학생회론’을 앞세워 결성했는데, 이 조직은 북한의 대남공작기구인 ‘한국민족민주전선(韓國民族民主戰線, 약칭 한민전)’의 전위조직을 자처하면서 북한의 대남 선전 방송 ‘구국의 소리’의 왜곡 보도를 유인물·대자보로 제작해 KAL 858기 폭파사건을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대자보(삐라)를 배포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 1990년 12월, 공안당국 발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의원 당시 전대협 의장 등 31명이 구속됐다. 바로 ‘반미청년회’에 이은 ‘자주민주통일그룹’ 사건이다.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995년 10월, 충남 부여군에서 벌어진 총격전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국내 암약하던 北 조선노동당 사회문화부 소속의 무장 공작원 김동식(金東植)은 그해 8월, ‘남파 공작원을 대동월북하라’는 임무를 받아 최근 월북(越北) 사건이 일어났던 강화도를 통해 침투했다. 그러다 검거된 그는, 지난 1990년 고정 공작원 이선실(암호명 북악산)과 벌였던 ‘南 조선노동당 구축공작’의 전말을 시인했다. 당시 안기부의 심문용 VCR 자료에 따르면 “이남(南) 운동권 포섭을 위해 이인영(李仁榮)·우상호(禹相虎)·함운경(咸雲炅)·허인회(許仁會, 전 고대 총학생회장) 등 4명을 만났다”라고 밝혔다. 北 사회문화부의 주 임무가 ‘남한 내 지하당 구축’임을 감안할 때, 그가 접선을 시도한 이유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가 말한 ‘이인영·우상호’는 각각 통일부장관·국회의원이다. 당시 이들은 공안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했다. 사진은 방명록 내용. 2020.07.30 [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했다. 사진은 방명록 내용. 2020.07.30 [뉴시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3일 청문회에서 ‘전대협 문건’에 대해 “틀리다(내가 쓰지 않았다)”라며 “남쪽은 이른바 사상·양심의 자유 등이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그리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과거 운동권 핵심 인물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전대협·자민통 그룹 등에서 핵심 간부로 활동하다 검거된 한 인사는 최근 일요서울에 “6·25전쟁 때 나라를 지킨 세대 이후, 1980년대 대학물을 먹은 우리 세대는 일명 ‘식민지·독재’를 혁파하겠다며 마르크스레닌주의·北주체사상을 수용, 자주적통일국가를 꿈꾸며 질풍노도 같은 세월을 보냈다”라는 고백과 함께 “무명(無名)으로 조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戰死)한 앞선 세대, 北주체사상을 배우며 변혁운동을 했던 80년대 우리 세대 중 과연 누가 진정 애국자인지···”라고 말문을 흐리기도 했다. 한편 문건 전문은 일요서울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모습. [통일부 홈페이지 캡처]
통일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모습. [통일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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