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무려 3억 7천 9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과 대지와 밭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자고 하더니 미리 그곳에 부동산을 사 놨다더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해찬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수도를 옮기자고 주장하는 천박한 정치인으로 격하되는 중이다. 8월 말에 새 대표가 선출되면 정치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이해찬은 세종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손혜원 전 의원은 목포에 부동산을 구입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손혜원은 목포의 개발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차명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손혜원에게 징역4년을 구형했다. 손혜원의 전 보좌관은 징역 2년 6개월, 손혜원에게 부동산을 소개한 사람은 징역1년을 구형받았다. 목포 구도심을 살려보겠다는 의도였다는 손혜원의 해명도, 문화재로 지정되면 부동산 차익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도 다 무시되었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청와대 대변인 자리에서 쫓겨났다. 재개발 대상 건물을 25억 원에 매입했는데 본인 재산의 두배에 달하는 16억 원의 빚을 지고 부동산 투자를 한 것이 문제가 됐다. 노후대책용이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 부동산 차익을 노린 투자인 것은 분명했고 공직자로서 문제의 소지가 있기에 당연한 조치로 여겨졌다.

조국 전 장관이 한창 검찰과 언론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을 때, 조국의 딸도 입시비리와 관련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표창장 위조, 논문 제1저자 문제는 진보개혁세력을 자임하는 신기득권층의 표리부동한 전형으로 공분을 샀다. 서울대, 고대, 연대를 비롯한 많은 명문대 학생들이 촛불을 들었고,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이라는 교수단체는 대한민국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짓의 나라가 돼 가고 있다’고 시국선언을 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최근 국회 법사위원회 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의 질의에 “소설 쓰시네”라고 반박했다가 한국소설가협회라는 단체에서 공개사과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미래통합당의 윤한홍 의원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아들 수사와 관련해서 대가성으로 법무부 차관을 임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격 모독에 가까운 질의보다 겨우 “소설 쓰시네”라는 답변이 더 크게 보도되고 논란이 되었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상검증 공세를 겪어야 했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끈질기게 이인영의 사상전향 여부를 추궁했다. 태영호는 이인영에게 ‘주체사상 신봉 여부’를 묻고, 같은 당 박진 의원은 ‘혁명의 주체는 수령, 당, 대중의 삼위일체된 힘’이라는 것을 믿느냐고 물었다. 이인영이 지역구에서 4선을 했고, 미래통합당이 주체사상 신봉자였음이 확실한 태영호, 지성호를 공천한 사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치권에 머물면서 견디기 힘들 때가 가끔 있다. 바로 이런 선택적 분노, 선택적 정의를 목격할 때 형언할 수 없는 자괴감에 괴롭다. 박근혜 탄핵,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압승으로 한국사회의 주류가 교체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섣부른 관측에 불과하다. 세상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보수와 진보의 공성전 양상이 사회 전 분야로 넓어졌을 뿐이고 현 집권세력은 여전히 온갖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상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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