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영 소장
엄경영 소장

통합당 지지율 20%대는 너무나 익숙하다. 2016년 말 촛불정국 이래로 벌써 4년째다. 그해 총선을 포함해 벌써 선거를 네 번이나 치렀다. 패할 때마다 비상대책위원회와 새 지도부가 구성되곤 했지만 변화의 기미란 없다. 분당과 통합을 거쳐 새로운 정당의 면모를 약속했지만 그도 말뿐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패배한 후 주호영 원내대표-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를 출범했지만 여전히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통합당은 지지율은 20%를 나타냈다(자체·28∼30일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개요 한국갤럽·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2016년 가을, 그리고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 체제 출범 후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총선 전인 4월 3주 한국갤럽 통합당 지지율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4년간 변화가 거의 없었던 셈이다. 

최근 통합당에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총선 직후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문재인 정부 주요 성과물이 사라졌다.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도 정국을 달궜다. 뒤이어 집값·전세값 고공행진이 계속됐고 6·17, 7·10 부동산대책이 거푸 발표됐다·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협치 논란이 심화했다. 부동산 혼란이 확산하자 여권은 수도이전 카드를 빼들었다. 권력기관 개혁과 임대차법 시행도 여권 일방독주 비난을 부추겼다.

호재 만발에도 통합당 지지율이 20%에 그치는 것은 왜일까?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8%이다. 이 밖에 정의당 7%, 국민의당 5%, 열린민주당 3%이다. 무당층은 27%, 기타 1% 순이다. 소수정당 지지율은 충성도가 높다. 무당층은 어느 한 정당으로 쏠리기 어렵다. 통합당 지지율이 올라가려면 민주당 38% 중 일부를 갖고 와야 한다.

민주당 지지율은 30∼50대에서 40% 초중반, 18∼29세와 60대 이상에서 30% 초반이다. 반면 통합당은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20%, 34%일 뿐 그 밖엔 10% 초중반이다. 통합당 지지율이 상승하려면 50대 이상에서 30∼40%를 획득하고, 40대 이하에서도 20%대로 올라서야 한다. 민주당 지지율을 무너뜨리지 않으면 통합당 지지율 상승은 불가능하다.

부동산 대책과 수도이전 논란을 민심 이반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이는 통합당이나 보수언론의 희망일 뿐이다. 민주당 지지율도 4년째 40% 전후를 오간다. 40대 이하는 거의 요지부동이다. 50대도 과거와 달리 민주당 성향으로 바뀌었다. 60대 이상에선 되레 민주당 지지가 강화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민주당·통합당 60대 이상 격차는 3%p에 불과했다.

통합당 일각에선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분위기가 좋다고 선거 결과도 좋은 것은 아니다. 서울은 지난 총선에서 호남에 버금가는 진보 성향을 나타냈다. 민주당·통합당 지지율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내년에도 보수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2022년 대선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는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될 때 비로소 선전이 가능하다. 과연 주호영-김종인 투톱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을까? 궁금하다. 6개월간의 연재를 마치며 일요서울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