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보수야권 안팎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후보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20223월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 승리를 위해 반()문재인 단일전선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핵심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미래통합당·국민의당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다는 것이다. 안 대표로서는 총선 참패 이후 정치적 도약을 위해 파격적인 승부수를 선택하는 것이다. 통합당은 안철수 카드를 통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차기 대선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안 대표 영입에 적극 나서고 안 대표가 오케이하면 복잡한 문제도 의외로 손쉽게 풀릴 수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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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 앞두고 안철수 단일후보론 솔솔
- 통합당 안철수 러브콜 지속킹메이커김종인도 여지 남겨

안철수 반문단일후보론 현실화 여부에는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통합당 안팎에서 서울시장 보선 후보군만 10여명에 이른다. 더구나 제1야당인 통합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독주체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수야권의 합종연횡 또한 필수적이다. 특히 반()문재인 연대의 전제조건인 통합당과 국민의당의 정책적 차이도 크지 않다. 양당은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 및 부동산정책 속도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은 물론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월권 논란에 대해서도 거의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년 4월 재보선 정국에서 선거연대를 위한 기반은 사실상 다 갖춰져 있는 셈이다.

철수의 정치적 승부수 차기대권에서 서울시장으로유턴

정치인 안철수의 꿈은 대통령이다. 다만 21대 총선을 앞두고 귀국해 정계복귀를 선언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국회 교섭단체 구성을 목표로 내걸었던 국민의당은 4년 전인 20대 총선 당시 호남석권과 같은 정치적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 대표가 대권으로 가기 위한 기반 자체가 와르르 허물어진 셈이다.

안 대표의 인물 경쟁력도 날로 하락하고 있다. 한때 여야가 모두 탐내는 대권주자였지만 현 단계 차기 지지율 5% 안팎에 불과한 군소후보로 전락했다. 안 대표는 2011년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조건없이 후보를 양보하면서 차세대 지도자로 국민적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정치적 행보는 내리막길이다.

20대 총선에서 반짝했을 뿐 20175월 대선 패배에 이어 2018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3위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고작 3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야말로 군소정당이다. 안 대표가 향후 특단의 정치적 승부수를 내놓지 않는다는 향후 진로 또한 그다지 밝지 않다.

이 때문에 안 대표 주변에서는 서울시장이라는 우회로를 통한 차기 대권 도전설이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전제는 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한 반()문재인 단일후보다. 안 대표는 통합당과의 연대설이 거론될 때마다 격하게 손사래를 치고 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단일후보론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생각할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는 물론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과의 백브리핑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해왔다. 일언지하의 거절인 셈이다.

다만 안 대표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이해하면 안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권 도전의 발판이 되어야 할 국민의당은 존재감조차 미미한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물론 안 대표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확실한 출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론에 대한 거부 의사는 정치적 몸값 높이기의 일환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관측이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선 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안 대표 본인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의도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대표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막다른 상황에 내몰린 상황이다.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정계은퇴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면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은 또하나의 기회다. 특히 통합당과의 연대를 통해 보수야권 단일후보로 나서 승리할 경우 정치적 반전을 이뤄내면서 이르면 차기 또는 차차기 대선 도전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요 속의 빈곤통합당, ‘킹메이커김종인 선택?

1야당인 통합당의 입장에서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은 필승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부산시장 보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서울시장만 잡으면 차기 대선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통합당의 고민은 따로 있다. 정치적 환경은 유리한데 인물난이 발목을 잡고 있다.

후보군 자체는 많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21대 국회에 권토중래한 4선 중진인 권영세·박진 의원이 거론된다. 또 홍정욱·이혜훈·김용태·지상욱·오신환·김세연 전 의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확실한 필승카드인지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 오 전 시장과 나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잠재주자 대부분이 21대 총선에서 낙선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지역구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마당에 1년 만에 다시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는다는 건 다소 어색하다. 한마디로 풍요 속의 빈곤이다. 이 때문에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물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된다.

특히 최근에는 지난 총선 당시 혁신통합추진위원장으로 보수통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형준 동아대 교수를 주목하는 시각도 커지고 있다. ‘썰전을 비롯한 TV시사프로그램 출연을 통한 대중적 인지도가 강점인 데다 합리적 이고 개혁적인 중도우파의 이미지를 고려하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킹메이커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선택이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40대 기수론, 70년대생으로 경제를 아는 후보 등의 화두로 여야의 차기 대선판을 흔들어놓은 전략가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구상이 어떤 지도 관심사다.

특히 김 위원장은 통합당 비대위원장 수락 당시 킹메이커 역할을 분명히 했다. 서울시장 보선 공천권을 김 위원장이 전권 행사할 경우 안철수 카드도 전략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출마설에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도 나왔는데 또 나오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본인 판단에 달렸다며 여지를 남겼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다면 통합당과의 단일후보 여부를 검토해볼 수도 있다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 한마디로 애증의 관계였다. 한때 정치적 멘토였다가 결별한 것은 물론 20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과 국민의당 대표로 맞서 싸웠다. 최근에는 서로를 겨냥한 독설과 비판이 줄었다는 점에서 다소 관계를 복원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실제 김 위원장은 안철수 서울시장 카드에 대해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신중한 입장이다. 비토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에는 안철수 카드 역시 서울시장 보선의 검토 대상이라는 점이다.

민주당 조직기반 여전히 탄탄통합·국민 연대설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까지는 약 8개월이 남았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성추행 의혹이라는 변수를 고려하면 보수야권이 유리한 상황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재보선 원인 제공시 무공천이라는 당헌 탓에 원칙적으로 후보를 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민주당이 후보를 안내면 통합당의 어부지리 승리다. 이 경우 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후보론의 실현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 서울시장 보선이 차기 대선으로 가는 징검다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든 서울시장 후보를 낼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통합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서울지역 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통합당과는 비교불가 수준이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3선을 거둔 것은 물론 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와 구의회, 구청장을 장악했다. 총선을 거치면서 서울지역 국회의원도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서울시 산하 25개 구청장 중 서초구를 제외하고 24개구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서울 49개 지역구 중 무려 41개 지역구에서 승리를 거뒀다.

통합당 안팎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카드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농단과 탄핵사태 이후 수도권 선거에서 연전연패한 만큼 반()문재인 단일대오 마련이 필수적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대해 민주당이 꼼수로 서울시장 공천을 하게 된다면 그것을 저지하기 위해 힘은 합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다 구체적으로 내년 초 국민의당과 당대당 통합 가능성은 물론 통합이 없더라도 후보 단일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국민의당 반응도 나쁘지 않다. 권은희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는 지금 서울시장 후보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통합당과 손을 못잡을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내년 4월 서울시장 보선에서 협력 여지를 남긴 것이다.

더구나 행정수도 이전 추진, 부동산정책 드라이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립 등 여권의 개혁 드라이브가 보다 강력해지면서 차기 대선을 앞둔 야권의 합종연횡 움직임도 빨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야권의 최종적인 목표가 차기 대선에서 정권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철수 단일후보론을 고리로 반()문재인 연대전선 확립은 필수적이다.

야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보선 전망은 야권이 유리하지만 총선 이후 불과 석 달 반 만에 펼쳐진 정치지형의 극심한 변화를 고려해보면 내년 4월까지 야권 우위 구도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결국 여야의 일대일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 보수야권 역시 승리를 위해서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대 총선과 21대 총선에서 나타난 수도권 민심을 고려할 때 서울시장 보선 승리를 위해 통합당의 외연확장은 무엇보다 절실하다정치적 재도약을 노리는 안철수 대표와 차기 대선을 앞두고 서울 교두보 마련이 필요한 통합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면 안철수 서울시장 단일후보카드는 불가능하기만한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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