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여권의 악재가 거듭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백전백패할 수도 있다. 4월 재보선 약 11개월 후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나타나는 민심 흐름이 대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의미가 깊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권 재창출을 앞두고 재보선에서 기선 제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야당에게 승기를 넘겨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물밑에서 박원순 쇼크를 잠재우고 승리를 이끌어올 필승 카드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박영선, 뉴시스
박영선, 뉴시스

-무공천당헌 규정 발목잡아, 대놓고 출마 언급 못해 눈치 작전 중
- 물밑에선 여성후보냐 참신성이냐, 정치적 경륜이냐필승 카드 찾기에 골몰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판이 대선급으로 커졌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세상을 떠나고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하면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서울과 부산은 21대 총선 기준으로 유권자 수가 각각 840만명과 290만명으로 전국 유권자(4,397만 명)26%에 달한다. 내년 4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여야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대규모 선거가 줄줄이 민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4월 재보선 11개월 후인 20223월에는 20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고 대선 3개월 후에는 제8회 지방선거까지 치러진다.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민심의 선택을 받아야 그 여세를 몰아 대선 승리까지 넘볼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 사활을 건 대혈투가 예상된다. 특히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선거 얘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당헌 962항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은 이를 지적하며 벌써부터 무공천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미 대선 급으로 판이 커진 선거에 집권여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론을 명분 삼아 결국 후보를 공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민주당의 당헌규정 때문에 서울시장 후보군이 하마평 수준에서 거론될 뿐 공개적으로 출마를 언급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필승 카드에 대한 다양한 전략이 거론되고 있다.

여성후보론필승 카드 될까여여 대결가능성

가장 하게 떠오르는 카드는 여성 후보론이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까지 성추문에 휩싸여 몰락하면서 여성 후보를 내세워 승리를 노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야당이 선거전에서 민주당의 계속되는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파문을 공격 포인트로 삼기 위해 여성 후보를 공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여성 후보를 출전시키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최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여성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좀 많이 진출할 수 있었으면이라며 저는 그런 식(여성후보 공천)의 고민이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의원은 지도자에 여성이 많이 올라가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고정 관념과 자기 위력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여성후보를 내세웠던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6년과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출전시켰다. 그러나 모두 당선에는 실패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현직 여성 장관들이 여성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출마했지만 박영선 장관에게 패해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추 장관은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면 충돌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소신을 밝히는 등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추 장관이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입지를 다진 후 서울시장 출마가 아닌 대선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동시에 나온다.

박영선 장관은 2011년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 천정배·추미애·신계륜 후보를 누르고 서울시장 후보가 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경선에서 패배해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박 장관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도 도전했지만 1위인 박 전 시장에 이어 2위에 그쳤다. 박 장관은 최근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주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래통합당에서는 나경원이혜훈 전 의원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의당이 심상정 대표를 내세우거나 국민의당에서도 여성후보를 공천할 경우 여여 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바람’ ‘참신성으로 승부 가능성도, ‘양박 차출설

박주민, 뉴시스
박주민, 뉴시스

 

추미애박영선 장관 등이 여성후보라는 강점은 있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참신성은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성별과 상관 없이 새 바람참신성에 초점을 맞춰 후보를 공천할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흥행을 위해 양박(박주민박용진)’을 띄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 은평구갑이 지역구인 재선 박주민 의원(1973년생)과 서울 강북구을이 지역구인 재선 박용진 의원(1971년생)은 모두 40대다.

거리의 변호사’, ‘세월호 변호사로 널리 알려진 박주민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높다. 박용진 의원도 유치원 3법 도입의 계기가 된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로 주목을 받은 바 있고, ‘삼성 공격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개혁소신에 따른 의정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온 두 사람 모두 새 바람참신성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후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829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박주민 의원은 지금은이라는 전제를 달아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당권 레이스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다진 후 얼마든지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주민 의원은 지난 24KBS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저를 서울시장 후보 물망으로 올려주신 분들께서는 저를 높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만, 서울시장에 대한 뜻은 없다. 지금은이라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도 출마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9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인터뷰에 출연해 당이 내년 서울시장 선거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지도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제가 나간다 혹은 안 나간다 대답하는 것 자체가 실없는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민주당의 입장이 정해지고 나면 그때 다시 물어봐달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거론돼온 후보군 외에 정치 신인을 파격 공천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대협 3인방출마?우상호 출마 준비 착수설

이와 함께 그동안 꾸준하게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돼왔던 우상호이인영임종석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인방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멀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임종석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장관과 특보 자리를 거쳐20226월 제8회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내년 4월에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에서 야당과 새바람’ ‘참신성경쟁이 벌어지며 당내 젊은 후보들이 치고 올라 올 경우 ‘86세대정치인들은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우상호 의원은 출마를 위해 물밑 준비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 의원의 경우에는 지난 2018년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박원순·박영선 후보에 밀려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경선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우 의원은 2022년 서울시장에 재도전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국회에서 4선 고지에 오른 우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다. 우 의원이 정치적 경륜을 내세워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도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