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와 국도 넘나들며 “운전? 내가 안 해. 코란도가 해”

2.5단계 자율주행 적용으로 새롭게 태어난 2019년 형 모델 뷰티풀 코란도(좌)와 2020년 형 모델 리스펙 코란도(우)가 나란히 서있다. [이창환 기자]
2.5단계 자율주행 적용으로 새롭게 태어난 2019년 형 모델 뷰티풀 코란도(좌)와 2020년 형 모델 리스펙 코란도(우)가 나란히 서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대주주 마힌드라가 사실상 비워둔 자리에 지원의 손길조차 없이 홀로 남은 쌍용자동차가 렉스턴G4에 이어 티볼리아머 재 출시와 뷰티풀 코란도의 업그레이드 모델 리스펙 코란도 등을 내세우며 안간힘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리스펙 코란도가 지난 6월 총 2500여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5단계 자율주행과 인포콘 등으로 돌아온 리스펙 코란도와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다.

리스펙 코란도, 다운사이징 1.5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달린 500km
2.5 단계 자율주행, 어디까지 가봤니…서울에서 전주 한옥마을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길거리에는 차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서둘러 도심을 빠져나가야겠다는 계획으로 골목길을 나서며 시내도로로 진입했다. 그 와중에 잠깐 핸드폰을 내려놓는데 경고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운전대가 ‘스르륵’ 저절로 움직이며 제자리를 찾았다. ‘차선유지보조장치(LKA)’가 작동 중이었다. 큰 이탈도 아니고 차선을 조금 밟았나 싶었는데 차를 차선의 한 가운데에 단단히 고정했다. 

지난 4월 출시된 리스펙 코란도는 기존의 차선이탈방지 기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중앙차선유지보조장치(CLKA)로 진화했다. 이는 차선을 변경하지 않는 한, 차량이 차선의 중앙으로 잘 달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쌍용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존의 차선이탈경고나 차선유지보조 장치들은 차선을 밟거나 넘어가기 직전 차량을 반대편으로 움직여 준다. 이 때 운전자는 운전대를 잡고 차량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하지만 CLKA는 양쪽의 차선과 차량 간의 공간을 균등하게 파악하고 차선의 가운데에 차를 잡아줬다. 

무모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하나 ‘운전대를 놓아 볼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기능이었다. 한 코란도를 운행하는 이에 따르면 가볍게 운전대에 손을 올려두고 있는 정도라면 운전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기능이라고 평했다.  

중앙차선유지보조장치가 켜진 코란도의 계기판 [이창환 기자]
인텔리전트 크루즈 기능과  중앙차선유지보조장치가 켜진 코란도의 계기판 [이창환 기자]

코란도 소유주들의 추천에 따라 CLKA가 작동되는 중에 인텔리전트 크루즈 기능을 추가로 설정했다. 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손만 운전대에 올리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뗐다. 차량이 적극적으로 운전에 나서고 운전자는 살짝 대기모드로 전환된 셈이다.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에 계기판과 전방을 번갈아 보며 앞차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했다. 혹시나 옆으로 따라붙는 차량이 있는지 연신 사이드미러를 번갈아 살폈다. 최적의 방어 운전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전방 주시에 대한 의무감이 조금 떨어졌다. 

2.5단계 자율 주행, 적극 체험하기 

그냥 손만 올려두고 시선만 왔다갔다하는 시간이 지속되자 지루함이 밀려와 적극적인 자율주행 체험에 나서기로 했다. 운전대로부터 손을 잠시 내려놓고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옆 차선에 다른 차량이 나타나면 양 사이드미러는 어김없이 주시하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앞에 차량이 없으면 설정한 속도로 달렸고, 차량이 나타나면 제동하며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했다. 전방에 속도제한 카메라가 있다는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500m가 남은 지점에 차량은 스스로 속도를 줄이며 제한속도에 맞췄다. 아무리 버튼을 조작해 설정 속도를 올려도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는 지점을 지나기 전까지 차량은 속도를 올리지 않았다. 

크루즈 기능을 자주 이용해본 운전자들이라면 알겠지만, 속도를 설정해두고 달리다 간혹 주행 중에 저속 차량을 앞에서 만나게 되면 이를 추월해가기 위해 크루즈 기능을 취소(cancel)하고 다시 설정(set)해야 했다. 크루즈 기능이 작동되는 중에는 제동을 위해 브레이크는 밟으면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만 가속 페달은 기능을 잠시 멈추고 있기 때문이다.  

앞을 달리는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자율주행 성능을 뽐내고 있다. [이창환 기자]
앞을 달리는 차량과 간격을 유지하며 자율주행 성능을 뽐내고 있다. 설정 속도는 시속 40km지만 앞차와의 간격 유지를 위해 시속 35km로 달리고 있다. 자율주행을 테스트하는 중, 계기판에 핸들을 잡으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이창환 기자]

인텔리전트 크루즈 모드에서 저속 차량을 만나 앞지르기를 위해 본능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았는데, 계기판에 ‘운전자가 가속을 진행 중’이라는 멘트가 나타나며 가속이 됐다. 그리고 차량을 추월하고 나서 발을 떼면 다시 설정해둔 속도로 돌아왔다. 기존의 크루즈 기능에 익숙해 있다가 가속 페달 활성화가 되는 기능을 직접 체험하면서 처음 출발할 때 운전대를 움직여주던 상황처럼 탄성을 질렀다. 

목적지가 가까워오자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속도를 줄이고 국도와 지방도로를 통해 목적지까지 가기로 했다. 국도로 내려오면서 이른바 반 자율주행이라고 일컫는 2.5단계의 한계점을 직접 느꼈다. 신호등이 빨간색으로 바뀌면서 차량의 제동은 운전자가 직접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전방에 함께 진행하는 차량이 있을 때는 간격을 유지하며 스스로 제동하고 다시 출발하는 것이 가능했다. 앞차가 완전 정차를 할 때는 함께 멈췄다가, 앞차의 출발과 동시에 버튼이나 엑셀을 조작해 출발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졸음 쉼터에서 두 차례 쉬고, 중간에 국도에 내렸던 것을 포함해 260km의 주행 끝에 전주 한옥 마을에 도착했다.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지만, 이른바 반 자율주행이라 불리는 2.5 단계 자율주행 기능을 보유한 코란도는 정속주행, 앞차와의 간격 유지, 제동, 가속과 차선이탈 방지 등을 번갈아 선보이며 적극적인 방어 운전에 최적화된 아마추어의 운전 실력을 넘어서는 성능을 발휘했다.

4시간의 운전 끝에 차량에서 내리면서 “코란도는 튼튼한데 운전하고 나면 허리가 아파”라고 하시던 어른들의 말이 떠올랐다. 이젠 옛말이 됐다. 1990년대부터 마니아들로부터 사랑을 받아 왔던 코란도가 뷰티풀 코란도를 넘어 리스펙 코란도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정점을 찍을 것이라던 한 평론가의 말이 떠올랐다. 편안한 승차감은 덤으로 따라왔다. 

한편 쌍용차는 딥 컨트롤(deep control)이 적용된 코란도의 자율주행 성능을 2.5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 등을 이용해 차량의 전‧후방과 측면 등 주변을 감지하고 차선 이탈 및 충돌 상황 등으로부터 자율적으로 차량을 제어하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등이 0단계부터 무인차 수준인 5단계 가운데 2.5단계에 해당된다는 설명이다. 

2019년 형 뷰티풀 코란도와 2020년 형 리스펙 코란도의 후면에 차이점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이창환 기자]
2020년 형 리스펙 코란도(좌)와 2019년 형 뷰티풀 코란도의 후면 모습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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