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허숭 서울시회장 고발… 횡령·배임, 정치권 로비 의혹까지

[대한건설협회]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사업의 품위 보전, 상호협력 증진 및 권익 옹호를 도모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단체다. 최근 대한건설협회 전국 지자체 16개의 지회 중 하나인 대한건설협회 서울특별시회 허숭 회장과 서울시회 내부 회원들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비대위가 허 회장의 횡령·배임뿐만 아니라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초점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맞춰졌다. 하지만 서울시회 내부에서 잡음이 일어나는 동안 정작 대한건설협회 본부는 뒷짐만 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비대위 “정치권에 줘야 해” 현금 인출 지시 폭로에 서울시회, “불순 의도”

건설협회 본부, 감사도 착수 안 해… 협회 운영비 관리에는 관심 없어

지난 5월 허 회장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비대위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책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비대위 측은 감사 결과 서울시회가 지난 3년간(2017~2019년) 지출한 사업비 33억9300만 원 중 업무 관련성 및 적격증빙 확인 대상 비용 10억4700만 원에 대해 소명을 요구했다. 이후 지난달 비대위 측은 허 회장을 특별경제가중처벌상 횡령과 배임,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비대위는 “(허 회장이) 절대 사용처를 밝힐 수 없다는 현금 3억8000만 원과 사용처와 증빙이 의심되는 카드사용 2억9000만 원 등 총 6억7000만 원의 업무추진비에 관해 여전히 소명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기자회견 당시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비용은 2억2000만 원이었지만, 갑자기 4억5000만 원이 늘어나면서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시회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6월 대한건설협회에 소명서를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지출비용은 모두 서울특별시회 소속 대한건설협회 대의원, 운영위원, 임원 등과의 간담회 비용, 기념품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개인적인 용도로 사사로이 사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비대위가 특정 세력의 자리다툼을 위해 마련된 조직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해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구성원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점은 특정 세력이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불순한 의도가 담겼기 때문”이라며 “건설업계 발전을 위해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더 이상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로비 의혹에
당사자들, “억울하다”

앞서 서울시회 사업비 중 허 회장이 소명하지 못한 금액은 또 다른 의혹을 낳았다. 6억7000여만 원 중 3억8000만 원은 현금화해 정치권 로비 등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MBC 보도에 따르면 허 회장이 지난해 1월 조찬강연회 강사로 참여한 전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P씨에게 인사를 해야 한다며 수백만 원을 찾아오라고 지시했고, 5만 원권으로 인출 후 봉투에 담아 협회 관계자가 허 회장에게 전달했다. 비대위 측은 허 회장은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 줘야 한다며 현금을 찾아오라고 지시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며 돈은 모두 업무추진비에서 나갔다고 비판했다. 허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가 대표로 있는 청광건설에 연락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결국 허 회장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허 회장은 다른 매체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당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과 정치권 로비 의혹이 제기된 P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허숭 회장과 친분이 없는 사이라고 억울함을 밝혔다. P의원은 “전에 대한건설협회에서 저를 포함해 국회의원 대여섯 명 정도를 동시에 세미나에 초청해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이후 허 회장한테 전화가 와 ‘대한건설협회 서울시회에서 강연을 하는데 강의를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며 “그 강의는 원래 박원순 서울시장이 하는 거였지만, 박 시장에게 사정이 생겨 대신 강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강의료도 사람이 많아 현장에서 받지 않았다. 알아보니 강의료가 60만 원 들어왔고, 그 이상 그이하의 금액을 받은 사실이 없다. 분명히 얘기하지만 절대 강연료 외 10원도 받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P의원은 로비를 할 필요가 없고, 서울시회가 본인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로비를 하냐며 기자에게 반문했다. P의원은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허 회장이 “누를 끼쳐 죄송하다”라는 전화를 했다며 해당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감사실, “서울시회 감사한 적 없어”

대한건설협회 지회 내부에 잡음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대한건설협회 본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허 회장의 비리 의혹에 대해 매체들은 앞다퉈 보도했다. 특히 매체들은 건설협회 서울시회가 협회 본부에 소명서를 제출했고, 본부가 서울시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부 감사실 관계자는 “감사를 한 적 없고 소명자료도 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허 회장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서는 감사실 측은 “그 부분은 저희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지부가 많아 하나하나 관리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이다. 감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저희가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며 서울시회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나설 수 없다는 태도다. 그렇다고 서울시회에 따로 감사실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리 의혹이 제기됐지만 감사실은 조사에도 나서지 않았다. 감사실 측은 “의혹이기 때문에 저희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협회 본부 홍보팀 관계자는 “감사가 아니고 조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로비로 들어간 돈이 3억 가까이 된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금액이 협회 운영비(회비)로 이용한 것인지,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는지에 대해 관계자는 “알 수 없다. (검찰에서) 조사한다니 조사하면 알 수 있다”며 “걷는 구성은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본부는 협회를 운영하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지, 비용을 관리하는 곳이 어딘지에 대한 질문에는 “서울시회에 물어보라”라고 답했다. 서울시회 기획총무실 관계자는 운영비에 대해 “회비의 경우 본회분, 시회분 금액을 부과하고 시회가 받아 본부로 정확하게 금액을 신고하고 신고가 끝난 다음 송금을 보내라고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본부조차 본회와 지회 사이의 운영 비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지회 내부에서 비리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본부가 감사도 착수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협회가 수수방관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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