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글로벌 CP는 왜 국내 통신사에 사용료 안 낼까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프랑스가 받고 있는 디지털 세를 우리도 받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법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프랑스가 받고 있는 디지털 세를 우리도 받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법부터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을 만났다. 5G가 상용화되면서 통신사와 소비자 간의 갈등, 국내 통신사들이 넷플릭스나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CP들에게 망을 제공하고도 그 이용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 앞에 놓인 통신 관련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아울러 디지털공화국법을 기초로 IT와 전자‧통신 관련 법안을 구성하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IT, 통신 기업들에 맞서서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프랑스의 사례도 들여다봤다. 

지난달 21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본교 인근 골목에 위치한 경실련을 찾았다. 방효창 경실련 정보통신위원장은 직접 만든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내밀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현재 두원공과대학 파주캠퍼스 스마트IT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방 위원장은 환한 미소로 우리나라 통신기업의 시작과 5G 관련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나라 통신사의 탄생 배경

방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통신사와 시작부터 달랐다. 미국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민간회사로 출발해 자유자재로 서비스를 구성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제공해 왔지만 우리나라는 국가가 통신사를 운영하다가 민간 기업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가 운영하면서 통신 요금부터 전화 회선까지 통제하던 시대에 살다가 민영화에 발맞춰 전환이 되면서 조금은 이상한 구조가 이뤄졌다. 형식은 민영화가 됐는데, 요금이나 망에 대한 통제권 등은 여전히 정부가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5G 상용화가 시행되면서

방 위원장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5G의 경우, 통신사들 입장에서는 아직 LTE에 대한 투자비도 못 건졌는데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정부가 무리해서 밀어붙인 부분이 있다. 이 분야 넘버원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시 미국이 5G 개통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국내 통신3사가 부랴부랴 야간에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불러 특별 개통을 진행하며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는 “2등은 알아주지 않는 세상이니 그랬던 것으로 보였다. 투자를 했으면 투자비도 회수하고 적정하게 마진을 어느 정도 취해야 새로운 사업을 추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데, 아직 LTE의 투자비도 못 뽑아낸 상태였지만 5G를 정부가 밀어붙이니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정부가 5G 주파수 경매를 했다. 통신사 입장에서 주파수를 할당 받지 못하면 5G 진입 기회를 놓치게 되므로 적극적으로 매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라면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통신 3사뿐 누군가 원한다고 통신사를 맘대로 세울 수 없다. 통신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이를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끌고 가면 발을 담게 된다. 이렇게 망을 개설했으니 비용 충당을 위해 가입자를 받아야 하는데 가입자를 받으려니 망은 가입자를 위한 폰이 있어야 했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결국 삼성이나 LG 등 휴대폰 제조사에 가서 5G폰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게 됐고 소비자들은 망설치가 완벽하지 않아 잘 터지지도 않는 5G를 가입해야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다.

넷플릭스‧페이스북 vs KT‧SK

지난해 4월 경실련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동통신 3사를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하며 “구글과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CP들이 높은 트래픽을 점유하며 수조 원대의 매출을 국내에서 올리고도, 망 접속료는 지불하지 않고 있어 기준에 따라 성실히 지불하는 국내 CP들과의 거래상 차별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페이스북이 국내 ISP(Internet service provider)인 통신사의 망이용료 납부에 대한 요구를 거절하고 국내 서버가 아닌 근처의 홍콩 서버를 이용하면서 통신 트래픽 증가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던 데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과태료를 내지 않기 위한 소송을 진행했고, 승소했다. 

프랑스는 ‘디지털 세’ 부과했는데

방 위원장은 “우리나라가 만일 관련법을 갖고 있거나, 법으로 강제하게 되면 아무리 거대 글로벌 CP라도 눈치를 보고 따라올 수밖에 없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당연히 실수가 따르지만 이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유기했다고 밝혀지는 것은 데미지가 크기 때문에 어차피 법을 따라온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경실련의 입장에서 이것은 숙제라고 본다. 프랑스는 디지털 공화국법을 만들었다. 과거 찬란했던 유럽의 중심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밖으로 밀려나가니 미국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쪼그라 들었다”며 “이에 디지털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기본법을 새로 구성했다. 이것을 기본으로 AI가 됐든 인터넷이 됐든 IT, 통신 등을 포함해 관련 법을 재정비했다”고 말을 이었다. 

글로벌 CP와 ‘맞장’이 아닌 근거 법을 재정비하라

즉 우리 눈에는 프랑스가 글로벌 기업들과 이른바 ‘맞장을 뜨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국 내 ‘디지털 공화국법’이라는 틀을 구성하고 관련 법에 적용시키므로 디지털 세라는 명목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추가적인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방 위원장은 “이를 두고 우리나라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디지털 세를 내야 한다는 법을 만들고 이런 비용들을 받아내고 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면서 왈가왈부하며 토론만 계속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왜 못하겠냐. 모이면 맨날 이런 토론만 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전기통신법, 온라인 관련 법 등 법안만 이렇게 개정하고, 또 개정하고 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 관련 기초나 근거가 되는 법을 하나 만들어 기존의 법을 재해석 하고 다시 끼워 맞춰서 새롭게 풀어내야 한다고 본다. 물론 방대한 작업이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세상이 이미 변하고 있으니 필요한 대처다”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개정안을 내면서 원래 있는 법을 수정, 보수해나가고 있는데 이러면 대상 기업들에게 옥죄는 형태로 보여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본을 갖춘 법을 잘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방 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자주 바뀌기도 했지만, 그간 방송 분야에 집중됐던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가 그럴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며 “다만 최근 통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새롭게 구성된 위원회 소속 위원들로부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법으로 재정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을 맺었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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