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공개 합병 제의에 CJ ENM, 불쾌감 드러내… “공식 제안 없어”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SK텔레콤(SKT)은 지난달 24일 언론을 통해 ‘웨이브(Wavve)’와 ‘티빙(TVING)’ 합병 소식을 알린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티빙 측은 양 기업간 사전 협의 없이 언론을 통해 이뤄진 공개 합병 제의는 ‘상도’를 어긴 언론플레이와 다름 없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SKT가 OTT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위한 행동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 외에 OTT시장의 강자로 꼽히는 넷플릭스와의 격차 해소를 위한 전략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SKT 유 부장 발언 두고 ‘위기감’ 등 말 나와… “합병보다 경쟁력 확보”

CJ ENM, JTBC 합작법인 설립 결국 무산… 10월1일로 재차 연기

지난달 23일 유영상 SKT MNO사업부장은 한국 OTT포럼 세미나를 통해 “웨이브와 티빙이 합병하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며 “웨이브가 국내 OTT 대표주자로 (티빙과) 합병을 원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SKT의 공개 합병 제의는 화제가 됐고, 언론도 앞다퉈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분산된 한국 OTT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통합론’도 함께 떠올랐다.

하지만 SKT가 공개 발언만 반복한 채 웨이브 측과의 직접적인 제안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티빙 측은 SKT의 이 같은 태도에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티빙 측은 “SKT가 계속해서 티빙에 합병을 제안한다고 하는데 공식적으로 제안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합작법인 출범 준비에 한창인데 자꾸 이런 기사가 나 허탈하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합병설에 ‘불안감’ ‘위기감’ ‘자존심’ 등 해석

SKT의 웨이브와 티빙 합병 제안 속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해석했다. 합병을 요구하는 이유가 OTT시장을 잠식한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한국시장을 내줄 것이라는 불안감과 지상파 콘텐츠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유 사업부장 역시 “플랫폼을 만들든 서로 콘텐츠를 교환하든 가장 좋은 방법은 합병”이라며 “넷플릭스를 상대로 단일화해도 이길까 말까 하는데, 각각 떨어져 있으니 이대로 가면 1년 내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웨이브, 티빙) 콘텐츠가 다 있고, 통신회사가 판매하고 기술을 넣는다면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SKT의 자존심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정호 SKT 대표와 유 사업부장은 넷플릭스 플랫폼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이미 수차례 언급했었다. 유 사업부장은 “SK텔레콤도 넷플릭스를 받아 쉽게 장사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넷플릭스판’이 될 것”이라며 “지금은 한국 콘텐츠에 잘해 주는 것처럼 보여도 시장을 장악하면 결국 식민지처럼 종속돼 한국 콘텐츠 생태계가 다 망한다”라고 비판했다.

이 외에도 정부의 국내 콘텐츠 플랫폼 강화 독려 방침을 따르는 양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발표를 통해 국내 OTT 사업자들의 ‘협업형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진짜 원하는 것, “합병보다 전략적 파트너십?”

업계 관계자들은 SKT가 ‘합병’보다 ‘전략적 파트너십’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SKT와 지상파 3사가 손잡고 지상파 방송 특화형 플랫폼인 웨이브를 출시했지만, 초기에 비해 이용자 수는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웨이브 월간 이용자 수는 지난 5월 기준 약 346만 명으로, 출범 초기인 지난해 11월 대비 약 14% 줄었다.

이와 달리 넷플릭스는 이용자 수가 꾸준히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며, 웨이브를 추월했다. 이에 따라 SKT가 넷플릭스를 추월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SKT의 합병 제안은 OTT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포석에 지나지 않다는 해석도 이어진다.

이 외에도 SKT의 경쟁사 격인 KT와 티빙의 통합설에 대한 견제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 상황이다. CJ ENM 측은 “타 사업자들과 협력에 관해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면서도 “통신사들의 투자 및 지분 참여에 대한 제의가 들어온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지난 1일 출범 예정이던 CJ ENM과 JTBC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합작법인 ‘티빙’이 결국 무산됐다. CJ ENM은 “1일 예정됐던 티빙의 법인 분할 기일은 10월1일로 재차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6월1일 공시 기일을 8월1일로 미뤘던 만큼, 두 차례 연기된 셈이다.

당초 CJ ENM은 티빙을 물적 분할한 후 분할한 법인을 JTBC와 합작한 신설 OTT 법인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면서 최대한 물적분할과 신설법인 설립을 연동하기 위해 기일 자체를 늦췄다는 설명이다. 사측은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을 통해 “JTBC의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지연되고 있어 합작법인 설립 가능 일정을 고려해 티빙 법인분할 기일을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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