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가 7월20일 느닷없이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꺼내들었다.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고,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23일엔 “행정수도 이전”에 “끝장을 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행정수도 이전은 위헌 판결”이 난 사항이므로 불가하다고 했다. 다만 “국회 분원설치” 정도는 정부부처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가능하다고 했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부동산 대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며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내놓은 게 ‘수도 이전’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사항인데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집권세력의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잘못된 시기에 잘못된 판단으로 국민들을 잘못된 찬*반 대결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간다. 행정수도 이전 재론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 네 가지로 집약될 수 있다.

첫째, 시기적으로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생명 위협을 느끼고 경제마저 파산상태로 치닫는 때에 천도를 꺼내들었다는 데서 반대한다. 문 대통령은 작금의 국가 최고 국정과제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이라고 했다.

그는 현 상황을 “경제 전시상황”이라고 했다. “경제 전시상황”에서 이미 위헌으로 판결 난 행정수도 이전을 다시 꺼내들고 나섬으로써 지역적으로 대결·갈등케 하고 국력을 분산시켜 다급한 경제 회복 발목을 잡을 따름이다.

둘째, 행정수도 이전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지지세력 이탈 방지를 위한 방편으로 간주된다는 데서 불가하다. 실상 한국갤럽이 7월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내년 재보걸선거에서 여당후보 지지는 37%인데 반해 야당 후보는 49%로 나타났다.

민주당으로선 지지세력 하락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현 정권의 부동산 실책을 면피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특히 세종 행정도시를 포함, 여러 나라들의 이전에서 드러났듯이 행정수도를 옮긴다고 해서 인구분산·사회적 양극화 해소·지역적 균형발전은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례를 유의해야 한다.

셋째, 행정수도 이전은 16년 전인 2014년 10월 노무현 정권이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으로 관철시키려 했지만, 헌법재판소에 의해 위헌 8대 각하1의 압도적 표차로 부결되었다는 데서 재론할 필요가 없다. 당시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 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불문헌법(관습헌법)에 해당된다”고 판시했다.

그래서 수도를 옮기기 위해선 먼저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그런데도 집권세력은 서울이 수도라는 헌재의 ‘관습헌법’을 수긍할 수 없다며 국회와 헌재의 압도적 다수 지배를 믿고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코자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법 제1조와 상법 1조는 각기 첫 머리에서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라고 명시, 관습법을 헌법 하위에 있는 법률로는 변경 못하도록 했다.

넷째, 여권이 수도 이전을 국회와 헌재 장악을 믿고 강행한다면, 다음 보수 정권도 국회·헌재를 지배하게 될 경우 다수의 힘을 믿고 수도의 서울 복귀를 역으로 강행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도 이전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고 만다. 국력의 소모이고 국가적 재앙이다.

수도 이전은 서울의 600년 역사성이나 남북관계 또는 국제적 상징성으로 볼 때 함부로 입에 올릴 대상이 아니다. 인구분산·사회적 양극화 해소·지역적 균형발전도 보장될 수 없다. 행정수도 이전은 정책 실패를 면피하고 재집권을 노리는 정권의 노리개가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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