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지난 4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의원이 25.6%의 지지를 얻어 굳건히 1위를 지킨 가운데, 같은 당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6%의 지지를 얻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두 사람 간의 차이는 6%p로 여론조사상으로는 오차 범위 밖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양강체제를 구축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이 조사에서 이들이 양강체제를 구축한 것만큼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13.8%의 지지로 3위를 차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현직인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임에도 범여권 후보가 아닌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것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의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평등을 무시하고 자유만 중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의 지배(rule of law)를 통해서 실현됩니다.”라는 매우 정치적인 발언을 하였다.

위 발언을 정치학적으로 해석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과거 보수세력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편협하게 왜곡 축소하여 해석하는 관례를 답습하고 있는데, 그가 여기에서 얘기한 민주주의는 프롤레타리아 독재, 즉 전체주의에서 말하는 사회주의를 얘기하는 것이고, 진짜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극히 대한민국 검찰총장다운 해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검찰총장의 이 발언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어 검찰총장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말이 향하고 있는 곳이 문재인 정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작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파격적으로 검찰총장으로 발탁하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 적용을 하라’는 매우 이례적인 주문을 하였다고 한다. 정부여당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악연의 시작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이에 한껏 고무된 윤석열 검찰총장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조국 법무부장관을 1개월 만에 물러나게 했다. 이에 부랴부랴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저격수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기용하기에 이르렀다.

국가 운명을 좌우할 중요 정보를 가지고 도주한 정보원을 쫓는 또 다른 정보원, 마치 첩보영화에서나 볼 듯한 장면들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일방적으로 쫓기며 상처를 많이 입은 모양새이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내성(耐性)이 생겨 범야권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라는 훈장을 목에 걸고 있다.

일부 범여권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을 명확한 이유 없이 파면할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딜레마(dilemma)이자 업보(業報)이다.

만약 윤석열 검찰총장이 잘못하고 있다면 누가 이를 제지할 것인가? 검찰총장의 정치적 행위 못지않게 최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많은 국민들이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 대한민국 국권의 최고기관은 국민이고, 우리나라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전국선거가 실시된다. 이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해 국민투표로 신임을 물을 수는 없을까? 정치권이 소모적 정쟁에서 벗어나는 묘안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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