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쌓인 부패·시스템 붕괴 결과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대규모 폭발 '전(7월 31일)과 후(8월 5일)' 차이. [베이루트=AP/뉴시스]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대규모 폭발 '전(7월 31일)과 후(8월 5일)' 차이. [베이루트=AP/뉴시스]

[일요서울] 지난 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 참사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번 대폭발 사고가 레바논의 뿌리 깊은 부패와 시스템 붕괴의 직접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당국은 항구 창고에 장기 보관한 2750t 규모 인화성 질산암모늄이 폭발 원인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레바논 대형 물류회사 ‘아드함 엘 카티브 앤드 선스’의 간부 사르지 엘 카티브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폭발이 발생한 12번 창고 안에 세관이 압류한 폭죽, 미사일, 캡타콘(중동 지역에 퍼진 마약의 일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레바논 현지언론 알줌후리야와 CNN 등 각국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이후 베이루트 항 12번 창고에 적재된 질산암모늄의 위험성에 대해 수차례 경고가 제기됐다. 질산암모늄은 고위험성 폭발물에 언제든지 폭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그러나 물류회사 측에선 경고를 매번 무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에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하산디아브 총리는 이번 참사와 관련된 책임자를 찾아내 반드시 엄중 처벌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레바논 국민들은 정부 관리들의 고질적이고 장기간 지속돼 온 부정부패를 문제 삼았다. 레바논의 경제난과 국가의 부정부패로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번 레바논 대폭발 참사가 방아쇠를 당기게 했다. 

이를 두고 베이루트 소재 싱크탱크 카네기 중동센터 책임자 마하 야히아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레바논의 붕괴하고 있는 시스템의 재앙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리에서 시민들의 분명한 분노가 느껴진다”고 레바논 대폭발 사고에 대한 여론을 설명했다. 

레바논의 무능 정치와 부정부패는 15년에 걸친 내전과 1990년 종전 이후 도입된 권력 분점이 시초다. 복합한 종교·정치적 분파들이 권력을 나눠 가지면서 실력과 능력이 아닌 배경과 인맥이 우선시되는 국가가 된 것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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