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월세화’, ‘일방적 전세 갱신 요구’ 빗발쳐···누구를 위한 3법인가?

서울의 아파트. [사진=조택영 기자]
서울의 아파트.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고 있다는 지적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른바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세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일방적인 전세갱신을 요구, 집주인은 이러한 세입자에게 전세를 놓느니 집을 비워두거나, 팔겠다고 반박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함께 잇따르는 형국이다.

상생 관계 무너졌다···전세 품귀 현상전셋값 급등 지속

최근 7‧10 부동산 대책 실행을 위한 이른바 ‘부동산 3법’ 등 세법 후속 입법이 완료됐다. 전월세 신고법도 통과돼 ‘임대차 3법’ 역시 모두 처리됐다.

이에 따라 내년 6월1일부터 전‧월세 거래 시 30일 안에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보증금 및 임대료, 임대 기간 등은 어떻게 되는지 주요 계약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서까지 제출해 신고 접수를 완료하면 확정일자도 자동 부여되는 방식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담은 주택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고, 이튿날 즉시 시행했다.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전‧월세 계약 기간을 4년간 보장하는 것, 전월세상한제는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정부와 여당의 일방적인 졸속 정책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 상황. 현재 전‧월세 시장은 아수라장이 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

9년 만에 최저 기록

우선 전‧월세 매물이 동이 났다. 거래량은 급격하게 줄었다. 그나마 있는 전세 매물도 월세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돌리는 실정이다.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동결하다시피 하는 계약을 이어가느니, 차라리 자신들이 집에 들어가 살겠다고 말한다. 또는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0%대 초저금리 시대가 장기화하면서 전세 물건은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전세계약 건수가 9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면서 임대차 3법 시행에 따른 전세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다.

세입자 내쫓는 방법 공유된다?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으로 문제를 겪는 목소리도 거세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법안 시행 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하겠다고 나오는 세입자들 때문에 황당하다는 글이 쇄도하고 있는 것.

계약 만료 시점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는데, 법안이 시행되자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대뜸 연락을 한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운운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집주인은 자신이 실거주를 하다가 매매할 것이라 재계약은 불가하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세입자는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화를 냈다는 것이다.

또 세입자가 집주인이 실거주하는지 감시하겠다고 말했다는 사례도 있다. 글 작성자는 “실거주한다고 하니 세입자가 정보 열람을 통해 실거주하는지 감시하겠다고 했다”며 “집을 비워두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세입자와 계약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정부는 앞으로 갱신권을 거절당한 세입자가 집주인이 실거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손실을 감수하고 해당 주택을 2년 동안 공실로 두겠다면 막을 방법은 없는 상태다.

반대로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통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쫓는 방법도 공유되는 실정이다. ▲임차인이 임차한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파손한 경우 ▲2기 차임액을 연체한 경우 등 집주인은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정부의 시장 개입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혼란을 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집주인-세입자 상생 관계가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또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과 전셋값 급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라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는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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