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철 편집국장
홍준철 편집국장

와신상담이란 ‘거북하기 짝이 없는 섶에 누워 잠을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뜻이다. 원수를 갚으려 하거나 실패한 일을 다시 이루고자 굳은 결심을 하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미래통합당이 와신상담한 효과가 나타나는 징후가 엿보인다.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범야권 후보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야당에 선거 환경의 유불리를 떠나 전국선거 4연패로 침체됐던 통합당이 전세를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서울 지역에서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43주 만에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수도이전 추진, 집값 폭등 등으로 서울 지역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당 지지율에서도 30%대로 민주당과 한 자릿수 차이로 좁혀졌다. 

3개월 전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서울 49개 지역구 중 통합당은 8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3연패했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텃밭인 강남도 내주고 단 한 곳에서 승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통합당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반등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성인 25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 이낙연 의원은 25.6%, 이재명 경기지사는 19.6%로 각각 집계됐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 지지율이 3개월째 하락했다 윤 총장의 선호도는 전월보다 3.7%포인트 상승한 13.8%를 기록했다. 윤 총장이 3위 자리를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과 윤 총장의 선호도 격차가 11.8%로 좁혀졌다.(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런 흐름에 맞춰 윤 총장은 40일 만에 침묵을 깨고 "민주주의라는 허울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 배격해야 한다"고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윤 총장은 또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며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모든 국민이 잠재적 이해 당사자와 피해자라는 점을 명심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법 집행 권한을 엄정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권은 ‘시원하다’는 반응이고 범여권은 ‘사퇴론’으로 맞섰다.

문제는 통합당이 당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지다. ‘일시적인’ 반사이익이라는 따끔한 지적이 나온다. 이유는 명확하다. ‘치고 나갈’ 때 못 치고 나가고 ‘협치해야  할 때’ 막말정치로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타이밍 정치‘의 실패다. 

또한 여전히 이슈를 주도하기보다는 ‘딴죽거는’ 구정치 행태도 여전하다. 이 정도면 쓸개를 맛보며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게 아닌 쓸개 맛에 길들여져 과거도 잊은 정당이 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무기력’한 통합당에게 윤 총장의 ‘침묵할 때 침묵하고 치고 나갈 때’를 아는 전략은 배우고 따를 만하다. 살아 있는 권력에 ‘나홀로 투쟁’하는 모습이 야당의 대변인을 넘어 구원투수로 평가될 정도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몇년 만엔 찾아온 통합당의 호기다. 이런 기세를 놓치지 않으려면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해 대안을 갖고 현 정권에 맞서야 한다. 막말·냉소·조롱은 더 이상 약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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