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는 직업군인’ 취업난 ‘심각’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여군. [뉴시스]
일자리박람회를 찾은 여군.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제대군인 유튜버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UDT/SEAL, 707특수임무대 등 이름만 들어도 탄성이 나오는 특수부대 출신부터 육‧해‧공을 넘나드는 다양한 출신의 제대 직업군인들이 유튜버의 길로 들어서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에겐 감춰진 이면이 있다. 제대한 직업군인 취업률이 56.6%(2018년 말 기준)에 그치는 형국이라, 취업전선에서 눈을 돌려 유튜브로 진입하고 있는 것. 물론 제대군인 모두가 생계를 위해 유튜브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녹록지 않은 군대 밖 사회가 현실의 벽으로 다가오는 실정이다.

10명 중 6명 연금 혜택 못 받아···취업률도 절반 조금 넘는 수준

올해 유튜브에서 ‘핫이슈’로 떠오른 것은 ‘가짜사나이’ 콘텐츠다.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지난 5일 기준 구독자 236만 명)’에서 내놓은 가짜사나이는 인기 유튜버들이 교육생으로 나와 특전무술 무사트(MUSAT) 특별과정에 도전하는 콘텐츠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총 7부작인 가짜사나이 콘텐츠는 한 회당 많게는 약 770만 회, 적게는 330만 회 정도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교육 대장, 교관들은 UDT/SEAL 출신이다. 현재는 제대군인인 것. 교육대장인 이근 전 대위는 민간군사기업 무사트의 이사직을 맡고 있다. 에이전트H, 로건, 야전삽짱재 등 교관들도 UDT/SEAL 부사관 출신이다.

특수부대 출신으로는 유튜브 채널 ‘은하캠핑’도 빼놓을 수 없다. 박은하 씨는 제707특수임무대대에서 다년간 임무를 수행하고 전역한 특전사 출신 유튜버다.

현재 4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 씨는 생존 기술, 사격, 전술, 캠핑, 현역 시절 이야기 등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제대군인 유튜버 성공사례가 많아지면서 취업전선에서 눈을 돌린 제대군인들이 유튜브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모두가 생계 목적으로 유튜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현실이 이들을 유튜브로 내모는 측면도 있다. 바로 제대군인 취업난이다.

장기복무도 힘들다

제대군인을 위한 군인연금 제도가 있음에도 이들 10명 중 6명은 연금 수령을 위한 최소 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한다. 최소 복무기간은 19년6개월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대한 5년 이상 복무자 8500여 명 중 군인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인원은 39.8%인 3400여 명에 그친다.

‘취업을 할 수 있지 않나’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 또한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기 때문.

국가보훈처가 복무기간 20년 미만 직업군인들의 취업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난 2014~2018년 전역한 2만1107명 가운데 취업한 사람의 비율은 56.6%(2018년 말 기준)에 그쳤다. 특히 여성 제대군인의 취업률은 39.9%로 남성(57.9%)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2018년, 제대군인과 비슷한 연령대의 일반국민 고용률은 70.2%(25~29세)~75.7%(30~39세)로 제대군인보다 14~19%포인트 높았다.

장기복무도 힘들다. 다른 공무원과 달리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승진을 못하면 군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계급정년 제도의 영향이 큰 것. 군인사법은 장교 계급에 따른 정년을 대위 43세, 소령 45세, 중령 53세, 대령 56세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43세까지 소령으로 진급하지 못한 대위는 강제 전역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강제 전역자가 속출하는 구조인 셈. 부사관의 경우 하사 40세, 중사 45세, 상사 53세 등이다. 부사관은 계급정년보다 장기복무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해 강제 전역하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단남녀’ 되는 군인들

제대군인 취업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군 병과와 민간의 업무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군에 있었던 시간이 경력 단절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른바 ‘경단남녀’가 되는 셈. 30~40대 나이에 신입사원 공채는 지원하기 어렵고, 그나마 군 경력을 인정해주는 공무원, 공공기관 일자리는 경쟁이 극심하다. 나이, 학력, 경력 등에서 일반 대졸 구직자의 경쟁 상대가 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대군인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지원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방부는 제대를 앞둔 군인에게 전직 지원 교육기간으로 1~3개월(5년 이상 10년 미만 복무자) 또는 10~12개월(10년 이상 복무자)을 보장한다. 국방전직교육원에서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제대 뒤에는 국가보훈처 제대군인지원센터가 취업 알선, 교육비 지원 등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대군인들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30대 장교 전역자 A씨는 “전역 초임장교들은 전역하기 3개월 전부터(보통 매해 3~4월) 일산 킨텍스 같은 곳에서 전역 간부 박람회가 열려,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면서 “막상 가 보면 보험회사나 일반 영업 및 제약 영업 등이 대다수다. 학교 동기들 중에는 먼저 취업을 해보겠다며, 바로 면접 보고 미리 예정취업을 한 인원이 있었다. 그러나 전역해서 가보면 프리랜서로 등록을 시킨다거나 군 인력 등을 활용하기 위해 보험 영업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직의 경우는 통신 병과 장교들이나 해당되는 얘기다. 물론 박람회에 기술직은 거의 없다. 있더라도 통신장교가 매년 임관 및 전역하는 5500여 명의 초임 장교 중 150명이 채 안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중소기업의 기술직 등은 들어갈 수조차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공대를 나왔다고 해도 쓸 수 없다. 군용 장비와 민간의 광케이블이 연결될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자전거 회사, 보험 회사, 여행 영업 등에서 많이 뽑아가는 실정이다. 영업을 하다가 멘탈이 나가서 3~4개월 만에 관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위급 장교 전역자는 중위급 전역자보다 더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령 이상, 원사 정도는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전직반’이라고 해서 1년 정도 따로 교육을 받는다. 말 그대로 직업을 바꿔주는 교육이다. 군 생활 때 56세셨던 원사님이 전직 교육 받으셨다. 근데 이분은 끝나고 농사를 짓고 계신다”면서 “전직교육원에서 한심하게도 이분에게 마트 직원이나 경비원 정도의 일을 추천했다. 30년 군 생활을 힘들게 했는데 노후에 경비원을 하라면 어떻겠는가. 이 밖에 군 간부를 무시하는 기업들의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40대 장교 전역자 B씨는 “군에 취업 알선을 바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결국 자신이 군 생활 동안 얼마만큼 자기개발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근데 군대가 자기개발을 하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맡은 일도 바쁜 상황에서 자기개발을 해야 하는 구조다?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전직 준비하는 모습을 윗사람들에게 보이면 어떡할 것 같은가. ‘열심히 해’라며 토닥여 줄 것 같은가. 이기적인 인물로 찍히기 딱 좋다. 가장 좋은 것은 장기복무 또는 예비군 관리자, 군무원 등인데 이 또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제대군인들은 ‘군 간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 변화’, ‘제대군인이 기술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제대군인 지원제도의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현재 군에서 진행 중인 지원책을 확대하는 수준으로는 제대군인 취업난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일반 구직자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이라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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