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내치려 ‘빅4’(국정원장.경찰청장.국세청장.감사원장) 흔드나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문재인 정부' 주요 권력기관장 '빅5'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빅5'는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감사원장,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최고권력자의 측근들이 배치되는 요직이다.

최근 이들 중 경찰청장과 국정원장, 국세청장 등의 후임 인사가 단행되면서 다른 권력기관장의 교체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관가에 퍼지고 있다. 특히 자리를 굳건히하는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에 대한 야당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는다.

일각에서는 집권 하반기를 맡는 문 정부가 정권 심판 방지를 위해 권력기관의 힘을 뺀다는 주장과 동시에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한 자리를 굳건히 하는 검찰총장을 내치려는 의도가 숨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검찰총장 ‘내치기’ 위해 1년 만에 국세청장 교체?
 국세청 "청장 임기 따로 없어. 인사권자 의중일 뿐 의미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지 하루도 안 돼 지난달 28일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의 추가 검증 요구에도 문 대통령과 여당이 하루도 기다리지 않고 일사천리로 청문보고서를 처리했다.

미래통합당 정보위원들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박 후보자의 6·15남북정상회담 이면합의서에 대한 진위 확인과 학력 위조 의혹에 대한 교육부 조사가 이뤄져야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수 있다”며 채택 연기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통합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정보위를 단독으로 열어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임명 절차에 여권 관계자는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새 패러다임으로 대북·대미 업무를 시작하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은 “이면합의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격렬히 반발했다.

권력기관장 '교체?'...국면 전환 위해 교체

앞서 서훈 국정원장은 문 대통령 취임 때 임명됐고 남북관계 경색 국면 전환을 위해 교체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루 뒤인 29일 문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민갑룡 경찰총장을 대신해 청와대에서 신임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경찰 역사상 가장 중요한 대전환기에 수장을 맡았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도입이 검경 간에 권한조정, 그리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권한 조정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인 목표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더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갖추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경 관계가 과거처럼 지휘복종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협력하는 관계가 되면 경찰 수사 능력과 인권 보호를 위한 민주적 역량을 갖추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수사권 조정의 본질적인 목표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민주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라며 "수사체계 개편 과정에서 국가가 가진 수사 역량의 총량에 조금도 훼손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개혁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개혁 과제를 차질없이 완수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철장 교체와 함께 국세청장 교체도 가닥이 잡혔다. 애초 세정가에서는 김현준 청장이 지난 1년간 큰 과오 없이 임무를 수행해 잠재적 임기인 2년을 채울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임기가 다가오는 경찰청장과 함께 사정기관장을 교체하는 분위기가 갑작스레 조성되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후임 인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로 김대지 국세청차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세종시 관가와 여당 등에 따르면 인사검증과정에서 김명준 서울청장과 막판 경합을 벌였지만 행시기수 등을 고려해 김 차장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는 전언이다. 국세청내에서도 김대지 차장의 내정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세청 내부에서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1년 만에 청장의 교체설 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오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선 작업과 관련 “확인해줄만한 사안이 없다. 만약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된다면 청장께서 후배를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이 배경 아니겠느냐”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또 다른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청장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타 권력기관장들과는 달리 임기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사회적으로 눈총을 받는 대형사고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2년 전후 또는 이 보다 길거나 짦게 근무한 경우가 많았다"며 "임기가 없기 때문에 2년보다 짧게하든 길게하든 임면권자의 판단에 달렸다"고 전했다. 조직내에서는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지만 정치권력에 국세청장 임기가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퇴 분위기 조성을 위해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청장과 국세청장이 교체됐으니 임기가 만료되지 않았지만 검찰총장도 옷을 벗어야 한다는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추측이다.

윤 총장 집요하게 흔들는 이유, 따로 있나

그간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대형 비리 사건 수사에 나서자 이른바 '검찰 개혁' 등의 구호를 외치며 1년 가까이 검찰과 윤 총장을 집요하게 흔들었다.
미래통합당도 그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무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문서로 사전에 보고한 후 청와대의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최근 행보는 장관으로서의 소신이나 개인적인 성향의 문제가 아닌 정권 차원의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주장이다.

 경찰청장,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교체...관가에 퍼진 수장 교체 '설 설 설'

주 원내대표는 이를 근거로 들어 “윤석열 죽이기가 추 장관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청와대의 배후조종과 협력에 의해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사전 승인을 파악한 경로를 기자들이 묻자 “확인했다는 말씀만 드리고 확인 형태나 방법은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겉으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더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추 장관과 윤 총장에게 과감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며 서로 협력하라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법무부의 수사지휘권 발동 보고까지 받으며 모르는 척 방기하는 것은 국민 기만일 뿐 아니라 임명권자로서 갈등을 방치하는 아주 비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우리 검찰총장을 왜 찍어내려 하나”라며 “검찰 무력화 시도에 대해 청와대의 명백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가는 검찰 흔들기가 여권의 '감사원 흔들기'와 닮아있다는 시각도 있다.
여권에서는 최재형 감사원장의 일부 발언 등을 집중 부각시키며 감사원 흔들기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인용해 "최재형 감사원장이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장의 이런 발언에 귀를 의심했을 정도로 경악했고, 직권심리에 참석했던 공무원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도발적 언사'라는 시각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 다음날인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재형 원장은 동서들이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재직 중이고 탈원전 정책을 적극 비판해온 언론사의 논설주간"이라며 "이들이 영향을 미쳤다면 감사원법에 따라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따르면 최재형 원장은 지난 4월 월성1호기 감사 직권심리 과정에서 '대선득표율이 낮다'면서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다 하느냐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며 "사실이라면 명백한 정치중립 위반이자 정부의 정책결정을 부정하는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권 심판 방지 위해 권력기관 힘빼기 나서나      

이번 권력기관 수장 교체와 관련해 정가에서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쇄신 차원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정부의 임기가 2년여가 되는 시점에서 권력기관장을 교체할 때 한꺼번에 교체한다는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정부에서도 국정운영의 전환점이 필요하거나 동력 확보가 필요할 때 권력기관장들을 교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서는 현 정부 집권 하반기 들어 자기 사람 심기와 동시에 권력기관 힘 빼기라는 주장도 있다. 정권 심판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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