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정부·여당···진보 분열 가속하나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방식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경제 민주주의21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친여 성향을 보였던 인사들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국사태’, ‘박원순 의혹’, ‘부동산 정책실패’ 문제 등으로 이슈가 터질 때마다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의 독주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선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모습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은 오만과 독선으로 인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해체됐다. 이에 일요서울은 4인의 목소리를 통해 진보진영 분열의 원인을 진단해 보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뉴시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뉴시스]

 

-여권 분열의 시작 ‘조국 사태’···진중권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경제 민주주의21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이수정 경기대 교수 등 친여 성향을 보였던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쓴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공고해 보였던 진보진영이 분열하게 된 첫 발단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조국 법무부 전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다. 조 전 장관은 임명 당시 자녀 입시 문제와 사모펀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진 전 교수는 지난해 한 매체의 특강 강연자로 참석해 “조국 사태는 공정성과 정의의 문제이지 이념이나 진영으로 나뉘어 벌일 논쟁 문제가 아니”라며 “(조)국이와 나는 친구(서울대 82학번)지만 그렇다고 정의를 외면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활동했던 참여연대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었던 김경율 회계사는 지난해 9월 SNS에 “장삼이사(張三李四)들 말고 시민사회에서 입네하는 교수, 변호사 및 기타 전문가, 권력 예비군, 어공(어쩌다 공무원) 예비군 들아”라며 “촛불혁명 정부에서 권력 주변 맴돈 거 말고 뭐한 거 있어? 부처에서 불러주면 개혁 개혁, 입으로만 X부린다”고 조 장관을 지지하는 각계 전문가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내는 등 대표적 친노인사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다주택자인 청와대 인사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 교수는 지난 6월28일 SNS를 통해 “문 대통령의 부동산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 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의 원인은 전문성 부족에 있다고 믿는다”며 “이 정부 공직자는 다주택자가 많아서 충격을 받았고, 대통령과 국토부 장관이 팔라고 해도 팔지 않는 강심장에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사망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 성추행 의혹 사건도 진보진영 안에서 큰 논란을 가져왔다. 여당은 박 전 시장을 고소한 직원을 ‘피해자’대신 ‘피해호소인’으로 호칭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 용어를 만든 것으로 지목된 남인순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공개 사과했다.

이에 대해 국내 대표적인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지난달 21일 한 라디오 매체에 출연해 “경찰에 신고를 하는 즉시 법적으로 피해자가 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 인정을 하지 않고 일종의 음모처럼 몰아가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며 “피해자라는 명칭조차 사용하면 안 되는 듯한 사회 분위기는 생전 처음 봤다”고 지적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한 여당을 비판한 것이다.  

 

김경율 회계사[뉴시스]
김경율 회계사[뉴시스]

 

‘조국사태’, ‘박원순 의혹’, ‘부동산 정책 실패’에 與 분열 조짐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정부·여당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금태섭 민주당 전 의원은 ‘조국 사태’에 관해 여당에서 거의 유일하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금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언행 불일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에 동문서답식 답변을 해서 그들의 상처를 깊게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냐”고 물으며 조 전 장관을 비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금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당론과 달리 공수처법을 기권해 당의 윤리심판원에서 징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자기 소신을 가지고 판단한 걸 가지고 징계한다는 걸 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국회법 정신에 보면 (징계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관한 민주당의 대처 방식을 두고도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관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우리 당의 일련의 대처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에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책임 있는 공당으로, 약자 보호를 주요 가치로 삼는 정당으로서 고인 추모와 피해자 보호라는 두 지점에서 일의 경중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말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주진형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SNS에 “나는 청와대와 국회가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어떻게 서울 부동산 값 하락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사람들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연막작전이 아닌가 싶다”고 글을 올렸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뉴시스]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뉴시스]

 

민중가수 안치환 “진짜 적은 어느 편에 있기보단 양심과 정의 밖에 있어”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전신인 열린우리당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15 총선에서 180석으로 압승을 거둔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지난 4월17일 선거 당선인 전원에게 친전을 보냈다. 그는 서신에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당이 과반(152석)을 차지한 때를 돌이켜 “우리는 승리에 취했고 과반 의석을 과신해 겸손하지 못했다”며 “국민 앞에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열린당 시절을 거론한 이유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지금과 비슷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한 열린당은 그 기세를 몰아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과거사법·신문법·사립학교법)에 나섰다. 그러나 이념 지향적인 이슈에 매몰됐다는 비판과 함께 극심한 당내 분란과 야당과의 충돌로 인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해체되는 수순을 밟았다.

민주당의 독주에 대한 이 대표의 걱정과 당부 가운데 지난달 7일 386세대를 대표하는 민중가수 안치환은 진보 권력을 향한 비판을 담은 신곡 ‘아이러니’를 발표했다. 안치환은 ‘아이러니’의 기획의도를 설명하며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내 편 네 편을 가르고 싸우고 있지만, 진짜 적은 어느 편에 있기보단 양심과 정의 밖에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교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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