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노사 협상 줄다리기...소비자들 불만 ‘토로’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정수업체 A사가 2분기 실적 강세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상승했고,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의 매출액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는 3‧4분기에 대한 실적 호조를 기대하기는 무리가 따르는 듯하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노조 파업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의 갈등으로 애꿎은 소비자가 불편을 겪고 있다며 등 돌리는 소비자도 적지 않아 보인다.

- 전년대비 매출 6.6%, 영업이익 22.4%↑...실적도 늘고, 불만도 늘고
- 일부 소비자들 ‘계약 파기’ 으름장...사측 “파업, 실적 변수 요인”



#1.
7월초에 A/S신청하고 2주만에 겨우 접수됐는데, A/S 당일날 아무 연락도 없이 오지 않았어요. 고객센터 측은 죄송하다며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아무리 파업 때문이라고 하지만 너무 하는 것 같아요. 그 와중에 사용료는 칼같이 빠져나가고, 해지하겠다고 하니 해지비용을 전액 내라고 하네요.

#2.
가게에서 얼음 정수기를 쓰는데, 찬물과 얼음이 나오지 않아 A/S를 신청했습니다. 사측은 기사 파업이라고 3주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합니다. 가정집이 아니고 영업장이라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하니 담당부서에 전달하겠다고 해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 며칠째 연락이 없습니다. 정수기를 회수해 가라고 해도 여전히 깜깜무소식입니다. 가뜩이나 불경기라 고객 한 분이 소중한 상황인데, 이런 사측의 대응에 너무 화가 납니다.

2분기 매출‧영업이익↑...노사갈등, 파업 장기화

A사는 2분기 매출 8055억 원, 영업이익 169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6.6% 늘어난 8055억 원, 영업이익은 22.4% 증가한 169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해 2분기 대비 32% 늘어난 총 152만 계정을 돌파하며 매출액 1559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업계 전반이 우울감을 겪는 와중에도 환경‧생활가전 수요 증가 등의 여러 이유로 실적 강세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실적 성장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만지수도 오름세를 보이는 듯하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게시글이 줄지어 오르내리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늦은 A/S 문제를 일괄적으로 꼬집었고, 이와 함께 사측의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하고 나섰다.

A사가 비판의 대상에 오르게 된 데는 회사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 근속연수에 따른 연차 지급 문제로 회사와 노조 간의 갈등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6월 말부터 현재까지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줄곧 파업이 거론돼 왔었지만, 그간 양측은 협상 과정에서 정규직 전환이나 기본급 인상 등의 현안에 대한 대부분의 합의를 이뤄왔다. 하지만 ‘연차지급’ 문제는 이들의 갈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도록 발목 잡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CS닥터들은 근속연수에 따라 연차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회사측은 일괄 1년차 수준의 연차 15개 지급을 제안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노조측은 회사가 정규직 전환에 따른 근속연수 인정 합의에 대해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회사측도 본사 정직원들에게 CS닥터들의 업무인 설치, AS등 업무를 맡기는 등 파업 사태 장기화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실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서울과 지역본부 소속 일부 노조원을 폭력행위 및 폭언 등의 이유로 고발하거나, 고발을 준비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A/S도, 대응도 문제”...고발‧불매 조짐까지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피로 섞인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정수기와 비데, 연수기 등은 생활 밀접형 가전인 만큼 소비자가 겪어야 하는 피해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A/S가 파업을 이유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렌탈 비용 등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점과, 서비스 해지를 하려고 해도 본사의 지침에 따라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도 비판의 원인이 됐다.

자신을 A사 연수기 사용 소비자라고 밝힌 B씨는 “점검이 뜸하다 했는데 연수기 온수가 나오지 않아 A/S 접수를 해도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어쩔 수 없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을 수돗물로 씻길 수밖에 없었는데, 이내 아이들의 피부가 다 일어나 당장 회사를 상대로 고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측의 대응 방식을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앞서 사측은 지난해 10월 파업에 따른 A/S지연 문제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 처리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공지 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대체인력 운영과 콜센터 인원을 확충했고, 빠른 시일 내에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최근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상담사의 태도’를 지적하거나 접수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지 않는 등의 사례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한국소비자원 고발과 불매운동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해당업체 대표는 지난 5일 실적 발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우려에도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유지했다”면서도 “코로나19 장기화, CS닥터 노조 파업이 연내 경영실적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실적이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노조 탓”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와 ‘노조’의 갈등으로 출발한 파업 장기화에 지친 소비자들이 훗날 어떤 움직임을 이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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