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진 대표
김대진 대표

지난 30일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해 가결됐다. 이로써 임차인은 임대인 또는 직계존비속이 실거주하지 않는 이상, 4년의 거주기간과 5% 이내의 계약임대료 상승을 보장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 야당은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전세 시장 소멸을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전세대란을 가져 올 것이라는 것인데, 그들의 주장처럼 전세 시장이 소멸할 수 있을까?

우선 부동산 시장에서 전월세 전환은 자산운용에 따른 시장경제 논리로 결정된다. 금리가 높고, 부동산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선 월세보다 은행 이자나 자산 운용을 통한 수익이 더 크기 때문에 임대인에겐 전세가 유리하다. 반대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고 금리가 낮아진다면, 메리트가 없어진 전세보단 월세가 더 유리해진다. 더욱이 금리 0%대에 집값 하락 가능성은 낮은 복합적인 현 상황에서 전월세에 대한 전환을 결정하긴 쉽지 않다.

전세 시장 소멸이 불가능한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주택 시장이 갖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지난 1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858조 억 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인 1521조7000억 원의 절반 이상이었다. 즉, 대규모 자본이 주택시장에서 전세금으로 묶여 있다는 뜻이다.

전세 시장에서 임대인은 대부분 전세금을 추가 부동산 구입이나,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에 활용해 왔다. 때문에 임대인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전세금반환 또한 주택 구매인 또는 다른 임차인이 나타나야만 현금 활용이 가능했다. 또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대부분 상환 기간을 보통 10년에서 30년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단기간의 대출 상환이 이뤄질 수가 없다. 결국 전세 시장에 유입된 대출 잔액이 전액 소멸되고, 전세 보증금까지 모두 확보되어야만 전세 시장의 소멸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현재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 비율이 증가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를 자산 운용 측면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한 것이지, 임차인 보호 입법의 영향으로 보는 것은 실증적 데이터 없이 부풀려진 논리에 불과하다.

야당의 말처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발생 가능한 사건에 대한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는 분명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이미 20대 국회에서부터 논의되어 온 것이다. 그 사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는 말이고 결국 놀았다는 이야기다. 이제야 소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말은 정치적 명분을 얻을 시간을 구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정권 3년 차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전 정부 탓을 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는 지탄 받아 마땅하지만, 지금의 부동산 시장 혼란을 2014년 박근혜 정부가 야기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여야 모두 국민들 앞에선 죄인인 것이다.

코로나19와 9년 만의 최장기 장마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고, 초저금리에 세 번의 추경으로 천조가 넘는 유동 자산이 부동산 시장 불안정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협치하지 않고, ‘4년 뒤 두고 봅시다’며 팔짱 끼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민들에게 공포를 심어, 유명세를 떨치는 것이 아닌 대안 제시와 정책 설계로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여당 또한 좀 더 심도 있는 고민으로 야당을 설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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