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3법 시행되자마자, ‘부작용 대비 보완책’ 고민하나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전세 물량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창환 기자]
임대차3법이 시행되면서 전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전세 물량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임대차 3법이 통과됐다.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통과되고부터 논란이 뜨거워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18대 국회부터 논의하면서도 통과시킬 수 없었던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통과시켰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세의 월세 전환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대립하며 ‘임대차 3법’의 시작에서부터 의견이 극단으로 갈렸다. 개정안이 시행된 지 일주일, 서울 시내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임대차보호법 필요하나, 4년 마다 전‧월세가격 폭등 지적도
갑론을박, 전세 가격 안정될 것  vs 전세가 월세로 전환 될 것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전세 매물이 사라졌다는 것. 지난달 31일 본격 시행을 알린 임대차 3법이 부동산 전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전세 매물을 내놓고 있던 임대인들이 은근슬쩍 매물을 숨기고 있다.

서울 강남 도곡동에서 20년 가까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A씨, “지난 4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에도 외지인들이 서울로 넘어올 기회삼아 문의하는 사례는 늘었고 시장은 활발했다”면서 “임대차 3법이 선언되고 나서 아예 자취를 감추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사라지고’ 가격 ‘치솟고’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것은 전세가에 5%라는 상한제가 생기면서 임대인들이 ‘유리할지 그렇지 못할지’ 지켜보는 과정으로, 4년 동안 돈이 묶인다고 생각해 처음부터 올려 받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면서 마치 눈치게임 같은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은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 12월30일 조사 이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며 “지난주 0.14% 상승에 머물렀지만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0.17%의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2년 추가)과 전월세상한제도(최대 5% 한도) 등은 주거 안정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지속적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을 통해 갭투자를 막고 다주택자에게 조세를 중과해 주택가격 상승 제한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한적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한 확대방안 가운데 하나로 무주택자에게 주택공급을 확대하고 임대차 3법을 통해 주거 환경 개선을 이뤄내고자 하는 것”이라면서도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 공공재개발, 도시규제 완화 등의 주택공급은 차질 없이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를 통과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임차인들은 1회에 한해 임대기간 종료 6개월~1개월 전에 계약갱신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임대인들은 자신의 실거주 목적이나 임차료 연체 및 재건축 등의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으며 임대차 기간을 기본 2년에서 추가 2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전월세상한제를 통해서는 임대료 증액을 5%로 제한했다. 

지자체들은 각 지역의 시장 환경을 고려해 5% 이내에서 상한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임대료 증액 상한은 현재 계약에 소급 적용하거나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계약 갱신 시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임대차 3법 가운데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여야, 전세가 ‘안정’과 월세 ‘전환’ 중간쯤
 
이번 임대차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야당에서는 반대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김현아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8대 국회부터 계속 논의가 됐지만 지금까지 통과되지 못 한데는 이유가 있다”며 “임대료 급등이나 전세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통해 월세 전환을 촉발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매매는 투자 등의 목적으로 필요치 않은 곳도 찾을 수가 있지만 전세는 대부분 학군이나 직장 때문에 필요한 요인이 있어서 당장 거주 목적으로 하는 주택”이라며 “지방은 전세보다 월세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수도권은 정부가 급격한 월세 전환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월세가 전세보다 주거비 부담이 높아 금융기관 대출만 가능하면 월세보다 저렴하게 전세거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시장 상황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조금씩 고쳐 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임대차 3법 적용) 4년 후 시장은 세입자들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며 “주택 보유가 강화되면서 실소유자 위주의 주택 개편으로 매물로 나온 주택들이 공급물량으로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차인과 임대인 관계 속에서도 아무래도 공급이 늘어나면 수요자들이 유리한 국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보다는 더 유리한 국면으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임대료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한 조정 등으로 부작용을 줄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보완책이 있다면 또 추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 가격은 최대 폭으로 상승했는데, 시장에서 전세 매물은 사라졌다. 임대인도 임차인도 정답을 못 찾고 있다. 일부 임대인들은 전세와 월세 중에 어떤 선택해야할지 몰라 반전세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정부와 여야가 함께 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정책은 단순하다. 공급할 물량 많으니 다주택자 갭투자 하지 말고 무주택자 주택 구매 걱정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거품이 빠지면서 아파트 가격도 잡히는 거 아니겠나. 정부도 국회도 같이 가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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