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차기 대선에서 충청민심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충청민심을 둘러싼 여야의 진검승부가 막을 올렸다. 최근 여야의 정치지형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21대 총선 이후 서너 달 만에 여론이 완전히 돌아섰다. 민주당은 최근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점차 코너에 몰리는 모양새다. 호재는 하나도 없고 악재가 만발한 모양새다.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 관련 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거대 여당의 힘을 과시했다.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다. 당 지지율은 내리막길만 걷고 있다. 반대로 통합당은 표정관리 모드다. 총선 참패 이후 기나긴 무기력증에서 벗어나 조금씩 도약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민주당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이더니 최근에는 1% 안팎의 초박빙 접전모드에 뛰어들었다.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압승에 이어 차기 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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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5월6일 행정수도관련 충북 청주체육관 앞 광장에서 열린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유치, 행정도시.혁신도시 정상추진 범도민궐기대회’에 2만여명의 충북도민들이 운집했다, 뉴시스

- 여당, 차기대선 히든카드 행정수도로 충청민심 러브콜
- 통합, 국면전환용 꼼수 비판 속 투트랙 대응전략 마련

민주당의 몰락과 통합당의 상승세는 부동산정책 실패의 후유증이다. 연일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정책마다 시장의 혼선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다급해진 쪽은 민주당이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어게인 노무현전략을 벤치마킹했다. 명분은 부동산 문제 해결과 지역균형발전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차기 대선을 겨냥한 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충청 민심을 노리고 있다.

역대 대선의 캐스팅보트였던 충청지역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통합당도 바빠졌다. 행정수도 이전 카드에 대한 단순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다. 민주당의 노림수를 정확히 계산하면서 차분하게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은 여권의 잇단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의 여파로 향후 정국의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아래 정면돌파에 나서겠다는 모양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사실상 충청민심을 장악하기 위한 여야의 대혈투가 시작된 셈이다.

전전긍긍민주당 vs ‘표정관리통합당

부동산 정책이 한순간에 모든 걸 뒤집었다. 민주당은 연일 하한가다. 통합당은 반사이익을 누리며 총선 참패 이후 혼란상을 수습 중이다. 확 달라진 여야의 처지를 보여주는 것은 윤희숙이라는 키워드다. 윤희숙 통합당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국회 본회의 5분 연설로 화제가 됐다. 정부 부동산정책의 모순을 냉철하게 지적하면서 국민적 스타로 떠올랐다.

통합당은 반색했다. 이후로도 여야의 상반된 처지는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혼란상이 지속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압승으로 벌어놓은 점수를 고스란히 까먹었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특히 87일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통령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정당 지지도의 흐름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주목한 건 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격차다.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0.8% 포인트에 불과하다. 오차범위 이내의 초접전 양상으로 통계학적으로 보면 1·2위 구분조차 무의미한 수준이다. 민주당이 한 때 50% 안팎의 당 지지율로 통합당을 더블스코어로 눌렀던 시절은 먼 과거가 돼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지지율 추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총선 이후 유지해왔던 압도적인 여권 우위 구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이제 해볼만 하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올 정도다. 총선 참패 이후 오랜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여권을 견제하면서 수권정당으로서의 쇄신과 혁신에 속도를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과거와 같은 장외투쟁을 배격하면서 원내 투쟁에 집중하는 것은 달라진 모습이다.

충청에서 웃어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한다!

충청에서 웃어야 대선에서도 승리한다.” 여의도 정치권의 오랜 속설이다. 충청민심은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한국의 정치지형은 각각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는 여야가 영호남을 정치적 텃밭으로 두고 있는 만큼 추가적으로 충청민심의 지지를 얻으면 대선 승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역대 대선에서도 충청에서 승리한 후보들이 늘 대권을 쟁취했다. 과거 부산경남(PK)이 정치적 기반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호남이 정치적 기반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른바 JP로 불렸던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협력과 지원을 바탕으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3당합당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김대중+김종필) 연대 카드로 각각 충청민심을 일정 부분 획득하면서 대선에서 승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2년 대선 당시 이른바 신행정수도 이전 카드로 박빙의 대선구도에서 정치적 이익을 봤다. 열세였던 대선판세를 일시에 뒤집은 히든카드였다. 이후 대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까지 늘 충청에서 웃으며 대선 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부동산정책 난맥상으로 최대 위기에 내몰린 민주당은 2002년 대선을 벤치마킹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들면서 어게인(AGAIN) 노무현전략을 꺼내들었다. 충청민심을 잡고 차기 대선에서 승리해 재집권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첫 화두를 던진 이후 연일 속도전이다. 통합당은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행정수도 이전 카드는 과거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전혀 현실성이 없는데도 여권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정략적 의도로 사용하다는 비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현실적인 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수도이전 찬반 국민투표나 개헌 등의 카드를 차기 대선에서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통합당으로서는 향후 대응에서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 논란으로 충청민심이 요동치면서 여야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시작됐다. 차기 대선에서 충청민심의 향방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완화됐던 지역주의 구도는 21대 총선을 거치면서 더욱 심화됐다. 이는 역설적으로 차기 대선에서 충청민심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는 지표다. 특히 충청민심은 과도한 이념에 치우치기보다는 역대 대선에서 주로 실용적인 선택을 해왔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충청민심을 잡는 쪽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또다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꺼내든 것은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내포한 것이다. 최근 세종시의 부동산 가격 폭등 사례만 보더라도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충청민심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통합당은 다소 딜레마에 처했다.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카드가 차기 대선을 고려한 정략적 카드라고 판단하지만 무작정 반대만 할 수도 없다. 실제 당내 일각에서는 충청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당의 정면돌파 전략은 투트랙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 지도부는 여권의 정략적 의도를 비판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선출된 권력이 권위와 독재적 방향으로 가면 종말은 뻔하다고 경고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 정권의 폭정을 막아낼 힘은 결국 국민밖에 없다. 국민 한 분 한 분이 독재정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함께 맞서 주셔야 한다고 대국민 호소에 나섰다.

한편으로는 충청지역 5선 중진인 정진석 의원은 대안 모색에 나서며 지역민심을 다독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정 의원은 여권의 제안에 현행 세종시의 과밀화를 지적하면서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 대법원 등 국가기관을 세종시 주변 지역까지로 확대 분산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세종 메가시티론을 역제안 했다.

안희정 미투 이후 무주공산충청민심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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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충청권 민심 대책회의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충청민심은 역대 대선에서 늘 전략적 카드였다. 눈에 띄는 뚜렷한 독자후보는 없었지만 충청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대선 승자가 결정됐다. 물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안희정 전 충남지사라는 유력한 차기 리더가 없지 않았다.

실제 20175월 대선 이후 여의도 안팎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다음은 안희정 전 지사라는 대망론이 적지 않았다. 다만 안 전 지사는 미투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수행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대법원 유죄판결을 받으면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했다. 이른바 안희정 대망론에 기대를 걸며 대통령 배출에 희망을 품었던 충청민심은 사실상 무주공산이다. 재집권과 정권탈환을 각각 노리는 민주당과 통합당이 충청 민심을 향한 적극 구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기 대선에서 충청의 전략적 가치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이상이다. 역대 대선주자들이 충청민심 확보를 위해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여의도 정치권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민주당의 입장에서 행정수도 이전 카드는 부동산 문제 해결과 차기 대선을 겨냥한 최상의 전략적 선택이라면서도 헌재의 위헌 논란을 넘어서야 하고 구체적인 추진 과정에서 국론분열 우려를 감수해야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적 여론 추이에 따라 성패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통합당 또한 충청민심을 잡지 않고서는 차기 대선에서 정권탈환이 쉽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정치적 승부수로 대선에서 실패한 만큼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 않을 것이다. 통합당 자체적으로 대안을 마련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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