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마이 웨이’ MB에 최후통첩

홍사덕 · 김무성

박근혜 전 대표가 ‘침묵시위’ 끝에 던진 강수가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 목소리의 톤도 “당 대표 경선 포기 할테니 복당시켜 달라” 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라도 해 달라”로 낮아졌지만 여당 수뇌부는 묵묵부답이다. 4·9총선 이후 꽃놀이패가 친박연대 공천비리수사 이후 양날의 칼로 바뀌지 오래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당내 비주류, 소수 계파의 수장이라는 설움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탈당을 점치고도 있지만 그건 기우일 뿐, 박 전 대표는 이미 당내에서 MB와의 투쟁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박 전 대표가 아직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면 그에게 남은 길은 지금까지의 ‘my way'가 아닌 새로운 세력들과의 합종연횡을 통한 ‘our way’일 것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마이 웨이'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I faced it all and I stood tall, and did it my way”
(난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섰어, 난 당당했어, 내 방식대로 했어)

하지만 부당한 공천, 권력과 당당하게 맞섰던 박근혜 전 대표의 “마이 웨이”는 그리 감동적이지 못한 것 같다. 4.9총선 현장을 뜨겁게 달구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것 같았던 ‘친박 드라마’가 공천 비리수사로 얼룩지며 조기종영의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내 투쟁 본격 나설 듯

<일요서울>은 이미 총선 전인 4월 2일 친박연대 핵심관계자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서청원 대표의 전횡과 양정례 공천 비리 의혹이 박 전 대표의 발목을 잡으면서 친박계의 복당이 어려워 질 것이고, 결국 박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 2002년 2월28일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 1인 정당으로 가고 있다’며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9개월 뒤 복당했다. 때문에 한나라당이 MB 친위 정당으로 갈 경우, 언제든지 ‘탈당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 밖에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세력이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연대 핵심관계자는 “단언컨대 박 전 대표는 절대 한나라당을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탈당 가능성을 일축했다. <일요서울>이 2일 국회출입 정치부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탈당 후 신당을 창당할 것이다’는 답변은 16%에 불과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친박 복당을 요구한 기자간담회를 국회 의원실에서 가졌다는 사실에도 잘 나타난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박 전대표가 당이나 국회의 공적 장소가 아닌 개인 방에서 기자회견도 아닌 기자간담회를 가진 의미는 계파의 수장으로써 곤경에 빠진 친박세력에 대한 개인적 예우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즉 박 전 대표는 친박 복당문제를 공개적으로 정리하고 본격적인 당내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이는 “공식 결론이 나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더 이상 요구하지 않겠다"는 그의 발언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결심이 굳어지자 친박연대과 친박 무소속연대도 당 밖 독자세력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친박 무소속 연대의 김무성 의원과 친박연대 홍사덕 비상대책위원장은 박 전 대표의 여의도 출현 직후 극비 회동을 갖고 ‘독자 교섭단체 구성’을 심도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연대 한 관계자는 “당 내부적으로 복당이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다. 무소속 연대와의 교섭을 통해 18대 원 구성 전에 독자적인 원내 교섭단체를 준비 중”이라며 “이를 위해 홍 위원장이 김 의원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친박연대 당선자는 금품 살포 의혹으로 제명된 김일윤(경북 경주)의원을 제외하면 현재 13명으로 친박 무소속 측에서 7명만 가담하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합의하면 친박연대는 ‘홍사덕-김무성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친박연대의 다른 핵심 당직자는 “김무성 의원의 입당은 생각해 볼 문제다. 당내 역학 구도로 볼 때 홍사덕-김무성 공동체제를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난기류를 예상했다. 서청원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도 친박연대와 무소속 연대 모두에게 부담이다.

핵심당직자는 이와 관련 “교섭단체 구성이란 눈앞의 이익보다는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자는 원래의 목적을 위해 당을 리모델링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당 대표를 공천 비리와 전혀 무관하게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린 당 밖에서, 박 전 대표는 당 안에서 차기 대권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 도전 정면 돌파 택할 수도

이같은 양면 압박전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박 전 대표가 당내 비주류 투쟁보다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7월 전대 불출마의 전제조건으로 던진 복당카드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논의가 유보될 경우 불출마 의사를 철회하고 직접 당권에 도전할 명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공천파동직후 ‘당을 바로 잡겠다’고 선언했던 박 전 대표가 약속을 지키는 길은, 당 대표가 되어 당을 바로잡는 길 외에는 없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실제로 박 전 대표의 불출마선언 직후 <일요서울>이 국회출입기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한나라당의 차기 대표로 가장 적절한 사람은 누구냐’는 질문에 35명이 박근혜 전 대표를 선택했다. 정몽준 의원은 26명, 홍준표 의원이 13명, 강재섭 대표가 9명이었다. 박 전 대표의 측근도 이와 관련 “여러 상황으로는 출마를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지만, 그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당내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친박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부의장의 물밑 접촉설이 심심찮게 들린다. 박 전 대표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정무라인과 접촉설도 빠지지 않는다. 당내 친박계가 결집력이 강하긴 하지만 지금 형국에서는 관리자형 대표로 거론되는 박희태 의원이나 차기 대권형으로 거론되는 정몽준 의원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다. 여기에 한나라당 대의원 분포도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는 상황으로 교체되고 있다.

정치평론가 박태우 박사는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박 전 대표가 원칙을 중시하긴 하지만 이젠 새로운 세력과 연대할 시기가 왔다” 며 합종연횡을 전망했다. 이상득 부의장 역시 ‘대통령의 친형’이란 부담감 때문에 직접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는 국회의장직 도전도 이미 포기했다. 인수위원 인선을 놓고 벌어진 ‘안국포럼-이재오 연합군 대 부산파-정두언 연합군’의 갈등은 공천 파동을 거치면서 ‘이재오-정두언 연합군 대 이상득’의 대결로 압축됐다. 권철현 의원을 구심점으로 했던 부산파와 이재오, 이방호 의원이 낙선할 현 상태에서 주류내 이상득 부의장의 상대는 정두언 의원계를 비롯한 소장파다.

<일요서울>이 ‘이명박 정부의 최고 실세’를 물을 설문조사에서도 이상득 국회부의장 54%, 정두언 13%, 이재오 11%, 안국포럼 6% 순으로 나타났다. 이 부의장 역시 ‘청와대 정무라인 개편’요구와 같은 소장파의 맹공을 견디기 위해 박 전 대표와의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박 전대표측 관계자는 “이 부의장과 관계는 괜찮다. 그쪽(이 부의장)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백전 대표가 무슨 역할을 할 것인가?를 누구보다 잘 안다”며 “앞으로 박 전대표가 굉장히 정치적인 행보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주류진입을 시도할 경우 MB와의 지나친 승부는 무리수이며, 때에 따라 MB와 관계회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는 MB와 박 전 대표의 대립관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박복당과 관련 “No라는 답을 받을 경우 친 이측이 파국을 원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고 이에 따라 박 전 대표와 MB의 관계는 돌이키기 힘든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MB와 박 전 대표의 향후 관계를 묻는 <일요서울>의 설문조사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당내 견제 세력 역할을 할 것이다’가 76%를 차지했다. ‘박 전 대표가 MB에게 협조할 것이다’는 응답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MB와 대립 피해 함께 가는 길 모색도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향후 행보의 결정적인 열쇠를 여전히 MB가 쥐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당내에 친이 직계가 대거 포진해 있고 무엇보다 MB는 ‘살아있는 권력’이다. 신소장파 측 당선자는 “박 전 대표가 MB를 난타할 경우 당내 소장파와 신소장파들이 이를 좌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B친위대의 ‘5월 거사설’이 점쳐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명분과 원칙에만 집착하는 사이에 주류가 ‘박희태 대표-홍준표 원내대표-김형오 국회의장-정몽준 대권’과 같은 구도로 고착화되고, ‘비둘기파’마저 박에 대한 날개 짓을 접는다면 자칫 만년 비주류로 전락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도 “이 경우 ‘당 안팎에서의 양공작전’은 고사하고 자칫 당에서 떠밀려나와 친박연대에 몸을 의탁해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주류 측의 한 인사는 “여권이 강한 개혁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보다 주류 측의 인사가 당 대표로 어울린다” 며 ‘박근혜=당권’의 부적절성을 설명했다. 오히려 박 전 대표가 MB와의 극적 타협을 통해 당내 세력을 확장하면서 때를 기다려야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전대표측 관계자는 “MB의 실정, 정책의 혼선이 올 때 당에서 박 전대표의 도움없이 안된다는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면서 선발투수보다는 마무리투수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박근혜 전 대표가 ‘향기 없는 모란꽃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사방 천지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향기 많은 장미꽃을 피울 것이냐?’는 그녀가 ‘my way’의 끝 소절을 “Yes, it was my way” 즉 나만의 방식이 아니라 “Our way(우리들의 방식)"이라고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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