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평균기온·폭염·강수량 ‘다 틀렸다’
이재민 2000명, 구조 인원 누적 1394명 넘어

지난 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일대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앙성면과 엄정면 일대에 수마가 할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뉴시스]
지난 2일 오후 충북 충주시 일대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큰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3일 앙성면과 엄정면 일대에 수마가 할퀸 처참한 모습이 드러나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중부지방 등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전국적으로 인·물적 피해가 늘고 있다. 당초 기상청은 올해 ‘역대급 폭염’이 온다고 발표했으나 예상이 빗나가면서 ‘오보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정적으로 기상청은 긴 장마를 예측하지 못했고 강수 위치와 강수량 등을 제대로 예보하지 못해 피해가 발생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여름 평균기온과 폭염일수 전망치를 내놨다. 당시 올여름 평년기온은 23.6도보다 0.5~1.5도, 지난해보다는 0.5~1도 정도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평년의 기준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다.

또 폭염일수는 20~25일, 열대야 일수는 12~17일로 예측하며 평년 대비 2배 이상 많아 ‘역대급 폭염’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지난 7월 전국 평균 기온은 평년 대비 2도 정도 낮은 22.5도를 기록했다. 자연스럽게 폭염일수도 3.9일, 열대야 일수는 2.3일을 기록해 평년 대비 2~3일가량 적었다.

강수량 예측도 빗나갔다. 기상청은 지난 5월 발표에서 올해 강수량에 대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2일 기준 장마기간 평균강수량은 평년 대비 160~180mm를 초과해 중부지방 494.7mm, 남부지방 566.5mm, 제주지방 562.4mm를 기록했다.

 

피해 면적 ‘여의도 28배’

실종 인원 33명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내린 게릴라성 폭우의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숨지거나 실종된 인원이 지난 6일 기준 33명이다. 사망 18명, 실종 15명이다. 강원 춘천시 의암댐 선박 침몰사고를 반영한 수치다.

이재민은 2000명을 넘어섰다. 시설 피해 접수만 6162건에 달하고 여의도 면적의 28배가 넘는 농경지도 침수·유실·매몰됐다.

이재민도 계속 늘어나 6개 시·도 1275세대 222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집계치(1005세대 1682명)보다 270세대 543명 불어났다.

충남이 452세대 748명으로 가장 많고 충북(322세대 645명), 경기(328세대 479명), 강원(168세대 334명), 서울(3세대 6명), 경북(2세대 3명) 순이다.

이재민 중에서는 627세대 991명만이 귀가했다. 나머지 648세대 1234명은 여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귀가자 대부분이 친·인척 집이나 마을회관, 경로당, 체육관, 숙박시설 등에서 머물고 있다.

안전을 위해 일시 대피한 인원은 1881세대 4588명이다. 전날 집계치(1716세대 4051명)보다 165세대 537명 증가했다.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된 인원은 누적 1394명에 달한다. 전날 집계치(1254명)에 비해 140명 늘어난 숫자다. 소방관 2만3954명과 장비 7622대를 동원해 1770개소의 급배수를 지원하고 낙석과 간판 등 4594건의 안전조치도 취했다.

시설 피해 건수는 6162건(사유시설 3297건, 공공시설 2865건) 접수됐다. 전날(5157건)보다는 1005건 추가 신고된 것이다. 이 중 4085건(66.3%)만 응급 복구가 끝난 상태다.

물에 잠기거나 파손된 민간 주택이 전날 1413채에서 1949채로 늘었다. 비닐하우스 169동과 축사 등 1179개소도 비 피해를 봤다.

침수됐거나 유실·매몰된 농경지는 8161ha(헥타르=1만㎡)나 된다. 전날 8065ha에서 96ha 더 불어났다. 여의도 면적(290ha)의 28.1배, 축구장(0.73ha) 면적의 1만1179배에 달하는 규모다.

밤낮 없이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더디기만 하다. 겨우 66%만 복구됐을 뿐이다.

정부도 신속한 복구를 위해 피해가 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 위한 예비조사를 마무리 중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피해복구비 최대 80% 국고 지원

 

특별재난지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0조에 따라 자연재난 피해조사 후 지자체별로 설정된 국고지원기준 피해액의 2.5배를 초과하거나 사회재난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재정 능력으로는 수습이 곤란해 국가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선포된다.

피해 금액이 선포 기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예비조사를 거쳐 우선 선포도 가능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피해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분의 50~80%를 국고에서 추가 지원받게 된다.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덜게 돼 피해시설 복구와 주민 생활안정 지원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다.

주택 파손과 비닐하우스, 수산 증·양식시설 등 농·어업시설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는 생계구호를 위한 재난지원금을 준다. 건강보험료와 통신·전기료 등 6가지 공공요금 감면 혜택도 주어진다.

정부는 앞서 경기 이천·안성과 충북 충주·제천·음성·단양 지역에 2억 원의 재난구호비를 지원한 데 이어 경기, 충북, 충남, 강원 4개 시·도에 70억 원의 재난안전 특별교부세를 추가 투입했다.

피해 주민에게 지방세 감면과 징수 유예를 지원하는 내용의 ‘폭우 피해주민 지원방안’도 마련해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 방안에 따라 폭우로 멸실·파손된 자동차와 건축물 등을 2년 안에 대체 취득하는 경우 취득세를 면제한다.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자동차세를 안 내도 된다. 피해 지역 내 새마을금고를 활용해 신규대출 신청 시에는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기존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도 유예해 준다.

또 지자체장이 피해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지방세를 추가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예비비와 재난관리기금을 적극 활용할 것을 독려했다.

 

‘날씨 좀 맞혀봐’

‘오늘도 역시 크게 틀림’

 

‘무당한테 비 오는지 맞혀보라는 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날씨 좀 맞혀봐’ ‘오늘도 역시 크게 틀림’

기상청 SNS에 올라와 있는 댓글들이다. 대부분 기상청 오보를 조롱하는 댓글들이다. 기상청 오보가 계속되자 500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와 1000억 원이 들어간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기상청은 이번 예측 실패에 대해 ‘오보’ 보다 ‘오차’라고 항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 급변과 함께 데이터 구축 시간이 부족해 필연적으로 예측이 틀릴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지구 전체의 기온이 오르면서 날씨 자체의 변수가 많이 증가한 점이 오차 가능성을 높였다.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와 비구름의 활동성 자체가 높아져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퍼붓는 ‘스콜성’ 폭우가 증가해 예측이 어렵다.

또 수십 년간 독자적 수치 모델을 이용해 데이터를 축적한 유럽과 달리 지난 4월에서야 독자적인 수치 모델을 구축한 우리나라는 아직 축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슈퍼컴퓨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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