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가 뜨겁다

정몽준 박희태

“원외가 움직인다 ” 이번 18대 총선에서 여의도 진입에 실패한 원외인사들의 활동이 뜨겁다. 자의반 타의반 불출마 선언을 했거나 공천탈락자, 혹은 낙선한 전직 의원들이 당의 새로운 핵으로 떠올랐다. 세력장악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한때 초라한 패장이었으나 멍에를 딛고 화려한 재기를 꿈꾸고 있는 그들. 실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내부에서 원외세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고위원뿐만 아니라 당 대표까지 넘보고 있다. 그들은 가슴 한쪽 금배지는 없지만 그보다 더한 아픔의 훈장을 갖고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여의도발 망원경을 통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원외들의 행동반경을 들여다본다.

한나라당 내부은 벌써 7월에 열릴 전대모드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와 관련 최근 부쩍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내리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다. 당 대표 하마평에 자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작게는 정몽준 최고의원과 2파전, 혹은 정 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 홍준표 의원과 4파전, 크게는 김형오 전 원내대표, 정의화, 남경필 의원까지 포함해 다자간 당권경쟁 후보물망에 올랐다.


박희태 “생각해 보겠다”

그러나 박 전 부의장은 현재 원외 인물이다. 지난 한나라당 공천에서 배제돼 국회진출을 하지 못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중책과 5선이라는 정치적 경륜, 친박과 비교적 거리감이 적은 화합형 이미지가 많은 점수를 받고 있다.

또 인물난을 겪고 있는 친이계에서 대통령 핵심 측근이자 당과 청와대간 의사소통의 전달자로 실세를 갖춘 형보다는 관리형 대표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의원은 신중하지만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부의장은 지난 28일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자신의 당 대표 출마론에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일이 없다. 거기까지는 생각을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의 화합을 위해 경륜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반복되는 질문에 “이제부터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부의장의 측근은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어 박 전 부의장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며 “당의 뜻에 거슬리지 않는 범위에서 차후 신중히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통합민주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외인사들이 연일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오는 7월 6일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해 열기로 한 전당대회에서 원외들의 행보가 심상찮다.

이번 선거에는 차기 당권주자로 정세균·천정배 의원, 추미애 당선자, 김효석 원내대표, 박주선·문학진·박영선 당선자와 원외의 정균환·김민석 최고위원, 유종필 대변인 등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라 불릴 만큼 최측근인 안희정 씨도 통합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출마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해 원외라는 단점과 ‘친노’라는 꼬리표를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며 경선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원외인사 무더기 출사표

그러나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와 최고위원 선거를 따로 실시할지, 아니면 최고위원 선거 하나만 실시해 1위 득표자를 당 대표로 정하고 최고위원은 그 다음 득표 순서에 따라 정할지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통합민주당의 당권 경쟁이 예측불허의 다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당 대표 경선이 정세균 의원과 추미애 당선자의 양자 대결 구도로 전개되고 있는 것과 달리 원내대표, 최고위원 경선에는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원외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내에서의 원외의 활동은 크게 의식하지 않을 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 며 “하지만 이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원내 의원들이 자각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 동료이자 라이벌로 계파간, 파벌간 싸움을 종식시키는 기회도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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