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증]
강한 자극성 식품 피해야... 비타민B12, 비타민C 적당량 섭취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마친 김모(여 28세)씨는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몸에 힘이 빠지고 현기증이 나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평소 월경이 끝날 시점에 나타나던 빈혈 증상과 유사했지만 그때는 이렇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기립성저혈압증상이 의심되어 내과에서 말초혈관을 수축하는 양약을 2주일 동안 먹었지만 효과가 없어서 한의원에 내원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핑’ 도는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빈혈 때문인지 아니면 저혈압 때문이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빈혈과 저혈압은 원인이 다르지만 증상이 많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빈혈은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가 부족하거나  혈색소를 가지고 있는 적혈구의 수가 부족할 때 나타나며 뇌와 장기에 신선한 산소와 영양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피로, 어지러움, 심장 두근거림, 얼굴색 창백함 등이 나타난다.

반면에 저혈압은 혈액 자체는 정상이나 피를 순환시키는 압력의 저하 혹은 국소부위의 혈류 저하로 인해 뇌나 그 외 장기의 혈류순환장애를 일으켜 피로, 어지러움, 두통 등의 증상을 초래한다. 일반적으로 어지러운 증상의 환자에게 혈압 측정은 정상 혹은 그 이상으로 나타나는데 얼굴이 창백해지거나 심장 두근거리는 증세 등이 함께 나타나면 빈혈을 의심해 볼 수 있고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반면 혈압이 수축기 혈압이 90mmHg, 이완기 혈압이 60mmHg 미만이고 어지러움을 잘 느낀다면 저혈압성 어지러움으로 진단한다. 혈압은 정상이어서 평소에는 괜찮지만 기립 시에만 ‘핑’ 도는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기립성저혈압을 생각해 봐야 한다.

빈혈로 인한 어지러움은 철 결핍성 빈혈이 가장 흔하며 이때는 철분을 영양제를 통해 보충하거나 철분이 많은 시금치, 홍합, 돼지고기, 소고기, 콩 등을 섭취하면 좋다. 한방에서는 사물탕(四物湯)이라는 숙지황, 천궁, 당귀, 작약이라는 4개의 혈액을 보하는 성분의 한약재로 구성된 처방이 명약으로 빈혈 치료에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비타민C가 철분의 흡수력을 높이기 때문에 영양제, 과일, 채소를 통한 비타민C 섭취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된다.

기타 빈혈증상으로는 여성들의 생리 중 출혈로 인한 빈혈증상의 경우가 일반적인데 어지러운 정도가 심해지거나 과다한 출혈이 이어진다면 자궁선근증 또는 자궁근종 등의 산부인과적 진단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대변이 검게 나오면서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위장관의 출혈도 의심해 봐야 하므로 이 경우는 반드시 넘어가지 말고 정밀검진을 받아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지유(地楡), 측백엽(側柏葉), 천초근(茜草根), 삼칠근(三七根) 등이 출혈을 막는 약재로 예로부터 많이 처방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지유, 삼칠근은 부정출혈, 붕루(생리출혈과다) 여성환자들에게 예로부터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저혈압의 종류는 평소 혈압이 90mmHg/60mmHg(수축기/이완기) 미만이지만 어지러움 등의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는 체질성 저혈압 즉,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자로 여기고 이런 경우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반면 혈압이 낮으면서 어지러움 등의 자각증상이 있는 경우를 본태성저혈압이라고 하는데 원인은 특별하게 없다. 주로 무기력하고 여윈 체형에게 많이 나타나며 가장 일반적인 저혈압이라고 보면 된다. 심혈관계 등에 기초질환이 있어 확실한 원인이 있는 경우는 증후성저혈압이라고 하며 이 때는 원인을 함께 치료해야 한다.

특히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평소에는 혈압이 정상이거나 고혈압이었는데 갑자기 혈압이 떨어진 상태로 정신없이 어지럽거나 구토감이 있을 때는 심근경색이나 심한 출혈로 인한 쇼크를 의심해 봐야 하므로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 평소에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혈압이 정상이나 장시간 서 있거나 기립 시에만 어지러운 경우를 기립성저혈압이라고 하며 혈액이 체위의 변화로 인체의 하부로 쏠려서 생기는 현상으로 인체 상부의 말초혈관까지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서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 기립성저혈압 같은 경우에 양방에서는 말초혈관을 수축하는 약물을 통해 순환개선을 유도하지만 효과가 없거나 재발이 잦을 때에는 한방약을 통한 순환개선 효과가 유의한 변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저혈압의 한방치료는 혈압이라는 것이 한의학에서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혈압 자체의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수반된 증상을 토대로 무기력, 어지러움, 소화불량, 식욕저하, 부종, 사지냉증 등의 증상을 토대로 변증하여 치료를 실시한다. 저혈압은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사지가 차며 몸이 나른하고 신경이 예민하며 소화가 안 되는 환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데 주로 실증보다는 허증의 환자가 많다. 몸이 약하면서 현기증이 강한 경우에는 영계출감탕, 일반적 허약체질의 경우 보중익기탕, 노령의 경우 십전대보탕, 팔미지황탕 등이 사용된다. 위장 증상이 심하고 식욕이 부진한 경우에는 육군자탕, 사지가 냉하면서 휘청거리는 느낌으로 어지러운 경우에는 진무탕, 안색이 창백하고 어혈 증상이 있으며 마른 여성의 경우에는 당귀작약산, 신경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가미소요산 등이 처방된다.

일반적으로 저혈압으로 인한 증상들은 몸이 피로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는 경우에 더 심해지게 되는데, 한방치료는 저혈압이라는 하나의 질환을 치료할 뿐 아니라 자율신경으로 인한 증상 즉, 신경정신적인 병태까지도 포함하여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넓은 의미에서의 저혈압 치료라고 볼 수 있다.

빈혈이나 저혈압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예방하려면 생활 관리도 중요한데 소화가 잘되는 식품으로 균형 있게 섭취해야 하며 비타민B12와 비타민C 또한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또한 자극이 강한 식품이나 술 담배는 금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혈압의 경우에는 말초까지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근력을 기르는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기립성저혈압은 말초혈관 순환의 지체로 오기 때문에 평소 운동을 꼭 해야 하며 급격한 기립의 회피, 탄성 포대 혹은 스타킹을 병행하여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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